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치호는 약 4000만 년 전에서 1만 년 사이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지에 살았던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이다.
검치호랑이라고도 하는데 약 20cm에 달할 정도로 긴 송곳니가 구부러진 칼처럼 생겼다고 해서 날이 휘어진 긴 검을 의미하는 세이버(saber)란 말을 사용, ‘Saber-toothed tiger(劍齒虎)’란 이름이 주어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고양잇과의 스밀로돈(Smilodon)이다. 몸집이 호랑이 정도로 대부분 남아메리카에서 살고 있었는데 강한 목의 힘과 몸무게를 이용, 송곳니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여겨진다.
1만 년 전 홍적세 말기 사라진 검치호랑이. 최근 연구 결과 초원에 살다가 기후변화로 인류가 초원에 진출하면서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Wikipedia
치아 분석으로 멸종 원인 밝혀내
8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그동안 과학자들은 검치호가 사슴, 노루와 같은 숲속에 사는 온순한 동물들을 먹고살았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LA 인근 라브레아 타르 연못(Rancho La Brea Tar Pits)에서 발견된 화석의 치아 분석 결과 이전의 연구가 오류임이 드러났다. 말이나 들소 등 초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사냥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검치호 등 맹수류와 먹이가 된 초식동물들의 화석이 타르(tar) 속에 묻혀 있어 검치호의 멸종 원인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논문은 현대 생물학 학술지인 ‘커렌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5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Causes and Consequences of Pleistocene Megafaunal Extinctions as Revealed from Rancho La Brea Mammals’이다.
연구에는 밴더빌트 대학, 뉴욕주립 박물관(New York State Museum), LA 라 브리어 타르 핏츠 뮤지엄(La Brea Tar Pits & Museum)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LA 인근 랜쵸 라 브레아(Rancho La Brea) 지역에 있는 타르 연못에서 5만년 이전에 살았던 검치호, 아메리카 사자(American Lion), 쿠거(cougars), 코요테(coyotes), 캐니드(Canids), 그레이 울프(grey wolves) 등의 화석을 발굴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발굴팀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홍적세 말기 많은 맹수들이 멸종하게 된 원인이다.
홍적세란 약 170만~1만 년 전까지의 기간으로 매머드 같은 코끼리류와 그 밖에 대포유류가 많이 살았던 시대다. 또 빙하를 배경으로 원인(原人) 및 진정 인류가 나타나 활동을 시작한 시기다.
그러나 홍적세 말기인 13만 년 전부터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후 홀로세(Holocene)가 시작되는 1만 년 전까지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하게 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홍적세 소멸(Pleistocene extinction)’이라 지칭하고 있다.
코요테는 숲속으로 이동해 생존
그동안 과학자들은 홍적세 말기 어떤 이유로 인해 거대하고 사나운 동물들이 대량 멸종했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여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일부 맹수들이 멸종한 것은 먹잇감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논문은 검치호와 이리의 조상인 캐니드 같은 맹수류가 초원에서 큰 초식동물들을 먹고살았으며, 코요테와 회색늑대와 같은 동물들은 숲속에서 작은 동물들을 먹고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검치호와 같은 큰 맹수들이 멸종한 이유가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힘이 강해진 인류가 초원으로 진출하게 되고 검치호와 같은 맹수들은 서식지를 잃으면서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여 년간 라브레아 타르 연못에서 발굴된 동물들의 치아 연구를 해온 밴더빌트 대학의 라리사 데산티스(Larisa DeSantis) 교수는 “연구를 위해 치과의의 도움을 받아 치아 화석에 대한 화학적 분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초정밀 현미경을 통해 밝혀진 치아마다 다른 조직과 패턴 분석 결과를 통해 이들 맹수들이 어떤 식으로 어떤 먹이를 먹고살았는지 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검치호가 숲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종래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특히 검치호가 캐니드, 쿠거, 코요테 등 다른 동물들과 함께 치열하게 경합하다 멸종했다고 주장해왔다.
데산티스 교수는 “검치호와 캐니드가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초원에서 먹잇감이 사라지고,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초원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검치호, 캐니드와 같은 동물들은 다 멸종했지만 숲속에서 작은 동물을 먹고 살았던 코요테, 회색늑대와 같은 동물들은 다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코요테의 경우 치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처음에는 시체를 먹고살다고 숲속으로 거주지를 이전해 그곳에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고 살면서 멸종동물 군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데산티스 교수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코요테와 같은 동물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먹잇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동물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