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월 7일 방문
매우 추운 날 이었습니다.
종로 오후 4시에 볼일이 있었고,
아점을 먹었으니 점저를 종로에서 먹으면 되겠다하여 지도에 저장해 둔 여러곳을 물색해 봅니다.
겨울에는 평양냉면이지! 남포면옥으로 목적지를 정합니다.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해 1번 출구로 나와 골목을 들어서니
골목으로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감사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직을 했던 이들의 성격이 드러나는 싸인들.
발전, 번영, 사람, 추억,낭만
저래 크게 걸어놓을 일인가.
일력이 매우 맘에 듭니다.
어릴 때 보던 일력의 숫자 폰트를 여기서 만나다니!
일력을 뜯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내가 일력을 뜯을 때 마다 숫자 모양이 너무 멋지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봐도 유려한 곡선이 맘에 듭니다.
화장실 가다 마주한 안쪽 식사공간.
빈대떡을 주문했는데, 저런, 점심 시간이 지났다고 먹을 수 없다 합니다.
브레이크 타임 없어 감사했던 마음이 희미해집니다.
매우 아쉬워 하며 만두로 주문합니다.
유명하고 큰 식당에서 일하시는 젊지 않은 분들 특유의 분위기에는 늘 주눅이 듭니다.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닌데 말입니다.
절대 불친절 하지 않으나
어떤 가치도 없는 눈빛과 표정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결정을 빨리 내리라고 느껴지는 재촉
빠른응대
무심함과 불친절직전의 느낌을 주는 음식을 내려놓는 손목의 스냅까지.
사기그릇의 정성 기분 좋습니다
온육수, 육향 좋고, 맛납니다.
주전자로 마시고 싶습니다. 소주를 일 병 합니다.
정성있어 보이는 동치미를 마십니다.
동치미의 짠 청량함과 들큰힘이 입에서 침을 마구 뿜어내게 합니다.
그런데 답니다, 이상한 단맛이 끝에 있습니다.
언능 육수로 입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맛있는 겨울무가 아주 적당하게 덜 익었습니다.
맛 없기 직전의 잘 익은 상태, 허허 웃음이 납니다.
육향 가득한 만두
만두를 입에 넣자마자 피가 떡같이 씹힙니다.
피 자체로 맛이 있습니다.
뒤를 따라오는 육향도 매우 좋습니다.
육수를 먼저 들이킵니다.
달달함이 입에 남습니다.
동치미의 맛에 육수가 좌우되는 느낌.
한참을 쩝쩝거리며 육향을 찾으려 이 육수가 어떤 맛을 주는지 느끼려 노력합니다.
만두를 먹고 육수를 들이키니 아무맛도 안 납니다.
입을 씻고 먹으니 육수맛이 납니다.
식초 겨자를 넣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넣었다가는 육수맛이 식초 겨자 뒤로 꼭꼭 숨을 판 입니다.
오이와 무김치와 함께 먹으니, 냉면맛이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오이가 매우 맛납니다.
머리까지 맑아지는 오이맛
면만 입 안 가득 먹어봅니다.
메밀향이 목구멍 콧구멍 머리 전체를 울립니다
면은 매우 좋습니다.
고기맛도 훌륭하구요.
노란 덩어리들이 간간히 보이는데, 씹으니 생강!
저게 뭡니까.
산고추 장아찌? 동치미의 이상한 단맛을 만들어낸 주범이 너 아니냐?
어쩌면 소금에 삭힌 산고추일지도 모른다 싶어 씹어보니.
아닙니다. 그 달달한 그 장아찌 아닌, 절임.
평양냉면은 쨍하다면서요,
평양냉면 맛을 모릅니다.
누군가는 100그릇쯤 먹어야 그 맛을 안다하기도 해서,
서울을 오면 꼭 평양냉면을 한 그릇씩 먹어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평양냉면을 먹는것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내 이 음식 안에서 육향을 찾아내리라 고군분투를 하는 행위 자체인것 같습니다.
음식이라면 입안에 들어왔을 때, 아, 이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내가 이리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무슨맛인지를 찾으려 노력하며 애쓰다 무슨맛인지 모르겠는게 내 탓인것 같아지는게 맞는건가
많은 생각을 하며 먹습니다.
4년 전 을밀대에서 평냉을 두 젓가락 먹고
"이거 왜 먹음?"이라 했던 함께 식사를 한 우리집 청년은 표정이 안 좋습니다.
그래도 을밀대보다는 먹을만 하다합니다.
벽에 붙은 수요미식회 사진을 보니, 갈비탕을 먹었어야 했을까요.
면옥이잖습니까.
8개의 빨간 네모만큼의 감동은 없는 한 끼였으나,
식당을 운영하는 모양새에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근래 먹은 평양냉면중 서령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남대문의 서령 말고, 강화에서 먹었던 서령.
그랬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첫댓글 중학교 때 처음 냉면을 먹어보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꿩고기 완자가 올라간 냉면 한 그릇은 면과 육수와 고명의 조화가 마치 수묵담채화에서 느껴지는 소우주를 마주한 느낌이었달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냉면이라는 음식이 주는 미감에 빠졌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부장님 말씀에 동의하는 게 언니가 춘천으로 시집가면서 강원도 막국수 맛집을 섭렵하게 됐는데 지금은 냉면보다는 막국수를 좋아합니다
냉면 육수 컨디션이 오늘은 안 좋았네 하는 상황들이 짜증이 나서요. 그걸 감수하고 먹기엔 냉면은 너무 비싸졌습니다
온전하게 면에서 메밀향이라도 즐길 수 있는 막국수가 좋아요.
비교를 하기 그렇지만 평양냉면을 먹을때면 늘 진주의 물국수가 생각납니다.
평양냉면의 문화가 그런거다 라고 생각하고 먹기에는 가격, 맛, 만족감, 식사의 즐거움 모든것이 물음표 투성이입니다.
제 냉면은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할아버지가 카라에 털 달린 코드를 입으시고 깃털달린 중절모를 쓰고 제 손을 잡고 남포동 원산면옥에서 사준 비빔냉면이었습니다.
육각인가 팔각인가 갈색 세로줄무늬 컵에 육수를 먹는게 즐거움이었는데 할아버지랑 원산면옥을 가는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분위기와 면이 한 그릇에 단정히 나오는 모양새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식사하고 돌아올 때 석빙고 팥 하드를 사 주시고 차이나타운에서 떠우장을 사 주셨는데,
어린 발검음에 힘든 길이었지만, 좀 어른이 된 것 같고 으쓱하고 그랬던것도 같고요.
아아아아... 모르겠습니다. 평양냉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