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전의 농경시대는 지본(地本,land-based)사회였다. 그 때는 오로지 땅을 가진 자가 부와 권력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후 산업화의 영향으로 자본(資本,capitalistic)사회로 바뀌어 돈과 물자가 부를 창출하고 권력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바야흐로 지금은 뇌본(腦本,knowledge-based)사회,즉 지식기반 혹은 정보화 사회로 이행되었다. 근대 탈(脫)산업화 사회의 대표적 미래학 고전이 된 20여 년전의 두 Bestseller <제3의 물결> 과 <권력이동>에 대해 되살펴 본다.
<제3의 물결>이란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전자기술분야의 혁명이 초래하는 인간 사회의 새로운 시대를 지적한 말로서 그의 저서 이름이기도 하다. 토플러는 <제3의 물결>(1980년)에서 인류문명사를 3개의 큰 물결로 나누어서 제1의 물결은 농경 중심의 농업시대,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 후의 공업시대, 그리고 제3의 물결은 전자기술 혁명에 의한 새로운 산업사회 시대로 규정하고, 1980년대에 세계는 제3의 물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토플러는 다니엘 벨(Daniel Bell)이 말한 이른바 후기 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로 이해하려고 하는 선진 공업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미래의 충격(Future Shock)>(1970)에서 다루었다. 이를 보충 발전시킨 것이 <제3의 물결> 이라 할 수 있다. 토플러에 따르면 제2의 물결 시대에는 중앙집권형으로 인간의 목적,사상,행동이 서로 닮은 이른바 "선형적 사고"가 지배적이고 대형 컴퓨터가 이용된다. 그러나 제3의 물결 시대에는 고도의 과학기술에 의한 반(反)산업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성이 넘치는 문명을 만들어 낸다고 봤다. 인간의 사고는 자율적이고 분권적이며, 전자공학 기술혁명이 초래하는 개혁에 의해서 생산과 소비 등 모든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Future Shock)>(1970), <제3의 물결(The Third Wave)>(1980)에 이어 3부작의 완결편으로 <권력이동(Power Shift. 權力移動)>(1990)을 출간하였다. 토플러는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의 워싱턴 특파원과 편집장을 거쳐 코넬대학교 교수를 지낸 인물로, 현대사회가 변화해 가는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미래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권력이동>은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누가 주도,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권력이 단순히 개인,기업,국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기존의 차원과 달리, 권력 본질 자체가 변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식 정보 계층으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분석하고 있다. 즉, 세계가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옮겨가면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원천이 과거의 물리적 힘(violence)과 돈(money)에서 컴퓨터로 대변되는 지식(knowledge)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분석하고, 이 분석에 따라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 저서이다. 이에 따르면, 정보화 사회에서 권력 이동의 폭과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는 오늘날의 권력이 행동하는 능력과 주어진 여건을 변화시키는 능력, 남을 이끌고 생산하는 능력등 국경을 초월한(borderless) 지식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이 책에서 인류 역사상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킨 세차례의 혁명이 있었는데, 첫번째가 신석기시대의 농업혁명이고, 두번째가 신흥 부르주아지의 파워 엘리트(power elite)를 탄생시킨 산업혁명이며, 세번째가 바로 정보화 시대의 지식과 두뇌에 바탕을 둔 유식계급 코그니타리아트(Cognitariat)를 탄생시킨 정보혁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 산업경제에서 정보화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교육체제의 개혁과 사회 기반시설 개념을 탈피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반 인프라확충, 지식 자산(intellectual property)을 평가하고 계측하는 방안의 개발 등을 적극 권고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권력체계에 역시 빠르게 적응할 것을 주장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