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애용하는 쓰리 제로찌 2단찌 채비
제로찌 낚시를 시도해 마리수 벵에돔을 낚아낸 낚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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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 제로찌낚시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제로찌 자체의 세분화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제로찌 낚시가 유행할 초기만 하더라도 그저 0라고 표시된 찌가 주류를 이루었고 그 뒤로 G와 G2 정도로 표기된 고부력(?) 찌가 또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특히 G와 G2 같은 여부력 찌들은 굵은 목줄과 제로찌 전유동 등을 할 때 매우 요긴하게 쓰였는데 굵은 목줄의 무게와, 물속 저항을 폭넓게 받고 있는 전유동 채비의 저항을 함께 견뎌내기 위해선 다소의 여부력이 있는 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로찌낚시라는 것이 찌만 제로찌를 사용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 띄울낚시를 전제로 하여 제로찌까지 벵에돔이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벵에돔낚시 매니아들 사이에서 쓰리 제로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기회에 쓰리 제로찌(000 표시)의 올바른 의미와 활용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한다. 일단 쓰리 제로찌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쓰리 제로란 얼핏 생각하면 제로라는 여부력이 세 개인, 극히 여부력이 작은 개념으로 생각되나 실제로 바다에 띄워놓으면 서서히 가라앉는 ‘마이너스’ 부력을 지니고 있다. 가라앉는 속도는 바늘에 꿰지 않은 크릴이 가라앉는 속도와 유사하다. 이왕이면 마이너스 제로나 마이너스 G2, G와 같은 표시로 해도 될 텐데 왜 쓰리 제로라는 명칭을 붙였는지는 필자 역시 궁금한 부분이다. 일종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한 상술이 아닐까 싶다.
상, 하 두 찌 모두 ‘프리’ 상태로
쓰리 제로찌를 이용한 이단찌 채비의 기본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그림 1>과 같이 원줄에는 찌 매듭을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전유동낚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여러 수심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두 번째 특징은 쓰리 제로찌를 고정시키지 않아야 한다. 즉 별도의 고정 핀 없이 쓰리 제로찌 까지도 유동이 가능토록 만들어 벵에돔의 입질시 쓰리 제로찌의 큰 덩치가 끌려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이며 또 다른 특징은 쓰리 제로찌가 고정되지 않다 보니 두꺼운 목줄을 사용할 경우 쓰리 제로찌보다 목줄이 먼저 가라앉으면서 원할한 줄 빠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그림 2>와 같이 목줄을 짧게 사용하더라도 원줄이 술술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치 긴 목줄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중간에 들어가는 0형 쿠션고무의 역할은 상, 하 두 개의 찌가 서로 충돌하여 파손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충격으로 인한 미끼의 이탈도 방지해 준다.
상, 하찌를 서로 다른 색상의 것을 사용하는 것은 찌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멀리 원투를 했을 때도 시인성이 좋아진다. 시인성이 좋다는 말은 그만큼 채비 조작성 역시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밖의 목줄 길이와 굵기 등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다시 기술하겠지만 같은 채비에서 목줄의 길이가 계속 짧아져도 긴 목줄의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밑밥 효과로 인해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솟아오를 때는 목줄에 목줄찌를 부착했을 경우만큼은 아니지만 쓰리 제로찌를 목줄찌와 같은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울러 고정되지 않은 쓰리 제로찌는 채비가 깊은 수심까지 내려갔을 경우 속조류 잘 받아내어 채비가 수중여를 타고 넘는 등의 돌파 능력도 함께 갖출 수 있다.
기존 제로찌 채비와의 상대 비교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제로찌를 하나만 사용하는 채비에 비해 원투력과 가시성이 앞선다는 점이다. 또한 먼 곳에 자리잡은 채비가 자체의 무게로 인해 안정성이 확보됨으로서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원줄 늘어짐에도 채비가 쉽게 끌려오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기존 제로찌 채비에서는 원줄에 찌 매듭을 한 뒤 밑밥을 사용해 벵에돔을 띄워낚지만 이 채비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므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쓰리 제로찌는 애초엔 크릴이 가라앉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가라앉게 제작된 찌라고 하지만 채비를 조합해 운용해 보면 <그림 3>과 같이 실제와는 많은 면에서 다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제로찌에서 원줄이 빠져나갈 때의 ‘저항’으로 인해 쓰리 제로찌 자체만이 가라앉을 때보다 하강 정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또한 쓰리 제로찌 자체만을 가라앉힌다 하더라도 무거운 벵에돔 바늘과 크릴이 더해진 무게는 당연히 쓰리 제로찌보다 먼저 가라앉음을 알 수 있다.
일반 제로찌 채비의 경우 제로찌에 찌매듭이 닿은 직후에는 조류의 흐름과 물 속 변화로 인해 채비가 매우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제로찌 2단찌 채비에서는 쓰리 제로찌의 침하 속력과 전유동의 특성상 채비의 정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간사하고 미세한 입질에 대한 대응력도 상대적으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경 거문도에서는 자리돔의 성화로 인해 거의 낚시가 불가능할 뻔한 기억이 있었는데 이때도 제로 2단찌 채비의 위력을 몸소 경험한 바가 있다. 일단 잡어들 너머로 채비를 원투하는데 있어서도 찌 자체의 무게가 있으므로 그다지 큰 힘을 들지 않기 때문에 크릴의 이탈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어 좋았으며, 가공크릴에 비해 점착성이 떨어지는 밑밥용 크릴을 사용할 때도 이 채비는 요긴하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경우에는 제로찌 하나 만을 사용한 채비로는 장시간 한 자리에 채비를 머물게 만들거나 흘려줄 때 불리한 점이 많다. 그렇다고 뒷줄을 너무 많이 주자니 챔질 타이밍이 늦어지고 고기를 걸었어도 이미 앞쪽으로 차고 들어오는 속도에 대응할 수 없는 등의 여러 단점을 제로 2단 채비는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있었기 때문이다<그림 4>.
참고로 언젠가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제로찌를 이용한 2단찌 채비가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사용 방법에 있어 필자의 견해와 다소 차이가 있어 비교해 볼 겸 지적할 점을 지적해 볼까한다. 당시 채비법에서는 ‘제로찌와 쓰리 제로찌 사이의 0형 쿠션고무 대신 찌스토퍼를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2단찌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만드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로찌와 쓰리 제로찌가 찌 매듭에 막혀 분리되어 있다면 원투시 채비가 곧잘 엉키게 되며 원투 자체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벵에돔의 입질시 고정된 쓰리 제로찌의 저항을 받아 자칫 벵에돔이 이물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쓰리 제로찌를 단순히 수중찌 역할로 밖에 활용치 못하는 것으로서 전유동으로 사용할 때처럼 짧은 목줄로 긴 목줄의 효과를 낼 수도 없게 된다.
제로 2단 채비의 다양한 응용
제로찌는 투 제로찌처럼 영점이 잡혀있지 않아 어느 정도의 잔존 부력이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찌의 종류나 메이커마다 다소의 차이를 보이지만 약간의 잔존 부력을 발견할 수 있다. 대게 G2 가량의 잔존부력을 갖고 있어 G2 정도 봉돌을 여부력 감소용, 채비 정렬용으로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파도가 다소 높고 속조류가 복잡하게 흐르는 상황이라면 <그림 5>와 같이 상단찌를 G2나 B로 바꿔 쓰기도 한다. 목줄의 아래 부분엔 G2나 그 보다 작은 봉돌을 상황에 맞춰 부착하기도 한다. 조류가 다소 센 곳에서는 목줄에 봉돌을 물려 채비를 내려주면 깊은 수심층 공략에도 많은 도움이 되며 수온이 낮은 상황으로 인해 상승력이 떨어지는 벵에돔을 노리는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아울러 6m 전후 수심을 노리는 내만권 4~5월 사이의 감성돔낚시에서도 그 위력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제주도로 출조를 나섰다가 제주꾼 한 분에게 이 채비를 설명해준 적이 있다. 연안 수심이 얕은 제주도의 특성상 목줄을 짧게 묶어 쓰는 기법이 어울리는 쓰리 제로찌 2단 채비로 폭발적 조황을 거두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는데 추자도에 가서도 다른 꾼들은 꽝을 면치 못하고 있을 무렵 혼자서만 40~45cm급 감성돔을 6마리나 낚았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 때 쓰리 제로찌 품귀 현상이 일어나 육지에까지 쓰리 제로찌를 구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쓰리 제로찌를 사용한 낚시가 만능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쓰리 제로찌는 단순히 ‘부력이 극히 적은 민감한 찌’로만 인식돼 올바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사용법을 설명해 본 것이다. 기본 운용법은 일반 제로찌 채비의 운용과 유사하며 단순히 수중찌 기능을 넘어서 찌 자체만으로도 여러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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