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증과 당뇨·고혈압·이상지혈증·동맥경화증은 개별적인 독립 질환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중복적으로 발병하는 하나의 질환군으로 분류된다.
30대부터 나타나는 복무비만, 특히 내장형 비만은 그 가운데에서 경계 대상 1호다.
뱃속의 축적된 지방이 불러오는 각종 생활습관병의 유형과 그 예방·치료법.
성인병이라는 병명은 노인병에서 유래했다.
의학적으로 노인은 만 65세 이상으로 정의한다.
과거에는 주로 노인에게서 발생하던 질병들이 요새는 중년, 아니 청년층으로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소아성인병이라는 말도 나왔다. 식생활과 생활 양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학계에서는 성인병을 생활습관병(life style disease)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비만증·당뇨병·고혈압·이상지혈증·동맥경화증(심장병·중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생활습관병의 특징은 개별적인 독립 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질환군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동일인에서 중복적으로 발병하고, 결국 죽상경화증으로 발전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부르는 생활습관병의 전조는 30대부터 나타나는 복부비만에서 읽힌다.
특히 내장형 비만은 경계대상 1호다.
내장형 비만은 보통 태아나 성장기에는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이던 사람이 성인이 되면서 체중이 늘 때, 팔과 다리와 상관없이 뱃속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과음·과식과 운동부족이 원인이지만 유전·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40대 안팎의 중년 나이에는 겉으로 봐서는 별로 뚱뚱해 보이지 않아도 속으로 내장형 비만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
축적된 내장지방은 쉽게 분해돼 유리지방산을 방출하는데, 이는 간문맥(소화기계에서 흡수한 영양분이 들어 있는 혈액을 간으로 운반하는 핏줄) 안으로 유입된다.
간에서 유리지방산은 인슐린의 작용과 제거를 억제해 고인슐린혈증과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며,
중성지방을 재합성해 고중성지방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TNF-alpha, IL-6 등)은 혈관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콩팥 및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 비만증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증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비만인구가 전체의 30% 이상으로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도 20%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체중(표준체중)은 신장에서 100을 빼고 0.9를 곱한 값(예: 신장170cm인 사람은 (170-100)x0.9=63kg이 정상체중)으로 나타내는데, 비만증은 여기서 20% 이상 초과한 경우를 일컫는다.
하지만 오늘날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대부분이 젊어서 체중이 낮았던 탓에 위의 계산법으로는
정상체중의 범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복부비만(허리 둘레: 남자 90cm 이상, 여자 80cm 이상)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이 성인병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이상지혈증) 및 동맥경화증(중풍·심장병)에 노출돼 있다.
성인병을 예방하는 첫단추는 뭐니뭐니 해도 뱃살 줄이기다.
복부비만을 억제하는 요령은 고열량식품(단 음식, 기름진 음식, 술)의 섭취를 줄이되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야채·과일 등으로 균형식을 함으로써 영양의 불균형을 막는 한편 규칙적인 운동(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을 해야 한다.
2. 당뇨병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해 전 인구의 8∼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아주 부족하거나 어느 정도 분비되더라도 인슐린 작용의 감퇴(인슐린 저항성)로 포도당이 잘 이용되지 않아 혈액 내에 포도당(정상: 공복 126 이하, 식후 2시간 200mg/dl 이하)이 증가(고혈당)하고 소변으로 당이 배출(뇨당)되는 만성 대사질환이다.
당뇨병의 증상으로는 ‘3다증상’(다음·다뇨·다식)과 체중 감소 및 전신 피로감 등이 있으며,
남자에게서는 발기부전, 여자에게서는 음부소양증이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 없이 수년 동안 진단되지 않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당뇨병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당검사로 조기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은 몇 가지 특수 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또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족 중에 당뇨병이나 고혈압 병력이 있거나 30대 이후 5kg 이상의 체중 증가가 있는 경우, 또 배가 나온 경우, 과거에 4kg 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등에는 1년에 1∼2회 혈당검사를 권한다.
당뇨병은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3대 만성 합병증(신경병증·망막증·신병증)이 나타나며, 당뇨병 환자의 40% 이상에서 고혈압이나 이상지혈증이 수반되는데,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동맥경화성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증·돌연사)이나 뇌졸중(중풍·반신불수)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50∼60%는 사망 원인이 죽상경화증이어서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치료법은 환자의 혈당 농도와 이환 기간, 체중 등에 따라 달라 전문의의 지도 하에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의 치료 원칙은 식사와 운동요법 및 약물요법(경구혈당강하제·인슐린) 등이 있으며,
특히 생활요법으로는 올바른 식사 관리,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관리, 절주와 금연 등이 중요하다.
또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당뇨병의 악화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3. 고혈압
고혈압은 최근 중·장년층에서 급증하는 성인병으로 협심증·심근경색증 등의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성인 인구의 20% 가량이 고혈압을 앓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그 원인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본태성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증가해 60대에서는 약 40% 이상에서 발생한다.
1997년 의료보험공단 통계에 의하면 병원 수진자 1만 명 중 고혈압이 1,200명, 당뇨병이 600명으로 이 두 가지 질환이 성인병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고혈압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만성 두통,가슴 두근거림, 숨참, 손발 저림, 만성 피로, 불안감, 불면증 등이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정상혈압은 연령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120㎜Hg 내외이고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이 80㎜Hg 내외이나 수축·이완기 혈압이 140/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고혈압 치료에는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다.
비약물요법에는 금연·절주·체중조절에 적절한 식사요법(과식과 짠 음식을 피할 것)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며, 이들로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의사의 지시에 따른 적절한 약물요법을 써야 한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약제로는 칼슘길항제, 에이시이 억제제, 알파 차단제가 있고
과거에 흔히 쓰던 이뇨제와 베타 차단제는 당 및 지질대사장애, 발기부전 등 부작용이 있어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4. 이상지혈증
아무 자각증상이 없는데 종합검진을 받고 우연히 혈중 총콜레스테롤이 높다(240mg/dl)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특히 복부비만을 가진 사람에게서는 총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아도 중성지방이 높고(200mg/dl)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35mg/dl)도 많은데, 이를 이상지혈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는 특히 인슐린 저항성과 관계가 깊어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이상지혈증은 특히 죽상경화증의 주요한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필요하다.
식사와 운동요법을 2∼3개월 지속해도 수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지질강하 약제를 사용해야 하며, 이후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면 지속적인 사용을 권장한다.
5. 동맥경화증
외견상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발작 후 1시간 이내)를 돌연사라고 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질병은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마비(급성심근경색증)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뇌졸중(중풍)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동맥경화증은 일찍 발견해 원인(동맥경화 위험 요소)을 제거하면 예방이 가능하지만 평소에는 별 증상이 없다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반신불수 등 신체적 불구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동맥경화증의 특성은 흔히 20∼30대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서서히 진행되다 40∼50대에 동맥 내강이 좁아져 그 부위가 혈전으로 폐쇄되는 병이다.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려면 젊어서부터 위험 요소(고혈압·이상지혈증·흡연·당뇨병·복부비만 등)를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경동맥 내중막 비후 측정을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 진행을 억제하는 길이 열렸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는 혈관(관상동맥)에 경화증이 생겨 점차 좁아지다 나중에는 아예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심장병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처음 발병시 3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병인데, 이 역시 뚜렷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0∼50% 정도는 발병 전 좌흉부 통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것이 협심증이다.
흉통의 특징은 빨리 걷거나 힘든 일을 할 때 왼쪽 앞가슴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오는데, 안정을 취하면 5∼10분 내에 통증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확진을 받아야 한다.
뇌졸중(중풍)에는 고혈압으로 뇌혈관이 파열돼 나타나는 뇌출혈과 동맥경화로 인해 뇌혈관이 폐쇄돼 발생하는 뇌경색증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 두 질환이 4대6의 비율로 중풍을 일으킨다. 중풍을 예방하려면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는 이들 질환을 잘 관리하고, 금연·절주를 실행해야 한다. 또한 이상지혈증 치료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발병한 경우에는 재발 방지(2차 예방)를 위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금연을 실천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억제(200mg/dl 이하), 고혈압 관리(140/90 이하), 당뇨병의 적절한 조절 등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견상 비만이 아닌 경우도 복부비만이 동맥경화증 진행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적절한 식사법과 운동을 통해 뱃살을 완화(허리둘레: 남자 90cm, 여자 80cm 이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