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미국 할머니 대학졸업
이른 시간 출근을 서두르다 무료신문 가판대에 손이 갑니다.
언제부터인가 유료신문이 없습니다.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이 판치는 세상도 싫지만 그렇다고 경한세국(경향, 한국, 세계, 국민)도 그리 유익하진 않긴 매한가지입니다.
우선 동전 지불이 필요 없으니 좋긴 합니다만.
하긴 무가지를 신문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좀 많이 부족한건 사실이긴 합니다.
신문은 신문다워야 합니다.
그냥 그날, 그날의 소식지 정도랄까.
가벼운 세상에 무거운 머리를 들고 다니는 것도 죄악입니다.
32비트용량에 과다한 업무를 부과한 탓에 내 머리는 항상 과 부화상태이긴 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저장되기도 전에 휘발성을 발휘하여 날아가 버리니 조금은 견딜성 싶긴 합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알량한 지식이 여과되지 않은 채 종종 발견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정도의 양도 없다면,
나의 무식은 도를 지나쳐 통통 튀어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원대한<?>꿈을 가지고 방송대 기차를 탄지도 오학년을 넘어 육학년생입니다.
참 많은 시간들이 지난 것 같습니다.
사지선다형에 굳어진 퇴색한 머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길 잃은 철새마냥 허공에다 날갯짓을 합니다.
도무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컴퓨터의 이해는 뭘 이해하라는 건지 뜨악, 예상을 벗어난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심한 머리는 하얗게 연기만을 몽실몽실 뿜어댈 뿐입니다.
영어만 할 줄 알아도 쓸 수 있는 ISP그저 허탈한 웃음만이 나옵니다.
빈 공간을 채우라는 철칙에 충실한 나머지 말도 안 되는 낯간지러운 단어를 기입하고는 나 스스로 붉어오는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푸헐, 良藥은苦口이나 利於病이라, 忠言은 易耳이나 利於行이라.
나의 아둔한 머리에 고소를 금치 못한 하루였습니다.
세계의 역사 또한 화려한 말발만큼이나 술술 터져 나오지 않음이 심히 통탄스럽기만 합니다.
오호 통제라 부지런히 글쓰기를 연마하야 막힘없는 글 달인이 되는 그날까지 쓰고 또 쓰리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꽃비가 내리는 월미도로 무거운 몸을 피신합니다.
허기진 양두구육에 꾸역꾸역 김밥을 다져 넣습니다.
여유롭지 못한 낭중지돈을 한탄하며 노란바다를 구경합니다.
제주도는 파란바다라고 하는데.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
평소 재물보기를 돌같이 하는 선비정신에 입각한 국문학도들이 아닌가,
어려운 경제사정을 몸소 실천하는 모범인 들인지라 잠시 바다구경을 접고 소래포구로 방향을 선회 합니다.
토요일 오후의 싱그러운 햇살이 얼어붙은 몸속을 유영 합니다.
삐질삐질 땀방울이 매끄러운 살결에 미끄러지듯 흘러내립니다.
도로를 메운 차량행렬, 이번에도 결국은 소래포구에 정박을 포기하고 대공원으로 위화도 회군을 감행 합니다.
‘전하 안골 추어탕이 시험보고 빠진 기력보강에 최고인줄 아뢰오.’
‘경들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가자꾸나.’
진용장군은 일언반구 가타부타 말없이 유유히 그때그때 방향설정을 합니다.
네비뇬을 잘도 타이르면서, 빨간 고추장 국물에 추어는 자취를 감추고 수제비만 둥둥 떠다닙니다.
중 단지 가마솥엔 돌솥밥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토해냅니다.
한 순배 돌아간 막걸리 트림에 알알해진 얼굴에, 마지막 누룽지 까지 포만한 배는 세상을 지배 합니다.
마지막 행선지는 원적산입니다.
선홍빛 진달래가 지천으로 퍼져 있답니다.
바람결에 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행복한 왕자가 되어봅니다.
아줌마<?>들의 수다에 동화된 나의 수다는 그 도를 넘었습니다.
어쩌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으니 나 역시 아줌마들의 숲에서 살아남으려면 과다한 수다로 버텨 낼 수밖에 어쩔 수가 없답니다.
두견정, 새조우변에 입구 ,달월, ㅡ두견 견, 진달래 견입니다. (杜鵑亭)
달밤에 입 벌리고 슬피 우는 새가 두견이 아니던가. 공부하는 학생은 배우는 대로 써 먹어야 훌륭한 학생인 것입니다.
야트막한 산은 언덕,
즉 구릉입니다.
체육관이 보이고 원거리엔 부천 시내가 들어옵니다.
봄은 저만치 가 버린 듯 더운 온기는 땀을 배출하고 가벼운 산보에도 정신이 맑아옴을 느낍니다.
갈 길 바쁜 아낙들을 하나둘, 배웅하고 차안의 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함에 우리들의 토요일 중간시험 본 날도 점점 하직인사를 합니다.
삶은 계란입니다.
무얼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주어진 삶에 익은 계란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시험을 보더라도 시험에 들지 말고 오늘처럼 단란한 나들이로 기분이
상쾌해 졌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할 손가.
아직은 내 나이 오십대 중반, 94세 미국 할머니에 비하면 젊은 소년이나 다름없습니다.
졸업이 늦으면 늦는 데로 꾸준히 글쓰기 연습에 정진할 일입니다.
그러다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쉬지 말고 쓸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불후의 명작이 탄생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관상소설을 한 번 써 볼까 생각중입니다.
등장인물의 성격묘사를 물형으로 대입을 시키고 그 물형으로 캐리커처를 삽입해서 이해도를 높이는 겁니다.
즉 물형 인물 캐리커처와 관상학적 인물묘사, 그 관상을 타고난 인물들의 활약상과 타고난 사주를 바탕으로 발전과 쇠락의 길을 엮어 보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이런 책이라면 독자가 생겨서 책이라도 팔릴까요.
참, 요즘 사람들 책을 멀리 합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책은 작가와의 간접 여행입니다.
이 가을엔 독서여행을 떠나보아요.
첫댓글 그림도 있다면 훨씬 더 친근한 책이 될것같아요 ! 화이팅 !!!
늘 흔적을 남기시는 행복해님. 행복하세요. ^^
그 책 제가 살께요^^
늘 재밌게 글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은 생명을 연장 시킵니다. ㅋㅋ
저도 그 책 사서 볼겁니다
말만 들어도 흥미진진 합니다
ㅎㅎ 빨리 쓰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