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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유리멘탈이 될까요?))
저도 탁구대회에 참가한 초기에 그랬지만, 동호인 가운데서는 자기 구장에서 펄펄 날아다니는데,탁구장대회나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대회만 나가면 이상하게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형님 한 분은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고교시절까지 선수생활도 했고, 기량도 뛰어나서 대회에 참가한 예선에서는 뛰어나게 기량발휘를 잘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본선 토너먼트만 가면 유리멘탈이 됩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중요한 순간에 초보처럼 상대가 때리기 좋게 공을 위로 띄우다가 실점하곤 합니다~
주변에서 조언도 하고 심지어 구박도 하는데도 도통 개선될 기미가 없습니다.
보통의 경우,
대회 참가를 많이하다 보면 웬만큼은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형님은 초지일관 예선과 본선에서의 기량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거리가 있습니다. 자기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평소 실력을 발휘하려 하려고 결심을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않된다며 답답해 합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을 경험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선수들 가운데서도 자체 체육관에서 훈련할 때는 최고 잘하는 선수이지만, 이상하게 대회만 나가면 그 좋던 폼이 나오지 않고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경기도권에 있는 학교의 모여자선수가 중학교시절에도 그러더니 고등학생인 작년에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체격도 좋고 기량도 뛰어나며 특히 하체를 잘 활용하여 포핸드는 대단히 위력적이어서 동학년 최고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말에 딱 한번 입상했을뿐 많은 대회에서 기대와 달리 8강도 간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국가대표급 선수들 가운데서도 국내용이라는 말을 듣는 선수들이 있고, 정영식선수처럼 큰 대회에 강해서 국제용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첫째는 자율신경이 몸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뛰는 것을 의지로 조절하지 못하듯이 자율신경은 당장 내 생각을 바꾼다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이 지금 내가 주는 지시를 잘 듣지 않는 것입니다.
자율신경은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활동하며 조건이 맞으면 자동적으로 변화됩니다.
대회의 시합이라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은 자율신경으로 하여금 근육과 인대와 관절의 수축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몸은 시합에 적합한 적절한 상태를 벗어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자율신경을 다스리는 뇌간이나 시상하부 등에 특별한 사인을 주어 이를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즉, 뇌의 이런 부위는 감정에 영향을 받는 부위이기에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변화를 주어야 자율신경의 활동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합을 할 때 벤치에서
"힘내라. 편하게 해라. 하던 대로 해라. 져도 괜찮으니 연습한 대로 해라. 자신 있게 해라. 후회 없이 해라. 연습한 것 다하고 나와라" 등등의 주문을 해도 선수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율신경과 관련된 감정이 아니라 이성을 담당하는 뇌를 자극하는 것이기에 일부 훈련된 선수를 제외하고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멀쩡한 선수의 현재의식이 그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 못하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선수가 경험의 축적인 잠재의식이나 환경에 절로 반응하는 무의식과 싸우면서 듣는 말이기에 대개는 효과가 없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2019년 코리아오픈 혼복 결승에서 왕추친, 순잉샤 중국조를 맞아 특별한 실수가 없었던 차효심 선수와 달리 긴장을 많이 한 장우진 선수는 1,2게임에서 포핸드 실수를 연발하면서 패배의 주역이 되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장우진 선수의 표정은 많이 일그러졌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3게임에 들어가기 전 김택수 감독은 전술적 지시와 더불어 장우진 선수를 격려하면서 "편하게 해,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라고 말했으나3게임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택수 감독도 장우진 선수에게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자율신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어이없는 실수를 줄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장우진 선수의 의식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때 만약 지시나 허락성 발언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주는 말을 해주거나, 스스로 좋은 기분 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방법으로 코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즉, 장우진 선수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떠올리게 해서 기분을 풀어주거나, "이제 상대는 너의 큰 폼에 두려움이 시작되었을 것이니 이제는 살살 쳐도 돼! 너희 팀엔 효심이가 에이스야! 효심아, 우진이가 짋어지고 있는 어깨 짐을 좀 내려 놓으라고 말 좀 해줘! 등의 농담 섞인 격려를 했으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스트레스에 짓눌린 기분을 좀더 가볍게 해주었더라면 아마도 장우진 선수는 적절한 폼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시합장에서 유리멘탈이 되는 두번째 이유는 시합이 주는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생기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대량 분비되어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을 비롯한 대뇌피질의 기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까닭입니다.
그리되면 몸의 반복훈련으로 생긴 운동기억 뇌신경회로 즉, 뇌의 기저핵에 저장된 절차기억의 작동에 장애가 발생합니다.
공을 타격할 때 생각 없이 몰입하여 몸에 밴 자동 동작이 나와야하는데,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서 서툰 초보자와 같은 동작처럼 나오거나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되어 소위, 본의 아니게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2023년 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WTT챔피언스 결승 7게임에서 9:4로 앞서던 린가위엔이 백핸드 타격의 미스만으로 연속 7실점하면서 하리모토에게 역전패했습니다.
그것 역시도
마지막 게임이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리가위엔의 뇌 활동에 장애가 발생했고, 그 결과 몸이 굳어 마치 초보 같은 실수만 거듭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시합이라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된 선수들이나 동호인들이 유리멘탈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선수 자신이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강해야 합니다.
또한, 시합 전과 시합 중 적절한 때에 작전 지시보다 더 중요한 벤치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선수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 및 감정과 관련있는 자율신경을 통제하는 힘인 멘탈파워는 경기의 결과를 좌우하는 능력의 핵심적인 자리에 있고, 특히 승부처에서는 그 비중이 9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멘탈파워는
인간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을 다스리는 힘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그것을 향상시키는 것은 탁구의 서비스나 리시브, 강력한 탑스핀을 익히는 것처럼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심호흡 몇 번 하거나 또는 쉽게 심리상담만 몇회 받거나 여타 멘탈스킬만 배우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멘탈스킬은 학습하고 체득하여 습관화되지 않으면 효용성이 별로 없기에 아예 몸의 기억 즉, 절차기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합장에서 스트레스에 조건반사하는 자율신경의 작동에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멘탈터프니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자기 기량을 다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나 동호인들은 스스로 멘탈스킬 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특히 초등생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개의 코치들은 시합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하면서도 평소에는 학생선수들에게 계속 지적하거나 화내거나 윽박지르고 기합주고, 벌주며 설득합니다.
또, 일부러
피곤한 상태의 선수들에게 마무리 운동으로 실내 운동장 100바퀴를 시키거나 궤변으로 고통을 주면서 그것을 이겨내면 멘탈터프니스를 갖추게 될 것이라 믿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때론 효과가 있지만 대개는 일시적이며 어린 선수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지도방식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싫어하고 위축되며 베짱이 없고 눈치만 있으며, 자기 소신을 말하지 못하는 착하나 소심한 인간이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동호인들은 그렇지 않지만
이미 수많은 지적과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자존감이 바닥인 학생선수는 시합장에서 아무리 자신 있게 하라고 외쳐도 그리되지 않습니다.
이미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경기에 임하여 자신감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입상 성적이 없는 선수는 더욱 그렇습니다.
선수들과 동호인들께서는
시합이 주는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감정과 자율신경을 잘 조절하여 작은 심장 즉, 유리멘탈에서 벗어나 탁구시합에서 자기 기량을 마음껏 펼치시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올립니다.
탁구멘탈코치
진용일 기고
전, 고려대학교 통합의학교실 연구교수
전, 한국스포츠인재개발원 교수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퍼가도 괜찮을지요.
네. 괜찮습니다~
스트레스를 못 다스려서
일반계 숏핌플과 변화계 숏핌플을
상대로 어제 16강에서 탈락했어요~
제 얘기네요~
아~
아쉽네요~
미호님.
아쉬움을 뒤로하고 앞으로 몇가지 훈련을 하신다면 좀더 좋은 경기를 할수 있을 겁니다.
우선
핌플전형과 연습을 자주해서 핌플의 구질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헤엄쳐 보지 않은 사람이 물을 두려워하듯이 핌플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안감으로 평소실력발휘도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전술적 준비 즉, 숏의 특징을 알고 그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너클로 넣고 가능하면 3구 스매싱을 때리되 코너웍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잠자기전에 그들과 시합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합에 임하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경기 중에도 틈틈이 이미지 트레이닝과 할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만 해도 적잖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어떨지요?
더 구체적인 것은 다음 기회를 보겠습니다~
@진삿갓 네~ 벌써 반은 이긴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숏핌플 레슨을 받으려구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핵심을 잘 짚어서 얘기 해 주시는지요?
작전지시보다 공감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 되새겨 봅니다.
공감을 꼬집어내시다니 정말 깊이있게 소화를 해내셨군요~
감사합니다~^^
와!
이 글은 정말 우리들에게 꼬옥 필요한 글이고 유익한 글입니다.
마치 심리학이나 멘탈(정신력)에 대한 논문수준이군요!
저 역시도 대회에 나가면 긴장을 많이 해서 제 기량 발휘를 못한 답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넘 감사를 드리옵니다.
@정다운 도움이 되신다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회에 나가서 기량발휘하는데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가슴에 잘 새기겠습니다.^^
가슴에 새기신다니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