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백년도깨비시장-잊혀진 역사 복원한 사문진나루터도 가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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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명물 수구레국밥. |
길을 가는 노인의 짐을 함께 들고가는 젊은이의 모습이 이럴까. 추운 겨울날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아들에게 둘러주는 아버지의 손길을 더 닮았을까. 지난 3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둘러 본 첫 느낌이 그랬다. 백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바로 옆에서는 젊은이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열정을 뿜어내는 '청춘난장'이 있는 곳….
이날 오전 11시30분.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주차장으로 차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젊은층 한무리는 왼쪽 청춘난장으로, 연배가 좀 높은 사람들은 오른쪽 오래된 시장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20~30분 전에만 해도 조용하기만하던 시장통이 점차 사람들 소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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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오른쪽에는 100년이 넘은 전통시장이 왼쪽에는 청년들의 창업공간인 청년난장이 위치해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전통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대구에서 보기 힘든 5일장(5일, 10일)이 열리는 곳이다. 이날은 장이 열리지 않는 날이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조용하던 시장통이 금새 활기가 돌았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조선시대 보부상이 오가며 저절로 생긴 시장이고 100년도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백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깨비'라는 단어는 도깨비가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을 먹고 행복을 나눠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시장 건물 외벽에는 '근심먹는 도깨비가 살고 있는 현풍백년도깨비 시장 입니다'라는 해학적인 문구가 있다.
■현풍의 명물 '수구레국밥' 새로운 경험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달성군에서 가장 큰 장으로 유명하다. 장이 서는 날은 시장안은 물론이고 현풍천 주변까지 장사하러 나온 상인들로 빼곡히 들어찬다고 한다. 장날에 맞춰 찾지 못한게 아쉽지만 그래도 점심때는 제법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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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국밥과 단출한 찬이 특징인 수구레국밥 한 상 차림. |
전통시장 한쪽에 일렬로 늘어선 도깨비국밥골목 가게들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차기 시작한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수구레국밥이 유명한 곳이다. 10여개의 국밥집들은 하나같이 오랜 전통을 가진 곳들이고 원조라는 말을 거의 다 붙여놨지만 가게안은 손님 수가 제각각이다. 맞은 편 건조물 상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다 맛있다"며 어디가 원조인지 밝히기를 꺼리더니, 이방아지매원조식당을 들어가보라고 넌지시 권한다.
인심좋은 웃음으로 반기는 이방아지매원조식당 주인은 "40여년 전에 시작해 2대째 이어오고 있다"며 "이 동네는 어딜 들어가도 맛있다"고 오히려 드러내길 꺼려한다.
안쪽에는 벌써 서너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비슬산 막걸리를 따르며 식사가 한창이다. 안주는 역시 수구레국밥과 수구레국수다. 수구레 국물에 밥을 말면 수구레국밥이 되고, 국수를 말면 수구레국수가 된다.
"현풍도깨비시장하면 수구레국밥이지. 음식도 맛있고 막걸리 먹기도 좋거든. 난 맨날 여기로 와. 수구레국밥 꼭 먹고 가요." 시장 국밥골목에서 탁주와 함께 수구레국밥을 즐기는 너댓명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 다가가 수구레 국밥에 대해 묻자 대뜸 이렇게 답한다. "이 분들은 20년도 더 된 단골 아이가. 매일 온다 매일." 삶아 낸 국수를 헹구던 주인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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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국밥의 원 재료가 되는 수구레. |
수구레는 소의 가죽 껍질과 쇠고기 사이의 아교질같은 부분을 일컫는 것으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미식가들이 즐겨먹는 메뉴로도 유명하다. 수구레, 소구레 같은 말이지만 현풍에서는 소구레로 쓴다.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내는 수구레국밥은 국물을 한 입 넣어보면 담백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뜯어낸 수구레는 쫄깃한듯 부드럽고 기름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느끼하지 않다. 식감도 맛도 정말 독특하지만 이색적이고 맛있다. 바빠지는 숟가락에 가끔씩 걸리는 선지도 퍽퍽한 맛으로 기름진 맛을 중화시켜준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무우 초절임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국밥이 워낙 맛있어서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젊음과 전통이 공존하는 전통시장의 모범 사례 '청년난장'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100년 넘은 전통시장과 어깨를 맞대고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는 젊은이들의 창업공간인 '청춘난장'이다. 전통시장의 북쪽에 컨테이너박스로 층층이 이어붙이고 쌓아 만든 24개의 청년 창업공간은 먹거리와 소품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컨테이너형 청년몰로 전국 최대 규모다. 특히 먹거리 공간은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아까 점심시간에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던 여러 무리의 사람들은 각자 입맛에 맞게 자리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청년난장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미소갈비찜이다. 1인분에 7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다. 그래서 늘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 이 날은 오가는 사람들이 아주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도 식당안은 이미 꽉 찼다. 밖에서 서성대는 한 무리는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난장은 이외에도 샌드위치 전문점 샌드맘마, 용돈까스, 청춘닭컴, 갈비는 탕이다, 항 포, 올레 가마솥순두부, 이시키 닭발, 파파덕 등 개성강한 음식점이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메뉴도 제법 다양하고 커피와 밀크티 등 후식 메뉴 가게도 많다. 젊은이들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정확하게 반영한 결과다.
청년난장과 마주하고 있는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청년난장이 생기고 나서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시장의 모습이 더 활기가 생겼다"며 "젊은이들이 장사를 아주 잘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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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나루터는 잊혀질뻔한 역사였지만 2012년 4대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났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복원된 사문진나루터는 이같은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2016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공공디자인학회장상을 받았다. |
■우리나라에 처음 피아노가 들어온 사문진 나루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서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겼다면 사문진 나루터, 비슬산, 도동서원 등 인근 명소도 둘러볼만하다.
특히 대구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사문진 나루터를 들러볼만 하다. 낙동강변에 위치해 오래전부터 영남지방의 물류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곳으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유입된 곳이 서울이 아니라 대구였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를 기념한 소개글이 붙어있는데 "1900년 3월26일 대구지역 교회로 부임했던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탐 부부가 한국 최초로 낙동강 배편으로 실어와 이 곳 사문진나루터로 들여왔고 대구 종로(지금의 약전골목)에 있던 자신의 숙소로 운반했다. 이 때 피아노를 운반했던 마을 사람들은 피아노를 귀신통이라 불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기념해 달성군은 매년 9월 마지막 주 주말에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를 연다. 모래 사장 옆 사문진 나루터 공연장에는 100대의 피아노가 설치되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한 음악계의 거장들이 매년 대거 찾아와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수준높은 야외공연을 펼친다. 사문진 나루터는 일제 강점기때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이던 이규환이 '임자없는 나룻배'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잊혀진 역사 복원한 공로로 대한민국 국토대전 상 받기도
사문진 나루터는 이처럼 소중한 역사자원이었지만 한때 잊혀진 역사였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역사적 고증을 거쳐 2012년 극적으로 복원됐다. 이곳에는 예전의 모습을 재현한 사문진 주막터가 복원돼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팽나무와 함께 방문객을 맞고 있다. 사문진 탁배기와 파전을 곁들이면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갈듯 하다.
사문진 나루터는 이같은 역사적 복원 노력을 인정받아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2016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현재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공공디자인학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은 정말 장관이다. 너비가 족히 300미터 안팎에 달하는 강물은 압도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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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공지보기▶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강을 바로 건너면 고령군 다산면이고, 조금 북쪽에 있는 달성보쪽으로 건너면 성주군 선남면이 된다.
선착장에서는 유람선도 뜬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달성습지, 강정보 디아크, 신당마을을 돌아 다시 사문진 나루터로 오는 코스로 1시간 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살아난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