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회전에 출전한 한국 최철한 9단, 목진석 9단, 박정환 7단, 김지석 7단 4명의 기사 중 박정환 7단과 김지석 7단이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해온 기사는 김지석 7단. 유럽 대표로 나선 알렉산드로 디너스타인 프로3단을 상대로 한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24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1회전 대국 중 가장 일찍 대국을 끝냈다.
곧 이어 터진 낭보는 박정환 7단의 승리 소식이었다. 1회전 중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측됐던 박정환 7단과 창하오 9단과이 대국은 얼마 전 벌어졌던 비씨카드배 준결승전의 재현이기도 했다. 절정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박 7단이 당시 창 9단에게 졌기 때문에 이번 대국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당연했다.
그러나 박 7단은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백을 든 박 7단은 중반 접어들 무렵 좌상 방면에서 창하오 9단의 대마를 격렬하게 몰아붙여 모조리 잡아내면서 겨우 122수 만에 승리를 건졌다.
국후 박 7단은 "창하오 9단이 그냥 살아두어야 할 곳을 욕심을 내 더 득을 보려다 대마가 잡히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박 7단의 승리는 한국 팀 최고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목진석 9단과 최철한 9단은 예상 외로 고전했다. 목진석 9단이 대 이시다 요시오 9단전은 진행이 아주 느렸다. 48년 생, 본인방 5연패에 빛나는 노장 이시다 9단은 의외로 목9단의 페이스에 쉽게 말려들지 않았고 오히려 부채를 활랑거리며 더욱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목 9단이 불리해졌고 후반에 들어선 돌이킬 수 없는 형세가 되고 말았다. 10년 만에 후지쯔배에 돌아와 기회를 놓렸던 목 9단에겐 불운이었다.
이시다 9단은 “아주 어려운 내용의 바둑이었다. 이긴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공격을 먹힐지 어떨지 고민 됐는데, 공격이 통했던 모양이다. (전날 개막식에서 한 중의 젊은 기사들이 살살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하하, 맞다. 역시 나에게 살살 다뤄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다 9단의 승리는 얼마 전 춘란배에서 조치훈 9단의 활약과 더불어 노장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는 소식이 되었다.
최철한 9단은 하네 나오키 9단을 맞아 중반까지 약간 우세한 형세를 유지했으나 중앙에 선수 교환을 놓치는 바람에 그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패했다.
일본은 1회전에 5명이 나와 4명이 2회전에 오르며 국제대회에서 오랜 만에 활짝 웃었다. 이시다 9단과 더불어 신예 안자이 노부아키 6단과 하네 나오키 9단이 자국에 기쁨을 안겼다. 안자이 6단은 대만 정상급 기사 첸스위엔 8단을 물리치는 기염을 토했다. 하네 9단은 하네 9단 중심으로 4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최철한 9단을 상대로 맞아 장담할 수 없는 바둑이라고 관측되었지만 지난 농심배 2연승의 저력을 되살린 듯 최9단의 실수를 낚아채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사카이 히데유키 7단은 결국 중국의 치우쥔 8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다카오 신지 9단은 남미 대표 페르난도 아길라에 불계승을 거뒀다.
한편, 중국은 창하오 9단이 탈락한 가운데 박문요 5단과 치우쥔 8단이 승리했다. 그러나 두 기사는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어서 대단한 성과라고 보긴 어려웠다. 두 기사의 상대는 각각 각각 미국의 리지에 아마7단, 사카이 히데유키 7단으로 전력상 크게 차이가 났었다.
가장 늦게 끝난 판인 치우쥔-사카이 히데유키 판 직후엔 2회전 대진 추첨이 일본기원 7층에서 열렸다. 이틀 후인 12일엔 2회전이 속개된다. 시드를 받은 한 중 일의 기사도 합류한다.
오는 12일 벌어진 2회전은 더욱 치열한 판이 많다. 한국 6명, 중국 4명, 일본 6명이 한중전 2판, 한일전 4판, 중일전 2판을 벌이게 된다.
우선 박정환 7단이 구리 9단과 대국한다. 산넘어 산이다. 또 이창호 9단이 근래 심심치 않게 맞붙게 된 치우쥔 8단과 또 만난다. 이 9단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1승 2패를 거둔 후 다시 LG배 8강에서 만나 그를 꺾은 바 있다.
이세돌 9단의 상대는 신예 안자이 노부아키 6단. 전력상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박영훈 9단은 다카오 신지 9단과 붙고 김지석 7단이 오랜 만에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민 장쉬 9단과 대결하게 된다. 장쉬 9단이 근래 세계대회에 뜸했던 것은 자국 기전 일정이 워낙 바빴기 때문이다.
강동윤 9단은 최철한 9단을 꺾고 올라온 하네 나오키 9단과 붙는다. 노장 투혼을 보여준 일본의 이시다 9단은 절호조의 중국 랭킹 1위 콩지에 9단을 만나게 됐다. 한편 박문요 5단은 야마시타 게이고 9단과 맞붙는다.
후지쯔배는 88년 일본이 세계 최초로 만든 국제 프로기전으로, 93년 유창혁 6단(당시)이 우승한 이래 한국은 14번이나 우승하며 후지쯔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주최국인 일본은 여섯 차례 우승한 바 있으며 중국은 95년 마샤오춘 9단과 2007년 구리 9단 등 단 두 차례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재)일본기원, (재)관서기원에서 공동 주최하고 후지쯔㈜가 후원하는 제22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의 우승상금은 1,500만엔(한화 약 1억 8000만원), 준우승상금은 500만엔(한화 약 6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며 1분 초읽기 10회가 주어진다.
후지쯔배는 본선 1회전을 마친 가운데 오는 12일 본선 2회전(16강)을 열고 14일 8강전을 펼치며, 4강전과 결승전은 7월 3일과 5일 열린다. 제23회 후지쯔배 본선1,2,회전과 8강전은 일본기원이 해당일 오전10시부터 인터넷 생중계하며,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중계된다.
▶ 각국 참가선수 명단 한국(8명) : 이세돌·이창호·박영훈·강동윤 9단· 김지석·박정환 7단 /(이하 탈락) 최철한·,목진석 9단 일본(7명) : 장쉬·야마시타 게이고·하네 나오키·다카오 신지·이시다 요시오 9단, 안자이 노부아키 6단/(이하 탈락) 사카이 히데유키 7단 중국(5명) : 구리·콩지에· 치우쥔 8단, 박문요 5단/(이하 탈락) 창하오 9단 대만(1명) : (탈락)천스위엔 8단 유럽(1명) : (탈락)알렉산더 디너스타인 3단 북미(1명) : (탈락)리지에 아마7단 남미(1명) : (탈락)페르난도 아길라 아마6단
◆ 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회전 결과 창하오● vs 박정환○ : 122수 백불계승 첸스위엔●vs 안자이 노부아키○ : 246수 백 2집반승 페르난도 아길라● vs 다카오 신지○ : 172수 백불계승 박문요● vs 리지에○ : 219수흑불계승 김지석● vs 알렉산드로 디너스타인○ : 243수 흑불계승 최철한● vs 하네 나오키○ : 270수 백1집반승 사카이 히데유키● vs 치우쥔○ : 247수 백2집반승 이시다 요시오● vs 목진석○ : 217수 흑불계승
◇ 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2회전 대진 강동윤(한) vs 하네 나오키(일) 이창호(한) vs 치우쥔(중) 박영훈(한) vs다카오 신지(일) 이세돌(한) vs 안자이 노부아키(일) 콩지에(중) vs 이시다 요시오(일) 야마시타 게이고(일) vs 박문요(중) 장쉬(일) vs 김지석(한)
▲ 점심 시간이 막 끝난 시점. 바둑판 위는 최철한 9단의 바둑.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박영훈 9단과 김지석 7단이 밝게 웃고 있다.
▲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박정환 7단.
▲ 하네 나오키 9단. 최철한 9단을 꺾었다.
▲ 박정환 7단이 잠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 박력 있는 바둑으로 창하오 9단을 제압했다.
▲ 미국의 장밍주 아마7단. 부채를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 최철한 9단.
▲ 목진석 9단. 사력을 다해 형세를 뒤짚으려 했으나 결국 이시다 요시오 9단에 패하고 말았다.
▲ 일본기원 2층의 바둑책 판매장. 박영훈 9단은 바둑의 기본적인 기술을 담은 책을 구입했다.
▲ 양질의 바둑책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 가진런히 정리되어 있는 바둑책.
▲ 바둑 애호가들이 초급 중급 등으로 나뉘어 각 교실에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 일본기원 1층의 모습.
▲ 1층 한쪽에는 모니터를 통해 후지쯔배를 관전하는 바둑인들이 있었다. 이곳은 아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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