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莊子 內篇 第7篇 應帝王 第5章, 열자와 그의 스승 호자와의 대화로서 도가(道家)의 사상이 민간종교가 아님은 물론, 그들보다 우위에 있는 철학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우화이다.
호자가 생기가 막힌 사멸의 상태와, 하늘의 모습인 생기, 그리고 음양의 기가 평형을 이룬 더 없이 허무하고 흔적이 없는 모습, 근본에서 떠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어서, 관상을 잘보고 미래의 일을 잘 맞힌다는 무당 계함을 도망치게 해서 열자를 가르쳤다는 우화를 통해서 도에 대한 설명을 한다.
호자가 얘기한 아홉가지 연못은 열자 황제편에 기록되어 있다.
鯢旋之潘爲淵 止水之潘爲淵 流水之潘爲淵 濫水之潘爲淵 沃水之潘爲淵 氿水之潘爲淵 雍水之潘爲淵 汧水之潘爲淵 肥水之潘爲淵 是爲九淵焉
(고래가 헤엄치는 깊은 물, 고요히 멈추어 있는 깊은 물, 흘러가는 물, 넘쳐흐르는 물, 기름진 물, 샘솟는 물, 조화롭게 흐르는 물, 늪처럼 흐르는 물, 기름져 흐르는 물을 아홉가지 연못이라 한다.)
莊子7-5 鄭有神巫하니 曰季咸이니 知人之死生存亡과 禍福壽夭하야 期以歲月旬日若神할새 鄭人이 見之하고 皆棄而走하더니 列子見之而心醉하야 歸以告壺子曰 始吾以夫子之道로 爲至矣러니 則又有至焉者矣로소이다
鄭나라에 미래의 일을 귀신처럼 잘 맞추는 무당이 있었는데 季咸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死生存亡, 禍와 福, 長壽와 夭折 등의 운세를 정확히 알아서, 年月과 상순, 하순 등의 날짜까지 맞추는 것이 꼭 귀신 같았다. 그래서 정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면 모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列子가 그를 만나보고는 심취하여 돌아와서 壺子에게 말했다.
“처음에 저는 선생님의 道를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또 선생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莊子7-6 壺子曰 吾與汝로 旣其文하고 未旣其實호니 而는 固得道與아 衆雌而無雄이면 而又奚卵焉이리오 而以道與世亢하야 必信夫라 故로 使人으로 得而相女하도다 嘗試與來하야 以予로 示之하라
壺子가 말했다. “나는 너를 위해 껍데기는 다 전수해 주었지만, 그 알맹이는 아직 다 전해주지 않았는데, 너는 참으로 도를 터득했다고 생각하는가? 암탉이 아무리 많아도 수탉이 없으면 또 어떻게 알을 부화할 수 있겠는가? 너는 도의 껍데기를 가지고 세상과 겨루어서 세상 사람들의 믿음을 얻으려 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너의 관상을 쉽게 알아맞히게 한 것이다. 어디 시험삼아 그를 데려와서 나를 그에게 보여 보거라.”
莊子7-7 明日에 列子與之見壺子한대 出而謂列子曰 嘻라 子之先生이 死矣라 弗活矣로소니 不以旬으로 數矣로다 吾見怪焉호니 見濕灰焉호라
列子入하야 泣涕沾襟하야 以告壺子하대 壺子曰 鄕吾示之以地文호니 萌乎不震不正(止)하니 是殆見吾杜德機也로다 嘗又與來하라하야늘
다음 날에 열자가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나 뵈었다. 〈계함이 호자의 관상을 보고 난 뒤〉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그대의 선생은 죽을 것이다. 살아날 가망이 없으니 열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대의 선생에게서 괴이한 조짐을 보았는데, 젖은 재의 모습을 보았다.”
列子가 들어와 옷섶을 적시며 울면서 그 말을 壺子에게 전하자 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까 나는 그에게 대지의 무늬를 보여 주었다. 멍하니 움직이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았으니 그는 아마도 나의 生機가 막혀 버린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시험삼아 또 데리고 와 보거라.”
莊子7-7 明日에 又與之見壺子한대 出而謂列子曰 幸矣라 子之先生의 遇我也여 有瘳矣라 全然有生矣로다 吾見其杜權矣와라
列子入하야 以告壺子한대 壺子曰 鄕吾示之以天壤하니 名實을 不入호니 而機發於踵하니 是殆見吾善者機也하도다 嘗又與來하라하야늘
다음 날에 또 季咸과 함께 호자를 뵈었다. 〈계함이 호자의 관상을 보고 난 뒤〉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행이다. 그대의 선생은 나를 만난 덕에 병이 다 나았다. 완전히 생기가 회복되었다. 〈어제는〉 내가 〈그대의 선생에게서〉 생기가 막혀 버린 모습을 보았다. 〈그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列子가 들어와 그 말을 壺子에게 전하자 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까 나는 그에게 하늘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명칭이나 실제가 들어갈 수 없는데 生氣가 발뒤꿈치에서 발생하니 그는 아마도 나의 生機를 보았을 것이다. 시험삼아 또 데리고 와 보거라.”
莊子7-8 明日에 又與之見壺子한댄 出而謂列子曰 子之先生이 不齊라 吾無得而相焉이로다 試齊하야든 且復相之호리라
列子入하야 以告壺子한대 壺子曰 吾鄕示之以太沖莫勝호니 是殆見吾의 衡氣機也하도다 鯢桓之審爲淵이며 止水之審爲淵이며 流水之審爲淵이니 淵有九名하니 此 處三焉하니라 嘗又與來하라하야늘
다음 날에 또 季咸과 함께 壺子를 뵈었다. 〈계함이 호자의 관상을 보고 난 뒤〉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선생의 관상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관상을 볼 수가 없다. 어디 한번 일정하게 잡아주면 그때 다시 관상을 보겠다.”
열자가 들어와 그 말을 호자에게 전하자 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까 나는 그에게 더없이 허무하고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는 아마도 나의 음양의 氣가 평형을 이룬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고래가 이리저리 헤엄치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고요히 멈추어 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흘러가는 깊은 물도 연못이니, 연못에는 아홉 가지의 유형이 있는데, 이번에 季咸에게 보여 준 것은 세 가지에 해당한다. 시험삼아 또 데리고 와 보거라.”
莊子7-9 明日에 又與之見壺子한대 立未定하야 自失而走커늘 壺子曰 追之하라 列子追之不及하야 反하야 以報壺子하야 曰 已滅矣이며 已失矣라 吾弗及已호이다
壺子曰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호니 吾與之虛而委蛇이라 不知其誰何하야 因以爲弟靡하며 因以爲波流라 故로 逃也하도다
다음 날에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뵈었다. 선 채로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계함이 얼이 빠져 달아났다. 호자가 말했다.
“쫓아가 잡아라.”
열자가 그를 따라갔지만 미치지 못하고 돌아와 호자에게 말했다.
“벌써 사라졌습니다. 이미 놓쳤습니다. 제가 미치지 못했습니다.”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나는 아직 나의 근본에서 떠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내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이 전혀 없는 모습으로 그를 대했더니 그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고, 따라서 무엇이 무너져 내린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무엇인가 怒濤처럼 물결쳐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도망친 것이다.”
莊子7-10 然後에야 列子自以爲未始學이라하야 而歸하야 三年을 不出하야 爲其妻爨하며 食豕如食人하며 於事에 無與親이오 雕琢復朴하야 塊然獨以其形으로 立하니 紛而封哉하야 一以是로 終하니라
그런 일이 있은 뒤에 列子는 스스로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집으로 돌아가 삼 년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자기 아내를 위해 밥을 지었으며, 돼지를 먹이되 사람에게 먹이듯 하였으며, 매사에 더불어 親疏를 따짐이 없었고, 人爲를 깎아 버리고 쪼아 없애서 소박한 데로 돌아가, 아무런 감정없이 외로이 홀로 서서 어지러이 만물과 뒤섞였는데, 한결같이 이런 태도를 지키면서 일생을 마쳤다.
鄭有神巫曰季咸(정유신무왈계함)
知人之死生存亡(지인지사생존망)禍福壽夭(화복수요)
期以歲月旬日若神(기이세월순일약신)
鄭人見之(정인견지)皆棄而走(개기이주)
列子見之而心醉歸(열자견지이심취귀)以告壺子曰(이고호자왈)
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시오이부자지도위지의)
則又有至焉者矣(즉우유지언자의)
壺子曰(호자왈)
吾與汝旣其文(오여여기기문)未旣其實(미기기실)
而固得道與(이고득도여)
衆雌而无雄(중자이무웅)而又奚卵焉(이우해란언)
而爾與世亢必信(이이도여세항필신)
夫故使人得而相汝(부고사인득이상여)
嘗試與來(상시여래)以予示之(이여시지)
정나라에 계함이라는 용한 무당이 있었는데
사람의 사생과 존망 화복과 장수 여부를 알아
연월과 상순, 하순의 날짜까지 귀신처럼 알아맞혔다.
정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면 모두 급히 도망쳤다.
그러나 열자는 그를 만나 심취하여 돌아와 호자에게 알려 이르기를
애초 저는 선생님의 도가 지극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알고보니 더 지극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호자가 말했다.
나는 네게 형식은 가르쳤지만 아직 내용을 충분히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도를 터득했다고 하는가.
암컷이 많아도 수컷이 없으면 어찌 알이 생기겠는가.
너는 도를 가지고 세상과 겨루어 믿음을 얻으려 했다.
그러니까 남이 네 관상을 보고 쉽게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어디 시험삼아 데려다 그에게 나를 보여 보자.
壺子(호자) : 열자(列子)의 스승, 호구자림(壺子子林)이라고도 부른다(『여씨춘추』 ‧ 『열자』 등)
旣其文(기기문) : 학문의 외형적인 것은 다 공부하다.
明日(명일) 列子與之見壺子(열자여지견호자)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噫子之先生死矣(희자지선생사의)
弗活矣(불활의)不以旬數矣(불이순수의)
吾見怪焉(오견괴언)見濕灰焉(견습회언)
列子入(열자입)泣涕沾襟以告壺子(읍체첨금이고호자)
壺子曰(호자왈)
*鄕吾示之以地文(향오시지이지문)萌乎不震不止(맹호부진부지)
是殆見吾杜德機也(시태견오두덕기야)
嘗又與來(상우여래)
다음날 열자는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계함은)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말했다. 아, 당신의 선생은 죽을 것입니다.
살지 못합니다. 열흘을 못 넘깁니다.
난 이상한 상을 봤어요. 젖은 재의 상을 보았습니다.
열자는 방에 들어가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그것을 호자에게 고했다.
호자는 말했다.
“아까 나는 땅에 글을 써 보여 주며, 멍하니 떨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나의 생기(生機)가 막혀 버린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시험 삼아 또 데리고 와 보거라.”
鄕(향) : 아까 杜 막을 두
明日(명일)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幸矣(행의)子之先生遇我也(자지선생우아야)有瘳矣(유추의).
全然有生矣(전연유생의)吾見其杜勸矣(오견기두권의)
列子入(열자입) 以告壺子(이고호자)
壺子曰(호자왈)
鄉吾示之以天壤(향오시지이천양)名實不入(명실불입)而機發於踵(이기발어종)
始殆見吾善者機也(시태견오선자기아)
嘗又與來(상우여래)
다음날 또 함께 호자를 만났다.
점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그대의 선생이 나를 만났기에 다행이니..., 병이 나았습니다.
완전히 생기가 회복되었습니다. 나는 그 생명의 싹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열자는 들어가 그것을 호자에게 알리니
호자가 말하기를
나는 아까 그에게 하늘의 바탕을 보여주었다. 이름도 형태도 없는 상태이나 뭔가가 발뒤꿈치에서 솟아나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마 그것을 나의 병이 나아가는 낌새로 보았을 것이다.
다시 데려와 보아라.
瘳 나을 추 壤 흙덩이 양
明日(명일)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子之先生不齊(자지선생부제)吾无得而相焉(오무득이상언)
試齊(시제)且復相之(차부상지)
列子入(열자입)以告壺子(이고호자)
壺子曰(호자왈)
鄕吾示之以太沖莫勝(향오시지이태충막승)
是殆見吾衡氣機也(시태견오형기기야)
鯢桓之審爲淵(예환지심위연)止水之審爲淵(지수지심위연)流水之審爲淵(류수지심위연)
淵有九名(연유구명)此處三焉(차처삼언)
嘗又與來(상우여래)
다음날 또 함께 호자를 만났다.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선생은 관상이 일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일정하게 정돈되면 다시 한 번 상을 보겠습니다.
열자는 들어가 그것을 호자에게 알리니
호자는 말하였다.
나는 아까 텅 비어 잘 난게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는 거의 내 기가 평형을 이룬 것을 봤을 것이다.
고래가 이리저리 헤엄치는 깊은 물도 연못이고, 괴어 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흐르는 깊은 물도 연못이다.
연못에는 아홉 가지 이름이 있는데 이것은 그 중 세 가지일 뿐이다.
다시 데려와 보아라.
明日(명일)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立未定(립미정)自失而走(자실이주)
壺子曰追之(호자왈추지)列子追之不及(열자추지불급)
反以報壺子曰(반이보호자왈)已滅矣(이멸의)已失矣(이실의)
吾弗及已(오불급이)
壺子曰(호자왈)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향오시지이미시출오종)
吾與之虛而委蛇(오여지허이위이)不知其誰何(부지기수하)
因以爲弟靡(인이위제미)因以爲波流(인이위파류)
故逃也(고도야)
다음 날 또 함께 호자를 만났다.
서 있을 새도 없이 (계함은) 얼이 빠져 달아났다.
호자가 쫓으라 하여 열자가 쫓아갔으나 따라가지 못하고
돌아와 호자에게 고하기를 이미 사라져 버렸습니다. 벌써 놓쳤습니다.
저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나는 내 근본에서 떠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내가 스스로를 비워 욕심 없는 모습으로 대하니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무언가 쓰러져 무너지고 파도가 몰아쳐 오는듯 하여
도망친 것이다.
委 맡길 위 蛇 뱀 사, 구불구불 갈 이.천박하다(淺薄--), 얕다 委蛇(위이)는 욕심이 전혀 없는 모습. 蛇는 ‘이’로 읽으며 얕다는 뜻 靡 쓰러질 미, 갈 마 弟靡는 곧 荑靡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무너지고 쓰러진다는 뜻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연후열자자이위미시학이귀)
三年不出(삼년불출)爲其妻爨(위기처찬)食豕如食人(사시여사인)
於事无與親(어사무여친)
#雕琢復朴(조탁복박)
塊然獨以其形立(괴연독이기형립)
#紛而封哉(분이봉재)一以是終(일이시종)
그런 일이 있은 뒤 열자는 자기가 아직 학문을 시작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돼지 치기를 사람 먹이듯 하여
일에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어졌다.
*새기고 다듬어 본래의 소박함으로 돌아가
우뚝이 홀로 그의 형체를 지니고 서서
*만물의 뒤섞인 어지러움을 대략 정리하는 일로 일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