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모아가 중곡동에 있었을 무렵부터 올해초까지 대략 1년여 정도...
공 세개에 미쳐 전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겠지만, 대략 10여년 전에 전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었습니다.
더불어 좌반신 불수 판정을 받았었지요.
오른쪽 뇌를 다처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었습니다.
덕분에 전 제가 좋아했던 많은 운동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구도 그 중 한가지였지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동네 당구장에서 보낸 시간이 매우 많았었습니다.
덕분에 고3때는 300이라는 꽤 높은 점수를 갖고 나름 우쭐거리며 당구를 치곤 했습니다.
물론 3구의 오묘한 경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을 뿐더러 이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지요.
98년도에 군을 제대하고 2개월 후에 다니던 성당에서 늦은 미사를 보고 나오는 횡단보도에서 저는 뺑소니 차량에 치어 백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같이 있던 동료 중에 경찰이 있어 그 차를 추적하여 범인을 잡은 것과는 별도로 저는 1년여를 식물인간으로 지냈습니다.
1년 후 깨어났지만, 좌반신 불수 판정을 받아 왼쪽다리와 왼쪽손을 전혀 쓰지 못했고 이동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지요.
제가 젊어서였을까요. 회복은 빠르게 진행되어 휠체어에서 목발로, 목발에서 절름거리는 걸음으로, 어느덧 멀쩡해보이는 걸음으로까지 회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하체의 경우여서 왼쪽 손은 여전히 잘 쓰지 못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건 그 좋아했던 당구를 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왼손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큐걸이를 형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끝에 저는 주먹을 쥐고 주먹의 울퉁불퉁한 뼈를 큐걸이 삼아 다시 당구에 빠져들었습니다.
2002년도에 다시 큐를 잡았을 때 주먹뼈 큐걸이로 30부터 다시 시작했지요.
한참 쳤을때의 오른손의 감각이 많이 남아있었던지 저는 2005년에 주먹뼈 큐걸이로 200점까지 회복했습니다.
그게 한계였을까요. 아님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였을까요.. 더 이상의 실력 향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당구의 참맛도 모른체, 당구가 재미없어져 그만 둘 무렵이었지요..
2009년에 저는 인터넷을 보다가 구슬모아라는 싸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나 말고도 나보다 훨씬 더 당구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하나로 모아 클럽을 운영하는 곳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2009년 11월이었나요? 저는 한껏 흥분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아침일찍 구슬모아에 방문했습니다. 구슬모아가 12시부터 영업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구요. 9시 정도에 방문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지요. 그 날이 구슬모아 정모날이어서 로또님이 아침일찍부터 나와서 모임 준비를 하고 있고 몇몇 회원님들이 연습삼아 공을 치고 있었던 그 첫순간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남아있네요..
그 날 이후 올해 초까지 그야말로 전 미친놈처럼 중곡동과 의정부를 오가며 당구에 미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1년여간 회사에서 끝나자마자 땡 퇴근해버려서 상관들의 뜨악한 시선도 견뎌야 했고, 시간이 아까워서 저녁은 김밥한줄로 때웠고,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막차가 끊겨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 1년간 전 정말 행복했습니다.
덕분에 1년동안 5킬로 정도 빠지는 혜택도 누렸고 말이죠 ㅎㅎ
그렇게 행복하게 보내던 올해초부터 당구를 치면 다리가 아팠습니다. 처음엔 당구를 치러 섰을 때만 아팠는데, 점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아프고 걸어도 아프고 누워도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서 관절전문 병원에서 mri를 찍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어떻게 당구를 치면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것일까요?
그 1년간 전 당구 이외의 어떠한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구를 얼마나 열심히 쳤으면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을까요?
아님 내가 당구를 행복하게 즐길 자격이 없었을까요?
아님 당구에 빠져 너무나도 행복한 나를 시기하는 어떤 초인간적인 존재가 있었을까요?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저는 구슬모아에 발을 끊었습니다.
일단 회복이 먼저였으니까요. 줄곧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3개월정도 물리치료를 받다가 결국 6월초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계속 약물치료를 받고 있구요.. ㅎ
구슬모아가 이젠 너무도 멀어진 곳이라며 생각을 접고 있었는데, 이제 그곳에서 잊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로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네요. 줄기차게 오던 사람이 어찌된 일로 한참을 오지 않느냐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용기를 내어 구슬모아에 가지 못하는 넋두리를 이곳에 풀어놓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이겨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저 꼭 복귀합니다. 잊지마세요.
첫댓글 당구열정이 느껴집니다 그열정 배우겠습니다 화이팅 ^^
훌룡하십니다....드래곤님~
와.. 감동적입니다... 꼭 쾌차 하실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로또님이 가끔 드래곤님이 무슨 서운할 일이 있어서 몇달째 클럽에 안오나 하는 말을 하시곤 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군요
드래곤님...힘내세요
반드시 복귀하실겁니다...
복귀를 기다립니다
힘네세요...화이팅 !!!
기운내시고 건강찾으셔서 맘껏 당구치시길 바라겠습니다.
드래곤님의 글에서 많은것을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빠른 쾌차와 복귀를 기원 합니다!! 화이팅 하십시오. 화이팅!!!!
드래곤님 화이팅 빠른 쾌차와 복귀를 기원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드래곤님과의 경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근데 복귀하시고서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0-;
드래곤님~~ 뵙고 싶습니다.^^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드래곤 님 화이팅!!!
꼭 쾌차하시길빌어드리지요..
저도 오른쪽발목양쪽인대가나가서 수술후5개월째입니다.
드래곤님 힘내세요!!긍정의힘..
삶에 대한 치열한 애정이 묻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승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아~~ 참으로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건승 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셨군요...맘이 너무 짠하네요,드래곤님 얼른 완쾌하시고 예전처럼 멋진모습보는 날이 빨리왔으면합니다
오시는 날 1번타자로 대기하겠습니다^^
이세상 그 무엇도 당신의 당구열정을 막을수가 없습니다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말입니다..
나역시도 당신과 똑같습니다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포기또한 업을거구요..
우리 함 해보자구요!!
퐈~이팅!!
아~ 윌~ 삐~빽...
오늘 보단 내일이 더 나은 긍정의 힘과 모든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75년 토끼띠 홧팅!^^
드래곤님.
같이 막차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런 이야기는 몰랐습니다.
잘 안 보이셔서 요즘 되게 바쁘신가 보다 했는데...ㅠ.ㅠ.
어여 쾌차하시고 꼭 클럽에서 한 게임해요~~
안그래도 드래곤님 얘기를 사석에서 나누곤 했습니다....하도 안보이셔서.... 저도 예전에 다쳤던 부위네요...^^ 저는 엄청 심하게 다쳐서...재활하는데 1년가까이 걸렸었습니다...정말 열심히 했구요... 꼭 잘되실거라 믿습니다 화이팅!!!^^
드래곤님 힘~~~내세요! 홧팅!
정말 그 열정이 대단하고, 그 어려운 일들을 겪어오시면서도,
제가 감히 느끼는 바로는 너무나 힘차고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서 저에게도 많은 힘이됩니다.
일일이 다 연락해서 안부를 묻는 로또님도 거의 사역자 수준이시네요 ^^;
모든 운동이 힘을 빼! 라고 하지만, 당구가 은근히 무의식적으로 여기저기 힘이 들어갈 수 있는 운동이라
자칫 관절에 무리가 잘 오더군요. 힘내시고요 꼭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3년전에 중풍이 와서 왼쪽 팔과 다리가 좋지 못한 편입니다. 그래도 지금이 가장 좋은 몸상태라고 애써 자위하며, 열심히 클럽에 가고 있답니다.....
반드시 쾌차하시어 즐당하시길 바랍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지네요....
힘내세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