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6일 일본 북해도 사로마에서 열린 IAU(세계울트라마라톤 연맹) 100Km 세계선수권대회에 KUMF(대한 울트라마라톤 연맹)에서 선발한 국가대표(남자 3명, 여자 1명, 임원 4명)를 인솔하여 참가하였다.
먼저 사로마100Km 대회의 개요를 살펴보면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아주 유서 깊은 대회로 지자체의 폭발적인 지원과 자위대의 후원으로 완벽한 대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는 대회 출전선수만해도 3,000여명에 이르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대회로 성장하였다.
2001년 16회 대회에서 완주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만 4년 만에 다시 찾는 감회가 새롭고, 한편으론 국가대항전의 막중한 임무를 띈 대표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편안하고 완벽한(?)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압감도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되었기에 이번 대회에서 대회 전반적인 운영을 보고 배워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부담감이 대회기간 내내 함께 했다.
선수촌에 입촌하여 다른 30여 개 국의 선수들과 인사도 나누고 함께 식사도 하며, 연습 후에는 목욕도 같이 하며 이런 저런 궁금한 사항도 물어보고 혹시 더 배울 것은 없는지? 선수 선발,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누가 강자인가? 등등 궁금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회전날 등록과 개회식, 전야제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새벽을 맞이하기를 기원해 본다.
대회당일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고 함께 전의를 불태운 우리 선수들은 힘차게 유베츠 시민회관앞을 달려나갔다.
한 가지 인상적인 장면은 집결지에 3,000여명이 넘은 참가선수들이 떠나간 뒤에 휴지나 기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런 공중질서의식과 우리나라 현실과 겹쳐서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선수단은 바로 버스를 이용하여 30Km 지점(지정 지원장소)으로 이동하여 선수들에게 건네줄 비장(?)의 음료를 준비하고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되지 않아 선두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1시간 45분쯤에 벌써 30Km를 달려온 것이다. "무척이나 빠르다" 라는 감각만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2시간이 지나자 우리 선수들이 보이자 나는 잽싸게 특별히 준비한 음료 병을 잡고 함께 달렸다. 내 손안의 음료수병을 자연스럽게 낚아챈 우리선수들은 단 1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원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윽고 여자선수들이 보이고 우리의 김정옥선수가 2위로 들어온다. 좀 빠른 듯하다. 음료를 건네면서 "(불안한 마음으로)예상계획보다 좀 빠른 듯합니다"라고 하면서 속도의 조절을 권고하였지만 달리는 건 선수의 몫이다.
각국의 선수단은 지원이 끝나자 바로 버스를 이용하여 다음 지정지원 장소인 60Km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잠시 스쳐서 만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차게 격려를 하고, 언뜻 보기에도 몸상태는 아주 좋아 보인다.
50Km 지점에서 잠시 달리는 선두권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3시간 00분 02초에 1위 주자가 통과하고 연이어서 20여명의 주자들이 일렬로 무리 지어 통과한다. "이 정도의 속도는 있어야 하겠구나" 라는 감탄사만 나올 뿐이었다. 그 무리 중엔 세계선수권대회 부문이 아닌 일본인 일반주자들이 너댓명이나 섞여 있어 선수 층이 넓고 탄탄한 일본울트라의 저력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일반마라톤실업팀이 50여개(우리나라는 2개팀: 삼성전자,코오롱)나 넘는다하니 가히 마라톤 초강대국의 모습이다. 일본은 마라톤선수가 일정수준(2시간 15분∼20 전후)에서 기록의 진보가 더디거나 은퇴를 하면 자연스레 울트라마라톤 선수로 전향한다고 한다.
60Km지점(지정 지원장소)에 다다라 얼음과 스펀지, 교환할 모자, 보안경 등 기타 준비한 음료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선수들을 기다렸다. 3시간 40여분이 흐르자 선두가 보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달려나간다. "사람이 아니라 달리는 기계 같다" 라는 인상만이 강하게 남는다.
4시간이 넘어 통과하는 우리선수들에게 지원을 하고 곧바로 또 다음 지원장소인 80Km지점으로 이동했다. 달리는 주로와 겹치는 부분에서 우연히 우리선수들을 만나 힘차게 응원을 해주었고, 버스는 이내 80Km 지점에 도착하여 똑같이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 후반부인데 어떤 모습으로 달려올까?
다른 나라 임원들과 울트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황을 알게되고, 연습과정 등도 의견을 서로 교환했다.
일본선수단 임원으로 온 7,80년대 일본마라톤 국가대표 "소 시게루" 씨(동생 "소 다께시"와 함께 "쌍둥이 형제 마라토너"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마라톤의 스타였음)만나는 귀중한 시간도 있었다. 예전에 세계 일류 마라토너다운 매너, 아직도 마라톤을 사랑하고 현장에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지도하는 자상함 등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선두가 80Km지점을 향해서 달려오는 모습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동안 30여 회 이상 울트라대회를 달리고 진행도 하고 국내외 크고 작은 울트라 대회도 참관하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보았지만 러시아의 Grigorig MURZIN선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한(?) 모습으로 60Km 지점에서 봤을 때 처럼 속도의 변화 없이(?) 아주 힘차게 달리는 것이었다.
80Km를 5시간만에 달려온 주자라고 하기에는 그저 감탄일 수밖에 없다. 5시간 36분쯤에 우리나라 선두 심재덕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준비한 음료를 건넨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결승점에서 도착하는 주자를 맞을 준비를 하기 위해 도코로 시민회관앞에 설치된 결승선 아치로 옮겼다..
이윽고 6시간 24분 15초만에 러시아의 Grigorig MURZIN선수가 1위 선수가 들어오고 50여분 후에 우리나라 심재덕 선수가 7시간 11분49초(15위)이라는 아주 우수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권영규 선수는 7시간 24분33초(21위), 진병환 선수는 7시간 26분 59초(23위)를 기록했으며 3명의 선수기록을 합산하여 22시간 03분 21초라는 기록으로 남자 단체전 5위를 차지했다.
여자부분 개인전에 출전한 김정옥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하여 8시간 19분 49초라는 우수한 기록으로 개인전 6위를 차지하였다.
13시간의 경기제한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옆 회관 안에 준비된 폐회식에서 여자개인상(6위)을 수상하는 감격스런 장면을 지켜보았고, 잠시 후에 내년(2006) 개최국인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올해 개최국인 일본의 Souhei Kobayashi님(IAU Executive Council, Director of Asian Affairs) 으로부터 IAAF(세계 육상경기연맹)기를 받아오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열심히 정진하여 좋은 결실을 거둔 대표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Muscle guy
이윤희 올림.
첫댓글 머슬가이 수고 많았다, 부상자 없이 우리나라 팀이 좋은 기록을 낸 것을 축하한다, 힘!
내년 대회 개최 준비 잘하기 바란다.
대단한 기록이다.. 머슬가이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좋은기록으로 입상하고 준비 열심히해라...무척 바쁘겠구나....힘내라....
음 ~ 내년엔 내가 국내 대표로 함 나가볼까 .... 퍽 &%$@#
내년을 준비할려면 고생이 많겠네 올해의 조은 기록도 추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