두 번 돌았다.
오늘은 61-2번 버스를 타고 “천개동”까지 간 다음 절고개로 올라 계족산 황톳길을 걷기로 했다. 앱에서 차 시간을 검색했다.출발시간이 제각각이다. 이상하다. 일단 07시 30분 차를 타기 위해 아파트 뒤편 정류장으로 갔다. 십여 분을 기다리니 버스가 토착했다. 버스를 타면서 “천개동”을 가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번 차는 “냉천”을 간다고 한다. 천개동 방향은 몇 시 차가 있느냐고 물으니 이 차가 돌아와서 11시 30분에 천개동으로 간단다. 버스노선 표에는 07시 30분 차가 분명히 적혀 있는데 가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걸어서 절고개까지 가기로 했다.
아파트 뒷산 임도로 올랐다. 신선한 바람과 꽃 향이 코를 스친다. 능성 오르는 길에서 오디 따는 분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몇 개를 얻어 먹었다. 달콤했다. 곧이어 능성에 도착했다. 능성 첫 운동시설에는 아무도 없었다.일찍 온 분들은 운동을 마치고 내려갔고, 아침 식사 후 올 분들은 아직 이른 시간이다. 같은 장소이지만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분위기는 다르다. 설렁했다. 능성 중간 운동시설에는 한 분이 운동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인적이 끊긴 능선 길을 새소리 노래 삼아 호젓이 걸었다.
길치 고개다. 대전 국가 숲길 5구간을 처음 걷는 이들은 여기서 길이 헷갈릴 것 같았다. 예전에는 전선주 왼쪽(시내쪽)을 지나 든, 전선주 밑을 지나 든 바로 용화사 입구가 나왔다. 지금은 전선주 오른쪽(외곽쪽)으로 돌아 나가면 추동 임도가 나온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야 용화사 입구가 나온다. 다음번에는 용화사 가는 방향에 리본을 하나 매달아야겠다. 임도 아래쪽 텃밭에서는 늙은 부부가 밭을 열심히 일구고 있었다. 걷고 움직이는 것은 행복의 기본인데 가끔은 잊어버린다.
고봉산성 입구를 지났다. 숲 사이로 띄엄띄엄 보이는 아름다운 대청호를 보며 걸었다. 고인돌로 쓸 만한 큰 돌 옆에 설치된 테크에서 쉬었다.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멈추었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흔쾌히 찍어 주었다. 요즈음은 길을 물어본다든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힘든 시대다. 개인의 자유를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컷은 자전거와 풍경을 잡았고, 다른 컷은 자전거와 인물 중심으로 잡았다. 마지막으로 풍경과 자전거, 사람을 넣어 찍어 주었다. 좋아한다. 나도 뿌듯했다.
한창 자라는 길가 잡초를 일부러 헤치며 걸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 천하는 동근(同根)이고 제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 오로지 인간 욕심이 그것을 교란하는 것 같았다. 젊었을떄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마지막 장이 생각 났다.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절고개에 도착했다.
절고개 등산객들 사이 빈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고 황톳길 걷기를 시작했다. 황톳길에는 걷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 다양했다. 길옆 정자에는 나이가 비슷한 남자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조용한 길을 울린다. 못 들은 척 지났다. 노래도 흥얼거리고 시도 외우며 부지런히 걸었다. 장동산림욕장에서 한 무리 관광객이 올라온다. 모두 하얀 고운 맨발이다. 촉촉한 황토를 밟으니 촉감이 야릇한 모양이다. 걸음걸이가 어설퍼 보였다. 다들 재미있는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웃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웃음은 전파력이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음료수와 빙과를 파는 이가 있다. 비상용 무거운 물을 장시간 매고 다니지 말아야겠다. 필요하면 사 먹어야겠다. 절고개로 회귀(回歸)했다. 13:30분이다. 집으로 가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다. '어떻게 할까?' '계족산성을 갔다 올까?'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황톳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인공적인 색과 탁한 공기 속에 묻혀 지내다 온 종일 푸르름을 가진 그늘 속에서 황토와 흙길을 걸으면 마음은 편안해진다. 또 적적하지 않을 만큼의 산객도 있어 덜 외롭다. 몇 시간씩 걸으면 힘은 들지만 칙칙했던 눈과 마음은 환하게 밝아진다. 숲속에서 마냥 하루를 지내기는 지겹다. 그러나 숲을 구경하고 맑은 공기 마시며 걷는 것은 여러 가지로 좋다. 또 절고개에 이르렀다.
시계는 16시 50분이다. 하산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절고개에서 비래사 방향으로 내려갔다. 버스 타는 곳을 몰라 같이 내려가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선비마을 4단지로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했다. 선비 마을 아파트에서 103번 버스를 탔다. 중앙시장에 내렸다. 시장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장 보는 안목도 조금은 생겼다. 며칠 전에는 걸으면서 먹을 오이를 사 갔더니 아내가 보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맛도 있었다. 오늘 보니 참외도 가격이 조금 내렸다. 그러나 사지는 않았다. 아내가 먼저 사 왔을 것 같았다. 해가 길어 아직 중천에 있다. 하지에는 세 바퀴를 돌아볼까? 길 동무가 있으면 좋곘다는 욕심이 생긴다. -끝-
첫댓글 36,8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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