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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126)
왼팔과 오른팔에서 번쩍 광채가 일더니, 나직한 비명 소리와 함께 도끼와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날아가던 탄력 때문이었는지 두 명의 신형은 멈추지 않았다. 서로 엇갈려 일 장 가량 나아가서야 추락하듯 바닥으로 처박혔다.
도끼를 들었던 자는 이마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검을 쥐었던 자는 머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왼손의 생천비(生天匕)와 오른손의 풍천비(風天匕)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생천비는 깨끗한 죽음을 내리는 반면에 바람의 기운을 간직한 풍천비는 상대의 몸에 박히는 순간 그곳을 찢어발겨 버린다. 검을 쥔 자의 머리가 뜯기듯 사라져 버린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니었다.
허공에 머물던 백산의 신형이 지면으로 내려서자마자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전면에 버티고 선 커다란 바위 아래서 두 명이 백산의 상하를 노리며 튀어나왔다. 처음 공격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그들보다 늦게 화살 공격과 음공이 이어졌다.
“탓핫!”
일순 한 자 가량 떠오른 백산은 그 자리에서 회전하며 왼바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달려들던 두 명의 얼굴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놈과의 거리는 이 장, 회선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미친....... 컥!”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짓던 사내는 느닷없이 목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에 나직한 비명을 내질렀다.
털썩!
나아가던 몸이 지면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몸통과 분리된 머리 두 개가 산자락을 타고 굴렀다. 두 사내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왼발보다 늦게 움직인 금천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였다.
백산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산길을 따라 천천히 전진하며 달려드는 적들을 도륙했다. 화려한 동작도, 산을 울리는 고함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낮은 기합 소리와 단순한 동작뿐이었지만 남천벌 무인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바닥을 덮은 낙엽들은 진득한 핏물로 축축이 젖어들었다.
“저놈?”
측장은 나직한 신음을 뱉어냈다. 귀광두가 강하다는 사실은 들어 알고 있지만 저 정도까지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도무지 부하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반 시진 동안 공격을 퍼부었지만 놈의 옷 끝자락조차 잘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녀석의 일 장 근처까지 다가간 부하가 없다. 단지 죽은 시체만이 녀석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지만 이 살기를.......”
측효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자금산은 남천벌 무인 삼백오십 명으로 천라지망(天羅地網)을 구축했다.
천라지망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약한 자들을 이용하여 강자를 잡는다는 것이다. 머릿수가 많아서 강자를 잡는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긴장감, 수백 명에 달하는 무인들은 제각각 살기를 뿌리게 되고 천라지망이 구축된 곳은 온통 살기로 가득하다. 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인은 끊임없이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감은 온몸으로 퍼져 근육을 굳게 만든다.
결국 반사 신경에 극도로 느려져 나중에는 본래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놈은 달랐다. 벌서 반 시진 이상 살기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달라즌 게 없다.
“하지만 점점 힘들어진다. 수백 명이 뿌리는 살기는 어떤 무가보다 강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측효는 멀리서 다가오는 자를 보며 짓씹듯 중얼거렸다.
놈이 오는 거리로 볼 때 벌써 삼십여 명의 부하들이 당했다. 궁수와 음공을 시전하는 무인들은 상당 거리가 떨어져 있어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직접적으로 놈을 공격하는 부하들과 인자각 무인들은 전부 당하고 있다.
주변을 빠르게 돌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측효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천라지망의 가장 큰 무기는 살기(殺氣)라 했던 측효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수백 명이 쏟아 내는 살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백산 등에 업혀 있는 주하연이었다.
“오빠! 몸이 왜 이러죠?”
주하연은 해쓱해진 얼굴로 백산을 불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손 끝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몸은 자꾸만 지면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결코 두려움은 아니었다. 아니, 백산과 함께라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안 되겠다. 앞으로 와라!”
주하연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백산은 그녀를 앞으로 돌려 안았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주하연이 겪는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미 내상을 당해 있었던 그녀는 살기가 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머리는 편안한 상태지만 온몸의 피부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맹렬하게 대항하고, 그 시간이 길어지자 각 근육의 마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빨리 움직여 돌파할 수가 없다. 빗속을 내달리면 빗방울이 강해지는 것처럼 대기 중에 분포된 살기도 마찬가지다.
수백 명의 몸에서 풍기는 살기는 살기 자체만으로도 살상이 가능하다는 의형살인강(意形殺人?)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 속을 뚫고 달린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주하연을 고쳐 안은 백산은 마안철겸을 이용하여 그녀와 자신의 몸을 하나로 묶었다.
묘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걸 따질 경황이 없었다.
그리고 화천비의 기운을 운기하여 주하연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코로만 숨을 쉬어라. 단전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 천천히 내보내라.”
“다리도 같이 묶어야 할까봐요. 제 짐 속에서 옷 한 벌만 꺼내 줘요.”
백산 허리를 감은 다리가 자꾸만 흘러내리자 주하연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천살성을 깨워 버린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짐까지 되고 있다.
“하연아! 봉선도(鳳仙刀) 나 안 줄 거냐?”
“오빠!”
봉선도를 달라는 백산의 말에 주하연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주라고 했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왕부를 떠나는 식솔들에게 모든 걸 다 주었지만 봉선도만큼은 지니고 있었다.
결코 아버지의 선물이거나 어머니의 유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주려고, 백산에게 건네기 위해 고이 품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얼굴을 보자 건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직접 달라고 한다.
“그리고 너와 나 사이에 봉선도 녀석이 끼어 있는 게 싫다고.”
“훗! 알았어요.”
슬쩍 몸을 비틀어 허리춤에 있던 봉선도를 빼낸 주하연은 백산 등에 있는 은영마삭을 살짝 당겨 그곳에 끼워 넣었다.
“나쁜 자식들 신방 차릴 시간도 안 주고.........”
“피이! 내가 다가갈 땐 본 척도 안 하더니.”
주하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주하연은 환하게 웃었다.
온통 살기로 팽배한 이곳에서 할 말은 결코 아니다. 오직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하는 말임을 알고 있기에 그가 더욱 고마웠다.
“그때는 엉덩이나 가슴이 너무 작아서 그랬지, 임마.”
“또 거짓말........”
이내 말을 끊은 주하연은 백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백산의 전신 근육이 팽팽해지고 있었던 탓이었다.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스스스! 스스스!
삐리리! 삐익!
지상과 허공에서 무수한 소리가 뒤엉켜 들려왔다. 상당수의 적들이 사방에서 밀려오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일순 백산의 몸에서 시뻘건 혈기(血氣)가 폭발적으로 솟구쳐 나왔다.
온통 붉은 기운에 둘러싸인 백산의 신형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움직였다.
“크아악!”
자금산에 들어온 이후 백산의 첫 선공은 처절한 비명 소리로 시작했다. 공간마저도 장악한다는 무상신법(無上身法)이 펼쳐졌다.
좌측에서 오른손을 뿌렸던 그의 신형이 이번에는 우측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가공할 화염기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비에 젖은 나무가 재로 흩어졌고 그 곳에 숨어 있던 자들조차 덩달아 가루로 변해 버렸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동자가 훑듯이 사방을 노려보고 있다가 인기척이 가지되면 그곳으로 무상신법을 펼쳐 나아간다.
오른발을 차올리면 빙천비에 의해 사물이 얼어붙고, 왼손을 휘두르면 핏빛 혈풍(血風)이이 불어 나왔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시체가 생겨났다.
상대가 누구인지, 왜 이곳에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아직 묻지 않았다. 아니, 묻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막아서면 없애고 가면 될 뿐이다. 도망친다 하여 놓아줄 놈들이 아니라는 건 오십 년 전 신물 나게 겪었다.
그들보다 더 강하게, 더욱 잔인하게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무림이었다. 적을 주깅고 그 시체를 보며 웃을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 그곳이 강호였다.
천국과 지옥은 저승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곳, 수많은 욕망과 탐욕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천국과 지옥이 있었다.
가진 자들에게는 천국이고 없는 자들에게는 지옥인 것이다.
일대 파멸안이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에도 그랬고, 이대 파멸안인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흐릿한 시야 속으로 전면에서 몸을 날려오는 다섯 명이 잡혔다. 전부가 도끼를 들고 있는 자들이다.
일순 백산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오른발이 지면에 깊숙한 족적을 남기자 그의 신형은 어느새 다섯 사내 앞으로 다가가 있다.
슬쩍 들어 올린 오른손에서 독천비가 튀어나오 전면에서 다가오던 자의 이마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독천비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 사내의 머리를 관통한 독천비는 재차 다른 자의 얼굴을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커억!”
처음 독천비에 공격을 당했던 자의 동체가 녹는 순간 두 번째 사내의 입에서 나직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찢어질 듯 치뜬 눈으로 가슴을 쳐다보는 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다. 분명 도끼를 들어 번쩍 하는 광채를 막았다. 그런데 도끼마저도 뚫고 들어오는 엄청난 무기라니.
심장이 뚫린 후 마지막 숨을 쉬었기에 사내는 가슴이 급격하게 녹아내리는 광경을 보지 못했으리라.
두 명의 적을 동시에 보내버린 백산의 신형은 일순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검은색 광채를 발하던 독천비가 커다란 원을 그리자 여섯 개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전면 어둠 속에서 십여 대의 화살이 진득한 살기를 머금고 날아들었다. 한 번의 공격이 끝나는 순간을 노려 쏘아진 화실인 듯했다.
그러나 몸 주변에서 불고 있는 붉은 회오리바람은 화살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틱틱 소리를 내며 화살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왼손으로는 끊임없이 주하연의 등을 쓸었다.
도끼를 들고 있던 자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자들이 전면을 옥죄어 들어왔다.
전면과 좌우에서 암기가 비처럼 쏟아지고 곧이어 놈들의 공격이 이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놈들은 동귀어진의 공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으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함이다.
하지만 공격 위치는 정해져 있고 비도는 열두 자루다. 적어도 열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야만 한 명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컥!”
“크윽!”
“캑!”
어떻게 죽었는지 그것을 살필 겨를도 없이 전면으로 치고 나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삭거리는 소리는 마치 쥐가 천장을 갉아대는 소리와 흡사했다.
새하얀 눈으로 전면을 흘낏 쳐다본 백산은 지면을 힘차게 찍었다.
물이 솟구치는 샘처럼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지면을 적셨다.
나무 위에서, 좌측 나무 둥치 뒤에서, 우측 바위 옆에서 무더기로 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순 붉은 회오리바람은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그곳으로부터 열두 개의 비도가 빛처럼 아래로 꽂혔다. 동시에 열두 마디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열두 구의 시체가 지면으로 몸을 뉘였다.
“오빠, 여기.........”
한바탕 춤사위를 끝으로 백산이 지면으로 내러서자 주하연은 그의 앞으로 조그마한 조각을 내밀었다. 두 달간 먹을 양식이라며 주닙해 온 육포였다.
“너무 크잖아. 좀 더 잘게 잘라야지.”
나무라듯 말하며 그녀가 내미는 육포를 덥석 물었다.
“육포는 천천히 씹어야 해. 그래야 육질 속에 숨어 있던 즙이 흘러나온다.”
“알아요. 벌써 터득했는걸요.”
뒤편에 남겨진 무수한 시체들을 보며 주하연은 조그맣게 말했다.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살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피비린내와 시체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시가 진동하는 상황에서 육포를 씹고 있다.
육포 또한 단순히 씹는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씹고 있으면 입 안에 고인 침으로 인하여 갈증이 해소된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순히 씹는 동작을 반복해서 할 뿐인데 긴장감이 해소되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심장 박동수가 육포를 씹는 속도와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더!”
육포 한 조각을 찢어 낸 주하연은 재빨리 그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세 번째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일순 주변 경관이 빠르게 물러난다는 느낌과 함게 전면에서 전보다 더욱 진한 피비린내가 풍겨 왔다.
“독?”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주하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빠한텐 앙천마마묵독공이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지.”
바닥으로 쓰러짐과 동시에 녹아내리는 무인들을 보며 주하연은 쓰게 웃었다. 수천비 중하나인 독천비는 독공의 최고봉이라는 앙천마마묵독공의 기운이 스며 있다.
독천비를 통해 구현되는 앙천마마묵독공은 그 살상력에 있어선 최강을 자랑한다. 독천비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에만 쏘여도 상대는 눈처럼 녹아버린다.
그리고!
백산의 입에 열 번째 육포를 넣어 줄 즈음하여 주하연의 전면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천음양씨세가의 일백 무인들이었다.
“파음살객도 상대가 안 됐던 나거늘, 그까짓 피리로 뭘 해보겠다는 거냐?”
질겅질겅 육포를 씹으며 백산은 곧장 전면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음공을 익힌 자들은 도부각이나 인자각 또는 독각 무인들보다 더욱 빨리 목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백산의 입 안으로 다섯 조각의 육포를 넣어 줬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됐지?”
희뿌연 주변을 둘러보며 백산은 물었다.
“새벽인가 봐요.”
구름에 덮여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하연은 대꾸했다. 사방에서 밀려들던 살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그런가? 자금산을 횡단해 온 모양이구나. 그리고 우릴 공격한 것들의 정체를 알아야 할 때가 되었고. 저놈들이 마지막인가 보다.”
산 어귀에서 이편을 쳐다보는 자들을 보며 백산은 진득한 살소를 흘렸다.
“육포 예쁘게 잘라. 그래야 예쁜 딸 낳는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자금산 서쪽 어귀를 막고 있는 진자추 일행이 그랬다.
삼백오십 명이 투입된 작전에서 지금껏 살아남은 부하는 궁수 오십 명에 불과했다. 하룻밤 만에 삼백 명의 부하들이 자금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눈으로 목격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삼백오십 대 일의 싸움이 아니었던가.
암기가 통하지 않는 자, 독이 통하지 않는 자, 화살이 통하지 않는 자. 그가 바로 귀광뒤였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강자일 줄이야.
“귀광두. 강호 무림은 널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나직한 신음을 발하며 진자추는 뇌까렸다. 조금 창백하기는 했지만 간밤에 접전을 치른 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편으로다가오고 있는 그는 발을 바닥에 붙이지 않고 있다.
초상비(草上飛)라 불리는 경공을 시전할 내공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남천벌이었네?”
육포를 우물거리며 백산은 놀란 듯 물었다. 음공을 시전하는 자들을 도륙하면서 남천버에서 나온 걸 알아차렸다. 다만 형식적으로 묻는 말일 뿐이었다.
“정체가 뭐냐?”
떨리는 목소리로 진자추는 되물었다. 귀광두라는 별호만 알려진 자. 아니, 그 별호조차도 무림인들이 지어 주었으니 그에 대해선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한다. 남천벌 무인 삼백 명을 홀로 도륙한 자가 아닌가.
그런 자가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니.
“한때 나는....... 묵안혈마(墨眼血魔)라 불렸다. 천붕십일천마의 수장 말이다!”
입을 닫자마자 백산의 전신에서 열두 자루의 비도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비도를 따라 풀어헤쳐진 머리가 솟구치고 그의 신형은 허공을 갈랐다.
“거짓말! 그는 삼십 년 전에 죽었다!”
“맞다. 묵안혈마 백산은 죽었다. 하지만 묵안혈마 귀광두는 재림했다. 파멸안과 함께.”
“크아악!”
열두 자루의 비도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망칠 수가 없었다. 한 걸음 움직이면 그는 두 걸음을 쫓아왔고, 두 걸음 움직이면 목이 잘렸다.
세 걸음 움ㅈ기이면 타서 재가 되었고, 네 걸음 움직이면 얼음으로 부서져 내렸다.
“너희들은 날 그냥 두었어야 했다. 과거에도 말이다. 내버려두면 강호에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너희들을 도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너희들이 천살성을 불러왔다. 강함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너희들이 파멸안을 불러온 거란 말이다.”
“정말이란 말이냐? 정말 묵안혈마란 말이더냐?”
새하얀 눈동자와 맞닥뜨린 진자추는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동자, 그리고 열두 자루의 비도.
그것은 묵안혈마라 불렸던 파멸안의 재림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는 분명 죽었다. 너처럼 젊은 놈이 될 수가 없단 말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진자추는 불신 가득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있을 수 없는 일.
오십 년 전에 활동했고, 삼십 년 전에 죽었던 자가 아닌가. 그의 재림을 받아들이기에는 상식이 용랍하지 않았던 탓이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깁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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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