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유월의 보릿가을"
★...구중중한 날입니다. 그리움이 몸에 차오릅니다.
악양 들판에 보리가 한창 익어갑니다. ‘맥추(麥秋)’, 보릿가을입니다. 보릿가을은 지난 시간의 그리움입니다. 같이 있을 수 없는 ‘젊어 싱그러운 초여름’과 ‘늙어 원숙한 가을’이 같이 있습니다. 이성이 아닌 감성의 시간이 뒤섞였습니다. 거부하고 싶지만 늙은 가을은 이내 젊은 여름에 자리를 내주어야만 합니다.
보리를 걷고, 논에 물 대고, 모를 심으면 순식간에 들판은 초여름의 싱그러움으로 제자리를 찾습니다. 젊음이 늙음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보릿가을은 더욱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현실을 잊어 버리거나, 혹은 잃어 버리려는 마음이 가득할 때 그래서 그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그리움’인 듯합니다.
구중중한 날에 머리 희끗한 중늙은이가 보리밭에 취해 한바탕 꿈을 꾸었습니다. 매월당 김시습이 묘비에 써 달라는 “꿈을 꾸다 죽은 늙은이”가 새롭습니다. “누구 없소, 나랑 한잔할 사람.” ▒☞[출처]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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