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불합격의 슬픔과, 합격의 기쁨과, 외교부 근무의 고달픔을 모두 느껴본 사람중 하나입니다.
소중한 휴일날 고시생 까페에 와서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에 웃음도 나지만
슬픔에 잠겨있는 선배, 동기,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 용기가 없어서,
나중에라도 그들이 읽게 되지 않을까 하여 글을 남겨봅니다.
일단, 합격을 손에 쥘만한 실력이 있지만, 아쉽게 운이 닿지 않은 분들께.
합격이라는 게 참으로 묘합니다.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데, 어쩜 그렇게 손에 안잡힐 수 있는지
하늘에 계신 분들이 참으로 원망스러울 지경이지요.
합격선에 위에 있는 자들과, 합격선 아래에 있는 자들의 점수 차이가 소수점인데
그 점수야, 당일에 영어 단어 생각 안났던 거 생각 났으면, 시간 부족해서 못쓴 두줄 더썼으면, 배만 안아팠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점수였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들만 하고 있으면 속이 까맣게 타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는 오늘의 불합격을, 먼 미래의 성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합격자 명단에서 그렇게 찾고 싶었지만, 없었던 이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이번에 불합격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외교부 내 없어서는 안될 인재로 성장하실 분들입니다.
현재의 1년에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좀더 먼 미래를 보시어
절망감을 극복하고, 분을 삭히고, 책상 앞으로 돌아갈 만한 용기를 찾으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저는 고시에 합격하는데 급급하여, 논문도 1장으로 압축하여 핵심 단어만 외우고, 좋은 구조다 싶으면 비판없이 외워
답안지에 그대로 복사해 내는 식으로 공부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에 깊이가 너무 없어져 버렸지요.
지금 일하면서 쓰는 보고서를 보고 과장님께서 농담조로 한마디 하십니다.
"보고서가 1차원적인 것 같아" "자네, 합격을 너무 빨리 한거 아냐?"
그런 말이 화살이 되어 제 가슴에 꽃힐 때, 저는 제 고시공부 기간을 떠올립니다.
제가 그때 좀 더 깊이있게 공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요....
운좋게 점수 몇점 차로 합격해 버린 것이 독이 된 것은 아닐까요...
이런 저의 고민을 보면, 오늘 눈물을 삼킨 여러분은 오히려 행운아입니다.
내공을 쌓을 기회를 한번 더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올해 공부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더 채울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았다고, 마음을 바꿔보십시오.
외교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능력입니다.
공무원 사회에서, 기수대로 진급하고, 기수대로 승진하는 등 분명 제약이 있겠지만
같은 기수 내에서, 비슷한 급(과장, 서기관 등) 내에서 운신의 폭을 결정짓는 것은 자신의 능력입니다.
능력없는 자야 몇년이 지나도 서무일만 겨우 해내고, 윗분들 양에 안차는 쓰레기 보고서나 써낼 것이고
능력있는 자는 들어온지 몇달 만에도, 중요한 일을 척척 해내고, 깊이있고 통찰력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겠지요.
오늘의 슬픔을 극복해서, 주어진 1년 동안 엄청난 내공을 쌓아 돌아오시길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저야, 내공이 턱없이 부족한 신삥이니까요
불합격의 슬픔에 더해, 턱없이 낮은 점수로 좌절하고 계신 초시생 분들께
초시생의 마음이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공부량이 부족한 것도 알고, 답안지 못쓴 것도 아는데, 합격자 명단에 없으면 굉장히 서운하지요.
'아, 아깝다...'
그러다 다음날 야속하게 날아드는 점수 문자를 보고는 기겁하지요.
'뭐야, 점수가 이렇게 낮아서, 내년에 합격할 수 있겠어?'
하지만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제가 초시 떨어지고 난 1년간 했던 공부입니다.
- 국제정치학 기본서 3권 2회독, 기본서는 단원별(중복될 경우 주제별)로 노트 1장 분량으로 요약하여 서브노트 작성
1순환, 3순환 강의 들으며 답안지 작성 연습, 수업중 나누어준 논문은 모두 읽고 노트 1장 분약으로 요약
- 국제법 기본서(김대순 저) 2회독,
기본강의, 1순환, 2순환, 3순환 강의 들으며 답안지 작성연습
3순환시에는 답안지 작성 스터디와 병행 (두 유명강사의 3순환 문제 풀어보기)
예상문제, 주요 주제별로 요약된 서브 노트(두 유명강사의 수업교재를 짬뽕) 2회독
- 경제학 기본서 (미시 1권, 거시 2권, 국제경제학 1권) 2회독
1순환, 3순환 강의 들으며 답안지 작성 연습
김X욱 강사의 수업교재를 바탕으로 서브노트 작성 후 3회독
10년간 기출문제, 황XX 강사 선정 예상문제 선택적으로 풀이
- 영어권 국가에서 체류한 경험 있음
기본 영어 단어 암기 스터디(7,8월간 주3회) 모의고사 스터디(9월~12월간 주 1회) 참여
정XX 강사 모강 수업 1달 수강
- 제2외국어 강의 6월달부터 격달 수강
제2외국어 스터디 (방만하게) 주 1회 운영
제2외국어 모강 수업 (3,4) 모두 수강
이렇게 1년 공부하니 국제정치학은 약 5점 (저는 관련학과를 졸업하였던지라, 초시 때도 60점대가 나왔습니다.)
국제법은 약 30점 (초시에는 과락 점수였지요), 경제학은 약 15점(초시때도 1순환, 3순환 수강, 거시 공부는 부족)
불어는 약 15점 상승했습니다. (영어는 70점대에서 60점대 후반으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합니다. 저는 참 게을리 공부한 사람입니다.
3개월마다 찾아오는 슬럼프에 1주일 이상 잠수를 타고, 주말마다 놀러다니느라 공부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11시가 넘어야 독서실을 나오는지라, 일부러 오전수업만 골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위에 적혀있는 만큼 공부를 했으니, 여러분은 1년간 그 이상 하시면 됩니다.
가장 내공이 얕고, 운좋게 합격한 제가 한 공부보다는 무조건 더 많이, 더 깊이 하셔서 내공있는 합격생이 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외교부가 할일도 많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엄청난 내공으로 무장한 외교관이 되어, 조직 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재가 되실 수 있길 빕니다.
글실력도 부족하고(내공이 없는지라), 두서 없이 쓴 긴 글이지만
골방에서 혼자 슬픔을 달래고 계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정말 열심히 해야겠어요!ㅠ 얼른 컴을 꺼야지원-_-;;;
애정이 묻어나네요
초시생의 마음 너무 잘 아시네요.ㅠㅠ 제가 딱 그 마음이라 정말 내년에 합격을 목표로 할 수 있을지 마음이 심란했는데..인생선배님이 이런 글 올려주셔서 참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도 능력 꽃피우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이 정말 느껴지는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니깐...외무부에는 이런 선배님들이 계시는구나 싶어서.... 공부포기하지 말아야겠단 생각합니다. (요즘 어떤 사건때문에 좀 실망모드였음 ㅎㅎㅎ) 감사합니다
고마운 글 잘 읽었습니다. 초시생으로서 앞만 보고 달려야 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한 글 고맙습니다. 격려가 되네요. 저도 마지막 1년, 열심히 하고 싶어지네요~
감사해요//오늘따라 무지 공부 안 되어서 속상했었는데...힘내겠습니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네요. 그리고..글 너무 겸손하게 쓰신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좋을 글을 읽고 왜 눈물이 나는지....열심히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정말 감사해요.. ㅠ_ㅠ 이런 따뜻한 마음 잘 받아서 물려주는 사람이 되고싶네요..
지난 시간 후회가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쩝... 그래도 이 글이 세번 떨어지고 또 해야할지 고민하는 저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네요.. 흑... 근데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열심히 공부 안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저 양을 다 소화시키신건지... 놀랍네요~
시간이 전부는 아니겟지요. 아마 글쓴 분은 소위말하는 '할 떄 집중해서 한 '분이 아닌가 싶네요 ㅎ 저도 공부시작한 지 몇달 안되었지만, 선배님들 글 읽으면서 다잡고, 정말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쓴분께 감사드려요 ^^
고맙습니다. 거짓이 아니라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