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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125) 한편, 한빙쇄혼진 안에 있던 백산 또한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싸움에 나서고 싶은 생각도 없거니와 실신한 주하연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품에 안겨 있는 주하연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거칠어진 피부와 창백한 얼굴, 그리고 온통 부르튼 입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곰보 소녀가 맞나 싶었다. 며칠 만에 반쪽으로 변한 그녀가 안쓰러웠다. “이런 물을........” 바짝 타들어 간 입술을 보며 백산은 다시금 머리를 쳤다. 황급히 방 안을 둘러보았으나 주담자는 보이지 않았다. “너도 바보구나.” 그녀 또한 만두만 준비했지 물은 준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주하연을 안은 백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싸움을 하던 자들도 떠난 모양이었다. 진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백산은 다시 눈을 감았다. 이곳으로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상단전을 활용하여 나갈 참이었다. “물.......” 진세의 변화가 약한 지점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순간 주하연의 입에서 메마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물?” 저도 모르게 눈을 떠버린 백산은 눈앞을 가득 채운 설원에 일순 비틀거렸다. “대단하군!” 순백으로 빛나는 설원을 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석두가 가르쳐 준 환영미로진을 겪어 보았다. 하지만 주하연이 설치한 진에 비하면 그건 진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무울.......” “이런!” 화들짝 정신을 차린 백산은 그녀의 입술을 향해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얼결에 한 행동이었다. 목이 몹시 마른 듯, 주하연은 집어삼킬 듯 백산의 입술을 탐했다. 하지만 백산 또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달려온 몸. 그의 입 안 또한 말라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란 참으로 묘했다. 빛바랜 낙엽처럼 바싹 마른 두 혀가 서로 엉키자 두 사람의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참았던 갈증을 풀 듯 서로의 입 안을 헤집고 다녔다. “오빠!” 모든 것을 잃고 포기하고자 했을 때 그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그의 사랑을 얻었다.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오빤 바보야.” 입술을 떼고 백산의 가슴에 고개를 묻으며 주하연은 칭얼대듯 말했다. 그를 보고 싶어 하면서도 오지 않기를 바랐었다. 그런데 바보처럼 그는 이곳으로 오고 말았다. 스스로 역적임을 만천하에 밝혀 버린 것이다.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때로는 나 같은 바보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 전부 똑똑하고, 전부 제 이익만 찾아 움직인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그리고 세상은.......” “오빠같이 우직한 사람들 거예요. 잠깐만요.” 백산의 품에서 빠져나온 주하연은 침상 곁으로 다가가 벽장 속에서 보퉁이 하나를 꺼내 놓았다. “몸부터 씻고 떠나기로 해요. 그런데 어디로 가죠?” 막막한 얼굴로 물었다. 떠나자는 말을 하기는 했으나 갈 곳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원을 떠나는 것이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설련이 그러더라. 돈도 없는 거지니까 따뜻한 곳으로 가자고. 따뜻한 곳으로 가면 두꺼운 털옷도 필요 없고, 먹거리도 풍부하니까 돈이 없어도 된다면서.” “훗! 언니가 제대로 말했네요. 앞으로 오빠는 허리가 휘도록 일해야 할 거야. 두 사람을 먹여 살리려면. 두 사람만 되나? 설련 언니랑 내가 아이를 낳으면....... 애가 애를 키운다고 하겠네.” 제가 생각해도 이상했던지 얼굴을 붉힌 주하연은 옷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편한 옷 몇 벌을 추려 낸 주하연은 백산 옷가지가 들어 있는 보자기를 펼쳐 그중 한 버을 꺼내고 자신의 옷을 넣고 다시 묶었다. “밥 먹고 갈래요?” “음식 할 줄 아는 것 있어?” “저기 만두 있잖아요!” 하고 한편에 있는 만두를 가리켰다. “만두를 잘 빚어야 예쁜 아이를 낳는다고 하던데, 하연이 넌 큰일 났다.” 요상하게 생긴 만두를 보며 백산은 짓궂게 말했다. “헹! 오빠만 닮지 않으면 될걸?” 농담처럼 말을 주고받고 있지만 두 사람의 행동은 빨랐다. 대강 여행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한빙쇄혼진을 해진하고 밖으로 나왔다. “저들은.......” 여기저기 너부러진 시체들을 발견한 주하연은 흠칫 얼굴을 굳혔다. 동창무인들, 한빙쇄혼진을 약화시키기 위해 불을 피웠던 자들이 분명했다. “아세요?” 백산이 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하고 묻는 말이다. 도망자 입장에 있는 그가 굳이 동창무인을 없앨 필요는 없는 것이다. “몰라, 관심도 없고. 죽고 죽이는 거야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우린 정말 큰일 났네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샘이 어디야?” “그렇군요. 여기서 하후야가 죽었다 해도 우리에겐 별반 큰일도 아니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주하연은 앞장섰다. 반역자의 딸이 된 마당에 그보다 더 큰일이 어디 있으랴. 공연히 사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은 불타 버린 남경왕부를 나섰다. “걱정 마라!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남경왕부 정도는 아니지만 그럴싸한 집 하나는 장만할 테니까!” 폐허로 변한 남경왕부를 젖은 눈으로 쳐다보는 주하연을 향해 백산은 짐짓 활기차게 말했다. 군데군데 불탄 건물과 무너진 건물들은 처음 남경에 들렀을 때 타고 왔던 적룡호를 보는 듯했다. “아니에요. 이제 봉선군주는 없어요. 바보를 사랑해 버린 주하연만 있어요. 그리고 나한텐 의술이 있으니까 오빤 허리 휘게 일할 필요도 없을 거예요.” 두 주먹 불끈 쥐며 주하연은 다짐하듯 말했다. 결코 백산에게 짐이 되지 않을 참이다. 봉선군주가 아닌 평범한 아낙으로 살 것이고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난 자금산을 가로질러 막부산을 통해 장강으로 빠졌으면 좋겠는데.” 백산은 주하연의의향을 물었다. 그가 그나마 장강 지리를 기억하고 있는 건 오십 년 전 기억 때문이다. 그 당시 동정호에서 장강으로 빠져 안휘성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이번엔 그때와 반대로 움직이면 된다. 일단 장강으로 빠지면 안휘성이나 강소성까지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다음 남으로 갈 방법을 찾아봐야 할 터였다. “일단 그렇게 하도록 해요. 남으로 가더라도 미리부터 방향을 정해 놓고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주하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창무인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을 듯했다. “그런데 동창인가 하는 것들 얼마나 되는 거지?” “오만 명!” “니미럴!” 괜히 물었다 싶었다. 그러고 보니 중원에서 가장 많은 무인을 보유한 곳이 동창 아닌가. 북황련이나 남천벌 등이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동창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대신 무림 세력보다 강자가 적어요. 쉽게 말하면 머릿수만 많다는 거지요.” 백산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주하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방금 백산에게 말한 건 동창에 한해서일 뿐, 이만 명의 금의위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까지 움직인다면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공연히 달려들다 죽으면 지만 손해지, 뭐. 업혀!” 주하연을 번쩍 들어 등에 업은 백산은 어둠에 묻힌 자금산(紫金山)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백산과 주하연, 양자강을 통해 남으로 빠져나가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지금 가고 있는 자금산에 상상할 수 없는 적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붉은 화염을 토해 내며 활활 타오르는 남경왕부를 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전신에서 강한 기운을 뿌려 대는 이들은 자금산에 은신해 있던 남천벌 무인을 이끄는 수뇌들이었다. “놈이 출발했다고 하오.” 남경왕부를 노려보던 한 인물이 빙빙 돌아가는 횃불을 발견하고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남경왕부를 감시하고 있던 부하로부터의 연락이었던 것이다. 적색 피리를 들고 있는 이자는 사혼적(死魂笛) 진자추(陳子秋)로 천음양씨세가의 부가주였다. 아울러 이번 작전의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소. 놈은 강호에 나온 이래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강자요. 양 가주님뿐만 아니라 파음살객까지 놈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진자추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사궁각 궁사 오십 명, 천음양씨세가 무인 백 명, 도부각(刀斧閣) 도수 백 명, 인자각(忍者閣) 살수 오십 명, 독각(毒閣) 고수 오십 명, 귀광두와 주하연을 잡기 위해 삼백오십 명이라는 대 인원을 동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위하에서 남경왕부를 도와 북황련 산동만씨세가를 공격했던 일이 화가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주홍의 반역 때문이었다. 황족을 돕기 위해 출병했는데 작금에 와서는 오히려 반역자 주홍과 한패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의심을 떨쳐 내기 위해선 귀광두와 주하연을 잡아 동창에 넘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귀광두는 나철을 비롯한 수많은 남천벌 무인을 없앤 자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북황련보다 귀광두가 더 골칫거리라 할 수 있었다. “이곳 자금산은 이십 리 길이요. 그 안에 놈을 사로잡던지 아니면 목을 잘라 내야 하오.” “알겠소이다.” 네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거령혈부(巨靈血斧)가 먼저 수고해 주시오.” “걱정 마십시오. 우리 도부각에서 놈을 잡아 보이겠습니다.” 삼십대 중반쯤 되었을까.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는 인물이 호탕하게 말했다. 거령혈부(巨靈血斧) 측장(側長), 대부 측효의 아들로 이번 작전에 일백 명의 도부각 무인들을 데리고 참여한 자였다. 측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귀광두가 강하다고 하나, 계집을 포함하여 두 명. 일백 명의 도수가 두 명을 잡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측장을 향해 포권을 취한 네 명이 일제히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방금 내가 한 말을 들었을 줄로 안다. 상대는 두 명이다. 더구나 한 명은 이제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계집이란 말이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두 연놈을 잡아라!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잘라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 도부각이 할 일이다.” “존명!”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일백 도수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라, 귀광두! 네놈의 무용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끝이다. 이 거령혈부의 손에 네놈은 죽는단 말이다. 이 빗속에 네놈은 죽음을 맛보게 될 것이다.”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보며 측장은 진득한 살소를 베어 물었다. 그 시간, 백산과 주하연은 자금산 어귀에서 이 마장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해 있었다. “자금산 서쪽 끝까지는 얼마나 되지?” 백산은 눈가늠을 하듯 자금산을 쳐다보며 물었다. “한 이십 리 조금 안될 거예요. 남북으로 폭은 십 리 정도고. 그런데 왜요?” “아니, 산이 깊으면 좀 쉬었다 갈까 싶어서. 너도 그렇고 나도 몸이 엉망이잖아.” 운기행공이라도 하고 나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연이 심란해 할까봐 서둘러 남경왕부를 떠나오긴 했는데 몸 상태가 영 거슬렸다. “더구나 비까지 내리고. 사람이란 게 제일 불쌍한 건 말이다, 비 오는 날 도롱이도 없이 걷는 것하고, 일 나가는 거야. 그저 비 오는 날은 아랫목에 누워 마누라 궁둥이나 두드리는 게...... 이건 아니지.” 주하연에게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백산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래도 하연인 좋아요. 오빠가 엄청 밝아진 것 같아서. 일단 막부산까지 가요. 그곳에서 쉬는 게 낫겠어요.” 백산의 볼에 입을 맞춘 주하연은 귓전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애명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하였던 그때와 지금 모습은 천양지차였다. 왠지 모르지만 그의 몸에서 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삶의 향기가. “이러니 내 볼이 남아나지도....... 어라?” 백산은 대뜸 인상을 찌푸렸다. 상단전에서 기이한 느낌이 전해져 왔던 것이다. 상단전이 열리면서 고도로 발달한 육감은 자금산 전역을 감싸고 있는 살기를 감지해 내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오빠!” 갑자기 굳어진 백산의 모습에 주하연은 긴장했다. 남경왕부를 빠져나온 지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전면에 적이 포진하고 있다니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연아!” “네?” 제법 심각해진 백산의 목소리에 주하연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더하여 백산의 목을 감싸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다른 게 아니고,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엉덩이가 두 배는 커진 것 같아. 그동안 뭘 먹었는데 이렇게 커진 거냐?” “아얏! 오빠!” 백산이 엉덩이를 틀어쥐자 주하연은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왜, 내가 없는 말했어? 그때보다 커진 것 맞잖아.”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처녀 엉덩이가 커졌다는 말을 태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자는 열여섯이 넘어서면 엉덩이며 가슴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요. 어멋....... 지금 이런 말할 때가 아니잖아요.” 훈계조로 말을 늘어놓던 주하연은 백산의 목을 꽉 틀어쥐며 소리를 질렀다. 느닷없는 엉덩이 타령에 자신도 모르게 장단을 맞춰버린 것이었다. “그냥 계속해. 싸움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여자 나이 열여섯이 되면 엉덩이나 가슴이 커지는 속도가 왜 빨라지는지 그거나 말해 봐.” 찰칵! 허리춤에서 자물쇠가 열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와 함께 마안철겸이 몸 좌우로 활짝 펼쳐졌다. 자금산 어귀에 가까워질수록 산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점점 강해졌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고 쥐 죽은 듯 적요하면 두 발 달린 짐승이 숨어 있다는 증거라고 했어요.” “그건 엉덩이와 가슴이 커지는 것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나무라듯 주하연의 엉덩이를 가볍게 틀어쥔 백산은 오솔길을 따라 자금산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 주하연의 말대로 자금산은 고요했다. 산길을 타고 일 각 이상을 전진해 들어왔지만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몸을 옥죄는 살기만 강해지고 있을 뿐이었다. “경고하겠다! 이곳에 남아 나를 공격하는 자들은 한 명도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살고 싶은 놈들은 자금산을 떠나라! 더 늦기 전에.” 주하연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어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그동안 광혈지옥비의 사용을 자제했는데 더 이상은 힘들 듯했다. “목을 꽉 잡고 눈을 감아!” 삐익! 주하연을 돌아보며 말을 건네는 순간 전면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귓전을 강타했다. “음공?”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좌측 숲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 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약간의 시간차르 ㄹ두고 오른편에서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자의 기척이 감지되었다. 쉬익! 전방에서는 나직한 소성이 들려오며 진득한 살기가 가공할 속도로 밀려왔다. “쿡!” 백산의 입매가 슬쩍 일그러졌다. 음공을 사용하는 무인, 궁수, 그리고 살수 두 명, 제법 구색을 갖춘 자들이었다. 화살을 쳐내는 순간, 좌우에서 공격해 올 게 뻔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전면을 노려보던 백산은 시야에 두 대의 화살이 잡히자 빠르게 양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탓핫! 왼편에서 커다란 호통 소리와 함께 가공할 살기가 상체를 덮쳤다. 더하여 오른편에서는 소리 없는 광체가 하체를 노렸다. 삐익! 또다시 들려오는 거북한 소리를 흘리며 백산은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와 동시에 날개처럼 펼쳐져 있던 마안철겸이 엄청난 기세를 머금고 살기의 근원지를 쓸어버릴 듯이 날았다. 챙! 차앙! 검은 광채를 발하는 마안철겸은 도끼와 검을 허공으로 감아 올렸다. 하지만 상대는 도끼와 검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내공으로 천근추를 시전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 또한 다른 동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는지 오른편 나무 위에서 검과 하나 되 인여이 빛살처럼 내리꽂혔다. 겉보기엔 백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달한 듯 보였다.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들려 있지 않았고, 두 개의 마안철겸은 도끼와 검을 든 자에게 잡혀 있다. 텅 빈 가슴을 향해 푸른 기운을 머금은 검이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내리꽂히는 사내 또한 같은 생각을 했을까. 백산과 시선이 마주치자 사내는 비릿하게 웃었다. 반 장 거리, 눈 깜짝할 사이면 될 터였다. 한 번에 끝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검에 내공을 주입했다. 검이 불타 오는 듯 푸르게 변하자 사내는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그 순간. 전면을 가로막은 발[足] 하나가 들어왔다. 슉! “커억!” 이마에 차가운 기운이 들어차는 듯하더니 사고 기능이 멈춰 버렸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광경은 오른발과 연결된 기다란 줄이었다. “탓핫!” 마무리하기로 했던 동료가 당하는 순간 좌우에 있는 두 명이 백산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자신들의 힘에 마안철겸에 끌어당기는 힘까지 더해지자 그들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기다렸다!” 짧게 소리친 백산은 화살을 잡아챘던 양팔을 활짝 폈다. “커억!” “크윽!” |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감하고 깁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