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월드컵 한달동안, 우리모두가 챔피언이 되었다는 생각때문인지,
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챔피언은 제목부터 묘한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친구>와 비슷한 분위기의 재밌는 영화일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을 빗나갔다.
김득구의 죽음을 영웅화 시켜 매우 흥미롭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감독은 한 권투선수가 가진 인생역정을 나름대로 진지하게 성찰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가수나 영화감독들의 경우 한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어느정도 경제적 기반이 생기면 다음 작품은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상업적인면이 줄어들고 작품성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작품은 그런 경우가 아닐까...
평소 감독이 만들고 싶었던 한 인간의 생애에 대한 진지한 고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김득구의 삶을 조명하는 것도
그렇고 권투영화가 갖는 액션감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는 느낌.
영화 전체가 유호성이라는 배우 한명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좀 지루하고...
어릴적 기억에 라스베가스 특설링에서 열린 김득구와 맨시니의 경기를 텔레비젼으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득구는 정말 많이 맞았다.
그리고 나중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죽음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다.
운동경기를 하다가 사람이 죽다니,
그것도 순간의 사고가 아닌,
계속되는 주먹질에 맞아서 죽은 것이다.
그의 죽음을 무슨 말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을 까, 어려운 일이다.
이해하기도 힘든 것을 영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더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영화를 보다 보면, 송재익 캐스터가 자주 나온다.
권투가 인기있을 때는 권투전문 사회자였던 사람이,
지금은 축구중계를 주로 한다.
시류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송재익의 중계를 듣다보면 가끔 내가 축구를 보는지 권투를 보는지 헛갈릴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