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14일, 제주도 제주시 시내의 관덕정 인근 옛 법원청사 철거공사 현장에서 전라의 여성 사체가 발견되었다. 사체의 상태는 실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얼굴과 뒤통수, 목덜미 등에 심한 구타의 흔적이 있었고, 유두가 도려지고 음부가 훼손되는 등 처참한 상태였다.
경찰의 조사 결과 피해자는 32세의 고모씨로 관덕정 인근의 단란주점에서 일하던 여성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새벽 3시경 자신이 일하는 단란주점의 여주인 현모씨와 함께 귀가하던 길이었다. 현모씨도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는데, 범인은 현모씨를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내버려둔 뒤에 고모씨를 끌고 공사 현장으로 가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모씨는 왼쪽 눈을 실명하는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 구출해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하도 끔찍한 사건이라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수사했으나, 워낙 늦은 새벽에 벌어진 사건인 탓에 목격자도 없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서귀포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1]
난항을 겪던 수사는 경찰서에 걸려온 전화로 급반전되는데, 사건 발생 23일 후인 9월 6일 새벽에 경찰서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하는 전화가 다섯 차례나 걸려온 것이다. 경찰은 이 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한 뒤 전화가 걸려온 공중전화를 찾아냈고, 공중전화에서 채취한 지문으로 김모씨를 체포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 결과 8월 3일과 9월 23일에 관덕정 인근에서 강간 미수와 특수강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모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뒤에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런 수법도 매우 흡사한 걸로 여겨졌다.
결국 김씨는 관덕정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에 의하면 관덕정 인근에서 두 여자가 서로 다투는 걸 보고 돈을 훔칠 목적으로 돌로 내리친 뒤에 핸드백을 들고 달아났는데, 고모씨가 자신을 쫓아와서 핸드백을 돌려달라고 하자 그녀를 인근 공사장으로 끌고 가서 살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 사건의 상황과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김씨는 태연하게 사건 재현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현장검증중 돌연히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김씨의 돌변에 경찰과 검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종일관 범행을 태연히 시인하던 그가 이러니 그럴 수밖에. 결국 증거부족으로 인해 해당 사건은 기소조차 못한 채로 특수강도와 강간미수 혐의만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사건에 대한 분석[편집]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의도가 처음에는 강도가 목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잔혹한 살인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체를 끔찍하게 훼손한 점을 보면 더욱 그런데 이 때문에 범인이 단순히 이 사건만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유형의 사건은 연쇄살인의 시발점 같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물론 제주도에서 이후 비슷한 사건이 없었다지만 과연 안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김씨에 대해서는 범인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찰은 단지 범인을 잡았지만 증거가 없어서 풀려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보면 김씨가 범인일 가능성은 낮고 진범은 따로 있지 않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12년 제주 여성 피살 사건이 일어났는데,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범인이 관덕정 사건과도 관련이 있지는 않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체를 훼손했다는 점, 피해자의 물품을 보란 듯이 버리고 갔다는 점 등의 유사점이 있어서 관덕정 사건과의 연관성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필이면 범인이 잡힌 시점이 관덕정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불과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도 한지라 결국 양자간의 관련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관덕정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종료되었다.
2012년 4월 7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