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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카페 게시글
이야기 숲속에서 스크랩 5. 캄보디아(돌을 주무르던 사람들))
창강 추천 0 조회 38 06.03.06 10:55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신들의 잔치

한반도에 불교가 한창이던 고려시대에 이곳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거대한 앙코르 제국이 번성하고 있었다.

무려 630여년 동안 100만 명이 이곳 시엠립에 모여 살았다니 어렴풋이

국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크메르인들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배가 부르면 상감마마도 부럽지 않다는데 농경문화의 꽃을 피우게 해준

온화한 기후덕분이 아닌가 싶다.


‘아! 정말 잘 왔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내키지 않았던 기분이 차츰 풀리기 시작한다.

그건 창밖에 펼쳐진 아열대 수림이 내 가슴에 온통 푸른 물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제 갓 가슴을 풀어헤친 듯 처녀림이 어서 자연으로 돌아 오라한다.

 

“화장실 보고 싶어”

느닷없이 아내가 화장실을 찾는다.

‘정말 여자들은 참을성도 없어’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화장실에 들어서니 좌변기에 올라앉지 말라는

그림이 풋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문맹률이 높다보니 그림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상징적인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픽토그램1)

문맹률이 높은 곳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문득 내가 군에 입대한 70년 겨울 졸병 시절이 떠오른다.

새롭게 좌변기를 들여 놨으나 아무래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똥이 나오지 않아 애먹었는데 그만 동료 하나가 그 위에 쭈그리고

똥을 누다 낙신하게 두들겨 맞았던 일이 떠올라 웃을 일만은 아니었다.


화장실을 돌아 나오니 울창한 야자수 그늘 안 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전통가옥 한 채가 살짝 몸을 내민다.

평상 위에는 일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앉아있다.

불청객이 쭈빗쭈빗 다가가자 성장을 멈춘 듯 가냘픈 어린이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남편인 듯한 사내는 평상에 앉아서 나를 흘깃 바라보더니 발랑 눕는다.


그들은 왜 이런 낮에 빈둥빈둥 놀고 있을까?

그들은 어쩌면 영원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버스에 오르려니 어느새 그 어린이가 다가와 손을 흔들고 서있다.

‘홍삼켄디’ 몇 알을 건네주자 활짝 웃으며 받아든다.

사탕 몇 알로 그에게 미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반데스레이 사원 입구에 다다르자 꼬마 애들이 파리 떼처럼 몰려들어

안내 책자는 물론 손 팔찌를 팔아달라고 조른다.

혹시 그들의 부모들은 앵벌이를 훈련시키는 게 아닐까?

반데스레이는 우리말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이란다.


‘당신은 아는가? 600여년 전 이곳의 영화를......’

끝 간 데 없는 사원 벽의 부조가 신비스런 모습으로 나에게 속삭인다.

사원은 라테라이트2)라는 돌을 쌓고 겉에 사암을 붙여 조각을 하였단다.

라테라이트는 용암이 녹아 굳은 제주도의 돌처럼 바람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 돌은 땅속에서는 말랑말랑한 상태이나 공기 중에 노출되면

돌처럼 굳는단다.


부조로 쓰인 사암은 석고보다는 단단하지만 화강암보다는 무르단다.

그들은 그 옛날 돌을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 민족이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탄생하고 소멸하되 다루는 소재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리는 듯하다.

흙을 이용하던 민족이 돌을 다루는 민족에게 패망하고 그 후

쇠를 다루는 철기문화가 번성하여 세계를 제패했다면 이제는 정보를

다루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데 어떻든 간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사원 정문을 들어서자 가냘픈 소녀가 문턱에 걸터앉아 말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볼펜 몇 자루를 쥐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서 뜨거운 바람이

몰려나온다.

$1을 꺼내 건네주자 가이드가 눈을 흘긴다.

돈을 주는 것은 결코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이런 애들을 수도

없이 만날 거란다.

사원입구 양편에는 시바신의 성기를 상징하는 돌기둥이 일렬로

도열해 있고 물을 흘려 성수를 만들었다는 링가가 곳곳에 놓여있다.

힌두교에서는 크게 3대 신이 있는데 우주 만물을 창조하는 ‘브라마 신‘과

만물을 관장하고 유지, 관리하는 ‘비슈누 신’ 그리고 파괴를 상징하는

‘시바신’이 그들이라 한다..


반테스레이 부조에는 악신 나바나가 시바신을 만나려고 찾아왔으나

수문장인 원숭이들이 가로막자 화가 나서 산을 흔들었다는 신화가

조각 되어있었다.

조각된 내용은 산이 흔들리자 깜짝 놀란 시바신의 아내 파르바티가

시바신을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가 난 시바신이 1000년 동안 나바나 신을 눌러 두었다는 부조가

해학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등장하는 원숭이들은 나바나라는 악신을 죽이기 위해

신들이 원숭이로 환생한 것이라 하니 불교에서 말하는 손오공처럼

원숭이가 귀염을 받는 짐승임에는 틀림없었던 듯싶다.

=계속=


1) 픽토그램 : 화장실 안내 그림과 같이 그림으로 나타낸 상징문자


2) 라테라이트 : Laterite 산화철이 함유된 광물로 채석한 후 경화되는 특징이 있음. 홍토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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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3.06 11:49

    첫댓글 정말 돌을 떡 주무르듯한 저 조각들!! 넘 멋져요.^^*

  • 06.03.06 12:18

    아, 가고프~~~참말로 가고프요^^

  • 06.03.06 14:01

    응 그래 우리 가자 ..........가자.

  • 06.03.07 17:32

    자상한 설명과 함께하는 캄보디아 여행 다음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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