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잦아들 줄 모르고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시간은 깜깜하기만 하여
그 답답함과 절박함으로 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충북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서
삼보일배로 우리의 뜻을 표현해 보자는 결정을 했다고 하여,
스물세 해 만에 길에 엎드렸는데
분명히 탄핵 인용은 우리의 주권을 바탕에 두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기둥인 헌법의
당연한 작동 결과라는 것이 상식적 법 이해인데
그 당연한 내 것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이토록 가슴 졸이며 해야 되는 건지,
땅에 엎드릴 때마다 자꾸만 솟아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누르면서
기고 또 기어가면서 외치는 몹쓸 인간 파면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절규,
비록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약간은 이마에 땀도 났고
몸도 조금은 버거워했는데
그래도 싱거운 몸짓이었다는 생각으로
마치고 났을 때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서는 하루 총파업을 결의하고
저녁에도 집회가 이어지는
이 길고도 끝이 안 보이는 민주주의의 길,
4시 55분에 일어나 책 읽고 정리한 것 붙들고
틀린 글자들 고치다가 아침맞이,
아침나절 역시 교정 작업으로 시간 쓰다가
점심 먹고 길 나서서
삼보일배 시작하는 충청북도 도청 앞으로 가서
준비한 다음 삼보일배 참여,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이 삼보일배 했던 세 사람을 만나
술 한 잔 곁들여 이야기 나누다가 집으로 왔고,
반주 곁들인 저녁까지 먹은 다음
마감된 긴 하루,
하지만 여전히 타오르는 영남지역 불은
더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고
헌재의 닫힌 시간 역시 깜깜하니
내 하루는 마감되었지만,
우리 시대의 하루는 아직도 진행 중.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