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형식 2
어머니
김일연목사
새창걸 들판에서
봄 햇살의 가닥사이로
새참 광주리에
아지랑이를 가득 이고 오신
우리 어머니
옹이 같은 손으로
흑백의 찬장을 열고
미원 같은 오랜
저녁 밥상을 차리신다
밤하늘에 소쩍새
눈물 차오를 때
감꽃 불을 켜시고
모성의 심지를 돋운다
다랑이 논둑 같은 생의 두루마리를 펴고
흐린 눈에 상향등을 켠 채
어머니는 허기진 가난을
촘촘히 꿰매신다.
/
(수필) 새참 광주리에 빈 그릇을 이고 오셨다 →
새참 광주리에
아지랑이를 가득 이고 오신
우리 어머니 (시)
(수필) 손가락 마디가 부은 손으로 찬장을 여셨다 →
옹이 같은 손으로
흑백의 찬장을 열고 (시)
미원 같은, 197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상표, 그리운 유년시절,
친근하고 오랜 친구 같은 느낌 작가 주관
미원 같은 오랜
저녁 밥상을 차리신다
(수필)밤 하늘에 소쩍새가 운다 →
밤하늘에 소쩍새
눈물 차오를 때 (시)
(수필) 호롱불을 켜시는 우리 어머니! →
감꽃 불을 켜시고 (시)
(수필) 호롱불 심지를 돋우셨다 →
모성의 심지를 돋운다 (시)
(수필) 낡고 해진 옷들을 펼쳐 놓으시고 바느질을 하신다. →
다랑이 논둑 같은 생의 두루마리를 펴고 (시)
(수필) 눈이 어두워 눈을 치켜뜨고, 부릅 뜨시고 →
흐린 눈에 상향등을 켠 채 (시)
(수필) 낡고 구멍난 옷을 꿰매시는 우리 어머니 →
어머니는 허기진 가난을
촘촘히 꿰매신다. (시)
시의 형식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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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
김일연 목사
고향, 가을 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사방에 고운 병풍을 쳤다
메뚜기 톡톡 튀는 총지논
숫돌에 낫을 갈아
무르익어 고개 숙인
벼를 벤다
차그득 차그득
10포기, 12포기
한 줌에 쥐고
논바닥에 가지런히 재운다
빨간 자전거 탄
우체부 아저씨
편지요 편지!
들풀 한 줌 뜯어
까만 손을 닦고
논둑에 앉아
그리운 친구를 읽는다
고단한 가을 추수
아픈 허리 펴라고
큰 쉼표를 선물해 준
새참 같은 편지
추수도
가을도
깊은 고독마저 잊은 채
가을 들녘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
귀뚜라미
김일연 목사
창문을 열어도
창문을 닫아도
귀뚤 귀뚤
내 가슴에 울리는
가을 음악회 소리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귀뚤 귀뚤
골목길엔
수줍은 맨드라미
춤을 추고
귀뚤 귀뚤
우물길엔
여뀌, 고마리
단장하고
화사하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