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모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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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린 딸과의 추억을 말했으니까 이번엔 어린 아들과의 추억을 전해야 형평이 맞겠지요.
<꽃모종을 하면서>는 산문과 운문의 경계 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작품입니다.
고향마을의 꽃과 더불어 개구장이 아들의 '꼬추'가 기리고 있는 것은 할머니의 가없는 내리사랑입니다. 할머니의 사랑이 나를 통해 아들에게 전해 지는 것은, 꽃밭에 봄빛이 퍼지듯 자연스런 일이겠지요.
오탁번은 대학 재학 중에 동화, 시, 소설 부 분 신춘문예 3관왕을 차지한 문학 천재입 니다.
이후에도 학문적으로도 공부를 계속하여 고려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지요. 1980년대 유행처럼 번지던 이른바 ‘민중시’ 와 거리를 두고, 유년과 고향의 정서를 녹여 내고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잔잔한 정서를 그려냈습니다. 또한 정지용 연구를 학위 논문으로 썼으며, 소월과 미당을 높이 평가 하였습니다.
이른바 문단 사회의 병폐인 패거리 문화를 배척하였으며, 문인이나 예술가이면 늘상 있을 법할 만한 술주정이나 객기, 지저분한 사생활 없이,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했 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24.8.3.토.
꽃모종을 하면서/오탁번
따뜻한 봄날 꽃밭에서 봉숭아 꽃모종을 하고 있을 때 유치원 다니는 개구장이 아들이 구슬치기를 하고 놀다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모종삽을 든 채 나는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아빠 아빠 쉬도 마렵지 않은데 왜 예쁜 여자애를 보면 꼬추가 커지나? 아들은 바지를 까내리고 꼬추를 보여주었다 정말 꼬추가 아주 골이 나서 커져 있었다
꼬추가 커졌구나 얼른 쉬하고 오너라 생전에 할머니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자에게 말씀하시던 일이 생각나 나는 목이 메었다 손자의 부자지를 쓰다듬으시던 할머니는 무너미골 하늘자락에 한 송이 산나리꽃으로 피어나서 지금도 손자의 골이 난 꼬추를 보고 계실까
오줌이 마렵지 않은데 예쁜 여자애 알아보고 눈을 뜬 내 아들의 꼬추를 만져보며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럼 그렇구말구 아빠 꼬추도 오줌이 마렵지 않아도 커질 때가 있단다 개구장이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구슬소리 영롱하게 짤랑대면서 골목으로 달려나갔다 조그만 우리집 꽃밭에 봉숭아 꽃모종을 하려고 나는 다시 허리를 구부렸다
3:21 - https://m.youtube.com/watch?v=QaqPxp4pn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