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을 다툴 새내기들이 해외 전지훈련에서 맘껏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대형 신인이 풍성한 시즌. 이에 따라 고졸과 대졸 신인들이 벌일 힘겨루기가 벌써부터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졸 출신으로 '학력파괴'의 선봉에 나설 새내기는 김진우(19·기아). 광주진흥고 출신으로 역대 최고 계약금 타이인 7억원을 받은 김진우는 150㎞의 강속구를 앞세워 일찌감치 선발 한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하와이에서 한창 전지훈련 중인 김진우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2이닝 동안 6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완벽한 피칭으로 김성한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김진우에 맞설 대졸 신인의 선두주자는 조용준(23·현대). 연세대 시절 17승3패에 방어율 1.72를 기록하며 대학 최고투수로 평가받은 조용준은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2경기에 등판, 1세이브를 올렸다.
기아와 현대는 올시즌 신인 계약금으로만 20억원 이상을 투자할 만큼 신인왕 탄생을 벼르고 있는 상황. 특히 기아는 85년 이순철(41·전 삼성) 이후 17년 동안 신인왕과 인연이 없어 김진우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학사모 신인왕 차기주자로는 연세대 출신의 이현곤(22·기아)을 비롯해 강철민(22·기아) 김민우(23·현대) 이대환(23·현대) 박용택(23·LG) 등이 꼽히고, 고졸로는 제춘모(19·SK) 윤길현(19·SK) 등이 눈에 띈다.
제춘모는 지난달 28일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4이닝 동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깜짝스타' 등장을 예고했다. 192㎝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140㎞의 묵직한 직구와 제구력이 뒷받침된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는 열아홉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83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신인왕은 19명. 이중 대졸이 13명으로 압도적이지만 89년 박정현(33·전 SK)이 첫 고졸 출신 신인왕에 오르고부터는 대졸(7명)과 고졸(6명)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졸 신인왕의 러시는 90년대 중반부터 고교 우수선수들이 프로를 선호했기 때문.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 졸업장보다는 당장 두둑한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실속파가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뛰어난 대졸 신인이 풍성해 이들이 과연 고졸 신인왕 3연패를 막아낼지도 관심거리다. 신인왕은 시즌이 끝난 뒤 프로야구 기자단의 투표로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