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拈花微笑圖 염화미소도에 부치는 시 /唐寅
昨夜海棠初着雨[작야해당초착우]
數朵輕盈嬌欲語[수타경영교욕어]
佳人曉起出蘭房[가인효기출란방]
折來對鏡比紅粧[절래대경비홍장]
問郞花好奴顔好[문랑화호노안호]
郞道不如花窈窕[낭도불여화요조]
佳人見語發嬌嗔[가인견어발교진]
不信死花勝活人[불신사화승활인]
將花揉碎擲郎前[장화유쇄척랑전]
請郞今夜伴花眠[청랑금야반화면]
어젯밤 비에 젖어 처음 핀 해당화,
여린 꽃송이 고운 자태 말이라도 걸어올 듯.
신부가 이른 아침 신방을 나가더니,
꽃 꺾어와 거울 앞에서 제 얼굴과 견준다.
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낭군에게 묻는데,
꽃만큼 예쁘진 않다는 낭군의 대답.
신부가 이 말 듣고 짐짓 토라진 척,
설마 죽은 꽃이 산 사람보다 나을리가요?
꽃송이를 비벼서 신랑 앞에 내던지며
낭군님, 오늘밤은 꽃이랑 주무셔요.
題拈花微笑圖: 염화미소도에 부치는 시
唐寅[당인]: 1470-1523, 明[명]나라 때의 화가, 4대 화가의 한 사람,
중국 명대 중기의 문인 화가. 자는 伯虎, 更子는 子畏, 호는 六如,
桃花庵主, 逃禪仙吏, 魯國唐生 등.
스스로 강남 제일 풍류才士라고 칭하였음. 오현(장쑤성 소주)사람.
홍치 11년 (1498) 향시에 수석이 되고,
그 文才가 사방에 널리 소문이 났으나,
다음해 會試에서 부정사건에 연루,
뜻을 잃고 禪宗에 귀의, 放恣한 생활을 하였다.
문징명, 축윤명, 장령 등과 친하고 산수, 인물, 花卉畫를 그렸다.
산수화는 周臣, 李唐에게 사숙하였고, 이곽파를 배웠으나
만년에는 오파의 영향이 가하여져서 표현이 더 부드러워졌다.
浙派와 吳派의 접점에 있는 원파의 문인 화가.
대표작은 『金閭別意圖卷』(타이페이 고궁박물관) 등.
저서에 『당백호전집』이 있다.
○院派[원파], 画院系[화원계]에 속한다.
○蘭房[난방]: 난초의 향기가 그윽한 방, 여인들이 쓰는 아름다운 방.
○窈窕[요조]: 婦女[부녀]의 행동이 얌전하고 정숙함.
折花行 꽃을 꺾어 / 이규보(李奎報)1168 ~ 1241
牡丹含露眞珠顆 美人折得窓前過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미인이 꺾어들고 창 앞을 지나며
含笑問檀郞 花强妾貌强
살짝 웃음띠고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檀郞故相戱 强道花枝好
낭군이 짐짓 장난을 섞어서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美人妬花勝 踏破花枝道
미인은 그 말 듣고 토라져서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今宵花同宿
"꽃이 저보다 더 예쁘시거든 오늘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折花行(절화행): 절화는 꽃을 꺾는다는 뜻. 행(行)은 악부시체의 하나. 꽃을 꺾는 노래라는 뜻.
○牡丹含露眞珠顆(모란함로진주과): 牡丹含露(모란함로), 모란꽃이 이슬을 머금었다.
함초롬히 이슬이 맺힌 모습. 眞珠顆(진주과), 진주처럼 영롱하다. 顆(과)는 낟알, 이슬방울.
모란은 대략 5월, 6월경에 꽃이 피는데, 이슬이 내린 걸로 봐서 늦은 저녁때로 본다.
모란꽃에 이슬방울이 진주처럼 맺혔다고 하였으니,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 때쯤 인 것 같다.
5월 초여름 밤, 활짝 핀 모란꽃, 맑은 이슬방울, 이런 시어들은
익을대로 익은 풍염한 여인, 낭군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여인의 몸을 연상케 한다.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美人(미인)은 아름다운 여인.
건전한 생각으로는 신부라고 봐야 하겠지만, 漢詩에서 이런 경우 반드시 정처 신부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지점이다.
折得(절득)은 꺾었다는 뜻이니, 남자가 여인을 품에 안는 것을 상징한다.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는 대목인데, 꽃을 꺾어 들고, 창 앞을 지나간다.
○含笑問檀郞(함소문단랑): 含笑(함소), 미소를 머금다.
檀郞(단랑)은 낭군. 미소를 지으며 낭군에게 묻는다.
○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花强(화강), 꽃이 낫다 라는 뜻. 여기서 强은 ‘더 낫다’라는 뜻.
꽃이 더 나아요? 첩의 모습이 더 나아요? 라고 낭군에게 묻는 것이다.
첩이라는 글자는 정처, 즉 아내를 의미하는지 애인 사이인 애첩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상으로부터 약간 벗어난 경우로 상상하는 것이 더 감미로울 것 같다.
○檀郞故相戱(단랑고상희): 낭군이 짐짓 장난을 친다.
○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强道(강도)는 못이기는 체하며 말하는 것. 花枝好(화지호), 꽃가지가 더 좋다는 뜻.
낭군은 꽃이 당신보다 더 이쁘다고 농담을 한 것이다.
○美人妬花勝(미인투화승): 花勝(화승)은 꽃이 낫다는 뜻이고, 妬(투)는 질투한다는 뜻이다.
낭군의 말을 들은 미인은 질투심이 발동한다.
○踏破花枝道(답파화지도): 답파, 밟아서 깨뜨리다. 꽃을 밟아서 깨부수는 것이니, 발로 밟아 짓뭉개는 것이다.
花枝(화지), 꽃가지를. 끝에 있는 道(도)는 말한다는 뜻. 미인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花若勝於妾(화약승어첩): 꽃이 만약에 첩보다 낫거들랑. 勝於妾(승어첩), 첩보다 낫다 라는 뜻.
○今宵花同宿(금소화동숙): 今宵(금소), 오늘밤. 花同宿(화동숙), 꽃과 함께 잠자다 라는 말.
이 시의 배경은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들 시간. 낭군은 지금 당장 저 미인을 품에 안고 싶어 한다.
겉으로는 농담도 하고 넉넉히 여유롭지만, 내면에는 밀고 당기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숨어 있다.
미인은 낭군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짐짓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고려)의 折花行 시와
唐寅(당인, 1470-1523, 明)의 題拈花微笑圖 시는 같다.
표절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대로 베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베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