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는가
질문 같지 않은 질문. 그래서 더 질문 같다.
그러나 작가가 글을 쓴다는 행위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의 도정일 것이다.
괜찮은 작가들의 작품은 대개 이 질문 위에 걸쳐 있다고 생각한다.
왜, 쓰는가 혹은 왜 사는가.
이 질문은 궁극적이고 도저하다.
그래서 왜 쓰는가는 어떻게 쓰는가와 어떻게 사는가로 치환될 수 없다.
나의 민간철학의 관점으로 본다면, '삶의 무의미'를 횡단하는 과정이 글쓰기일 것이고
특히, 나의 시쓰기는 그런 문자적 확인이다. 결코, 의미 있는 수 없는 삶이여.
언제나 그 무의미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언어여. 지겨워라.
홍상수의 16번째 영화 '자유의 언덕'을 봤다는 것. 이참에 그에게도 물어야 한다. 왜 찍는가?
한 두 편 홍상수를 본 사람들은 홍상수가 동어반복을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홍의 그 동어반복을 열심히 관찰한다.
틈만 나면 떠들지만, 이토록 영화적으로 혹은 문학적으로 인간을 관찰한 감독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다. 물론 나의 관점은 문학이라는 국도변에 위치한다.
뉴오커 소설가 폴 오스터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왜 쓰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답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글쓰기를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합니다."
-홍상수 필름 목록
2014년 자유의 언덕
2013년 우리 선희
2013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2년 다른 나라에서
2011년 북촌방향
2010년 첩첩산중(단편)
2010년 옥희의 영화
2010년 하하하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8년 밤과 낮
2007년 해변의 여인
2005년 극장전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2년 생활의 발견
2000년 오! 수정
1999년 강원도의 힘
1997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