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발이익환수제 시행, 강남권 재건축 초고층 제한과 세무 조사 등 재건축규제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재개발과 뉴타운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11일 찾아간 불광동, 갈현동, 금호동 등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은 최근 대형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되는 것과는 반대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체 한산했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잦은 재건축 규제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지치면 쉬어가겠지’ 또는 ‘썩어도 준치다’는 기대심리를 갖고 재건축 시장을 관망하고 있었다.
◇수주전만 떠들썩, 시장은 급랭=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지구로 꼽히는 은평구 불광동 1∼6구역, 8구역 등 총 7개 재개발 구역은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재개발 지분을 찾는 매수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또 지난 6일에는 서울시가 은평구 불광동 1-200번지일대 제 6구역에 대해 당초 제1종 및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 일반주거 지역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정비구역을 지정하면서 높은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 이 일대 시장은 매물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매수문의가 실종된지 2∼3주가 지났다. 입주 지분가격 역시 연초 15평형(단독주택)을 기준으로 평당 1000만∼1200만원을 호가에서 변함이 없다. 50평형 단독주택 등 큰 평형은 오히려 연초 12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현지 선진공인중개사 이광남 사장은 “최근 지구지정으로 추가가격 상승 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문의가 하루 2∼3건도 안된다”며 “지난해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워 매수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 선정기일이 임박하면서 현대건설, 삼성건설,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유수의 건설사간 입찰경쟁이 불붙은 갈현 1구역도 시장은 수주현장의 열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단독 및 다세대주택의 경우, 10평형 미만은 평당 1000만∼1200만원, 10∼15평형은 평당 1000만원선으로 보합세다. 인근 부동산 뱅크 온누리중개사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재건축을 잡으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개발쪽으로 넘어왔는데 요즘은 정부가 재건축에 대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데도 지난달초까지 반짝 매수문의가 있더니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금호20구역의경우 올초 평당 1600만원선의 호가가 요지부동이다.
◇뉴타운지구는 더 싸늘=지난 4월 1지구에 대한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오는 7월 SH공사의 분양가 확정시기가 도래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은평뉴타운도 냉랭하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일대 통일로변을 따라 빽빽이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상태다. 1·2지구는 보상공고까지 나가면서 미등기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상태이기 때문에 거래가 없다.
3지구는 거래가 가능하지만 보상가를 둘러싼 원주민들과 자치단체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데다가 지분을 팔만한 사람은 지난해 다팔고 이주, 추가 매물과 매수가 실종됐다.
3지구내 33평 입주를 예상하고 있는 15평 안팎의 단독주택은 평당 900만원 수준을 호가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발표이후 지난해 말까지 평당 1000만원까지 지분가격이 올랐던 것에 비해 평당 100만원가량 집값이 내린 셈이다. 인근 유성공인중개사 석희백 이사는 “정부가 재건축을 잡고 뉴타운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은평뉴타운과 같은 강제수용지역의 특수성을 고려, 1회라도 일정기간 미등기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뉴타운내 거래 활성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가들 ‘재건축, 썩어도 준치’ =마포구 아현동 인근 투자클럽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로 투자문의가 늘어나기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 한숨만 나온다”며 “재건축 규제가 엄포용인 것 같아 투자자들이 재건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재산세 인상을 비롯해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올린 것도 재개발 시장 위축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강북일대 다수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면서 뉴타운의 희소가치가 하락한 것 역시 재개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뉴타운이 많이 지정됐지만 사업 추진이 더디고, 값이 많이 올라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 05.05.12 파이낸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