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계절을 지나면서,
각자 삶의 질을 더한층 높히기 위하여 바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창 밖을 보니 첫 눈이 많이 내리고 있네요. 엊그제 가을이 왔던가 싶더니, 벌써 쌀쌀한 겨울의 체온이 피부를 파고 들고, 시공을 뛰어넘는 침묵속에서
눈덥힌 산야의 외딴 초가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포근한 마음을 가졌던 어린시절의 추억도 아련히 뜨오르며, 이제는 한 해를 갈무리 할 년 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은 내면의 성숙을 위해 어느 정도 존재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산 도봉산의 능선위로 기러기를 처음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회상해 봅니다. 거둔 것 보단 잃은 것 투성이인 삶 때문에 포장마차 한 켠에서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다 잠든 밤 부엌 식탁에서 쓴 커피로 마음을 달래는 회원님은 혹, 계시지는 않겠죠?.
이런 상실과 고독 속에서 오히려 자기 존재의 비밀을 들여다 보는 좋은 기회도 돼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절의 늦가을 을 보내면서,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 한다던가, 또한 누군가의 부름을 기다리기도 하고 지나간 삶의 실수들이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도 더 이상 인생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슬퍼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피천득의 [믿음의 정은 정말 좋은 벗은 일생을 두고 사귀는 벗이다. 믿음의 비극은 이별이 아니다. 죽음도 아니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비극은 온다] 고 했습니다.
늙은 어머니가 계셔서 그렇겠지, 포숙이 관중을 용서하며 관대하게 이해 하였듯이 우리 회원님들도 서로가 이해하며, 양보하며, 미덕과 겸손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하는 바램을 기대해 봅니다.
노벨 의학상을 받은 영국의 알랙산더플래밍(1945년 페니실린 최초발명)과 영국 수상인 윈스틴 처칠과의 빛나는 운명적인 친교와 의정도 생각 나며. 오늘 첫눈이 오는 것을 보며
김진섭의 [백설부]에서 안타르크리스의 남극도 북극도 아닌데도 사계절 잔존(殘存)해 있다는 눈과, 알래스카의 고원에 보이는 적설(積雪),과 내리는 즉시 순식간에 없어져 버린다는 이탈리아의 르비에로 눈, 유명한 프랑스 시인 알프레스카메의 [첫눈과 옛사랑의 동경]
명화[닥터 지바고]의 러시아의 아름다운 설경, 실베스터스텔론과 학창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재닌터너가 주연했던 명화[클리퍼행어]의 눈 덥힌 산악도 떠오르며, 눈오는 밤을 독신의 고독감으로 비감하게 걸어며, 눈내리는 밤의 우수를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노천명의 [설야산책] 김광균의 눈오는 밤의 정경을 통해 지향없는 그리운 감정과 상실감에서 오는 서글픔을 감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표출한 [설야] 신상철의 눈내린 [아름다운 이 아침]에서 신문 배달원의 눈에 젖지 않도록 끈으로 신문을 묶어 대문짝에 달아두는 그 정성은 가난한 어린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착한 마음이 없이는 결코 우러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잘 마무리 하면서 푸르렀던 날을 이제 가슴속에 알갱이로 묻어야 하는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무소유로 살다 가신 고인, 법정의 [인간은 때가 되면 누구나 일몰 앞에 서게 되는데, 그 전에 맺힌 것을 풀어 자유로워 져야 된다]는 말이 귓전에 절실히 맴돌면서,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진실하고 참되게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짐해봅니다.
(2010. 12. 10 초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