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바람달 열사흘, 맑음.
아침나절은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기독교 교리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갖가지 생각을 하게 했고
허구로부터 시작하여 전개하는 논리와
별 것도 아닌 것을 두고 벌인 논쟁과 그 결과
이단으로 규정하고 파면을 시키기도 하는 것들의 끊임없는 연속,
결국 기독교는 스스로 자신의 울타리를 치고
거기에 들어앉아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세계를 도외시하고
소외되는 길을 택했다는 생각이 들고
사고와 판단에 대한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타협이나 합의를 통한 조화와 공존으로 이루어지는 통일성은
아예 꿈도 못 꾸는 집단으로 전락해 가는 모습이
그 교리의 역사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끝도 없이 적을 만드는 데 익숙해진 교회
밖에 있는 적을 제압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신의 사랑을 말하지만
수없는 논리의 개발과 거기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판단의 차이를 두고 벌인 논쟁과 그 이면의 폭력성은
밖의 세계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포기되지 않았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결극 기독교 안에 있는 획일화는
유일신 사상에서 온 것이 아니라
끝없는 교리 논쟁의 결과로 생겨난
하나의 유전정보로 자리잡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오후에 모처럼만에 나가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오늘은 바람결이 조금 싸늘했는데
머리 깎고 돌아오는 길에 세탁소를 하고 있는 세훈에게 들렀더니
마침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면서 그리 오라고 하여
그의 집 앞에 있는 식당에 가서 그를 잠시 보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조금 남은 『기독교사상사』를 마저 읽고
잠시의 틈을 가진 다음 니체의 『안티크리스트』를 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일은
니체의 책이 『기독교사상사』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보이는 겁니다.
니체는 말합니다.
“크리스천은 다른 문화를 인정하기는켜녕
자신들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미워한다.
그리고 철저히 박해한다.”
이 책의 역자는 니체가 기독교에 대해서 정확히 알았던 것은 아니라고
다른 철학자의 입을 빌려서 말합니다.(24쪽)
그러나 책을 조금밖에 안 읽었지만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니체는 철학의 역사와 함께
기독교의 교리사에 대해서도 꽤 깊은 지식이 있었다는 것을 봅니다.
읽는 동안의 재미와 함께 니체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예전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처럼
신선한 느낌은 없고
마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듯한 책의 구성은
성의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다시 맞이한 저녁
엊저녁 잠이 약간 부족했으니
아마도 깊은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