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을 수리하면서 남편에게 디모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데모도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서 집수리하는데 덥고 힘들어서 가지 않겠다고 하면 ‘디모도가 얼마나 중요한 몫을 하는데 안 가면 큰일 나지요!’ 남편이 농담처럼 말한다. 데모도는 건설 현장에서 기능공을 도와 함께 일을 하는 보조공을 뜻한다. 기능공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잔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디모도 하면서 처음에는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른다. 남편은 전공이 토목이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다. 집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은 더욱이 나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도와주는 것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해주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엇을 도와달라는 것인지조차 모르니 어설프고 굼뜨고 야단도 많이 맞고 싸우기도 하고 안 한다고 내동댕이치고 나오기도 했다. 그것도 모르냐고 큰소리를 칠 때면 약이 올라서 ‘건설 현장에서 30년을 살은 사람하고 시나 쓰고 있는 나하고 같으냐’고 서럽게 울기도 했다.
일상이 그렇다. 무엇이든 척척 잘 고치고 만들고 하는 남자와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여자가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정말 코미디다. 삐지고 달래고 서러워서 울고 머리를 쓰라고 놀리고 급기야는 아이큐가 세 자리가 맞느냐고 하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30년을 디모도로 살다 보니 이제는 남편이 상황이 바뀐 것 같다고 놀린다. 디모도가 한 수 앞을 본다고 말이다. 이제 일머리가 조금 튼 것이다,
시골집에서 남편이 일을 시작하면 나는 곁에 늘 대기상태다.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일을 하니 얼음물을 수시로 주어야 한다. 수건으로 땀 닦아주고 이것 가져오라, 저것 가져오라 정말 할 일이 많다. 한낮에는 더워서 못 하니까 점심 먹고 잠시 쉬었다가 시작하면 한밤중에 일이 끝난다. 밤에는 어두우니까 플래시를 비춰줘야 하는데 몇 시간을 비추고 있노라면 슬슬 꾀가 나서 귀찮은 생각도 들지만 땀에 범벅이 된 남편을 보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오늘은 저녁 11시 가까이 우물가 배수관 작업을 하는데 플래시를 비추다가 졸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얼마나 웃는지 나도 창피하고 멋쩍기도 했다. ‘힘든 것이 아니고 지금 나는 잘 시간이라고 졸린 시간이라고’ 중얼중얼 잠꼬대처럼 하고 있었다.
시누이들이 동생이 혼자 고생한다고 위로하면 ‘고급 인력 디모도가 있잖아’한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는 사람 없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아주 작고 소소하게 도움을 주지만 마중물 같은 존재가 디모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묵묵하게 곁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머퉁이 들어가며 쥐어박히면서 디모도 30년 차인 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 2023.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