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47]
외환부 타행이체 계에 있을 때 영국 런던으로부터 한 건에 천만 불이 넘는 송금이 온 적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활황을 예측해 주식시세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송금한 긴급 주식투자자금이었다. 그런데 업무가 많은 관계로 여직원이 평상시보다 이틀을 지체하여 동 자금을 이체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공휴일도 끼어 있어서 더욱더 늦어졌다. 그런데 영국으로부터 송금인의 긴급전문이 날아왔다. 귀 행의 자금이체가 늦어지는 바람에 환율변동과 주식시세의 상승으로 큰 손해를 봤으니 손실액을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큰 금액의 송금 건은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것이 업무의 기본요령인데, 업무에 미숙한 여직원이 큰 실수를 했다. 보상을 요청하는 금액은 원화로 몇 천만 원이었다. 80년대 후반에 수천만원은 거액이었다. 나는 엄청난 금액을 책임자인 내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고 아찔했다. 일단 중대한 사안이라 부서장에게 보고했더니 그도 묘책이 없어 난감해했다.
나는 고민을 하다, 시티은행을 거친 뒤 불란서 은행 한국지점인 파리바 은행에 근무하는 연상(延商)을 나온 대학 동기 박대길 仁兄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해 보았다. 그는 온갖 종류의 업무 경험을 쌓은 국제 업무의 베테랑이었다. 그는 본 건에 대해서 아예 답변할 전문내용을 유창한 영어로 즉시 나에게 불러주었다. “업무처리가 늦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정도의 업무처리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의 요지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쪽의 실수를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냉혹한 국제 업무의 기본 전술이었다. 친구가 작성해준 전문을 보내고 여러 날이 흘러갔지만, 더는 상대방으로부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친구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기야 그 친구의 주장대로 사안마다 언제까지 날짜를 정해 은행 업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매뉴얼이나 규정은 없다. 은행 내부사정에 따라 때로는 업무처리가 지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돌렸다. 업무에서는 산전수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사건이었다.
첫댓글
뭉칫 돈을 만지기는 하지만,
월급 만이 내 돈인데,
거기서 몇천만원이란 거금을 변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금 돌이켜도 아찔하네요~~
다행히 원만히 해결되었지만요^^
ㅎㅎ
은행에서는 변상제도가 있어서 국가정책적이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 은행업무중 은행직원 개인의 "취급상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손실인 경우 해당 은행원 개인이 변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건의 경우 저는 해결될 때까지 상당한 걱정을 했습니다ㅡ
아,
그걸 은행원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군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겠는데요,,,
좋은 분 곁에는 좋은 분이 계시기 마련이니,
다저스님이 곤경에 처하셨을 때 도움을 주신 그 선배님이 참 감사하네요.
평생 얄팍한 봉급만 만져본 제겐 미지의 세계를 다저스님의 글을 통해 많이 알게 됩니다. ^^
화합의 공주인 항아리님 오늘도 제게 댓글을 통해 힘을 불어 넣어 주시네요~~~
아이고ㅎㅎ 다저스님 덕분에 공주 소릴 다 듣습니다. ㅎㅎ
황송하옵니다. ^^
교직은 순수하고 정직한 직장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그당시 몇천만원이면 상당히 큰돈인데
다저스선배님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요..
다행이 인맥이 좋으셔서
잘 해결 되셨듯이
특히, 남성분들은 사회생활
하려면
선후배 와의 좋은
사이로 인맥 관리도
필요하겠어요~^^
맞습니다
우리 팝힐방에도 보라님 같으신 좋은 인맥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