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9일 연중 제14주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5-30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숙맥으로 세상 살기
우리 친구들은 나를 보고 쑥맥이라고 합니다. 쑥맥이라는 말은 세상 물정(物情)을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데 숙맥을 놀리는 어투로 쓰기 때문에 흔히 '쑥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숙맥(菽麥)은 콩과 보리를 한자어로 말하는 것입니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인데, 숙맥의 원말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고 합니다. 숙맥불변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 한다.'는 의미입니다. 콩인지 보리인지는 어린아이가 봐도 금세 알 수 있는 것인데, 그 쉬운 것도 분간하지 못하니 바보라는 뜻입니다. 이 숙맥불변을 다 말하기 번거로워 '숙맥'으로 줄이게 되었고, 이것을 남을 놀리는 어투로 말하다 보니 숙맥의 '숙'을 된소리로 발음하여 '쑥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술을 마시질 못해서 술을 권할 줄도 모르고, 마실 줄도 모르고, 살줄도 모르고, 술 취한 기분도 모르기 때문에 숙맥이라고 놀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술자리만 생기면 자청해서 숙맥이 됩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소주 한 잔까지는 주량이 늘었으니 장족의 발전을 한 것입니다. 어쩌면 나는 평생 숙맥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세상일에도 어수룩해서 도무지 야무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숙맥이라는 말과 같이 많이 들어온 말이 ‘철부지’라는 말입니다. ‘철부지’라는 말은 ‘철’은 사리(판단)를 헤아릴 줄 아는 능력(힘)을 말함이고 부지(不知)라는 말은 ‘알지 못한다.’는 한자와 합하여진 합성어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철’은 ‘계절’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철 음식’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계절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한다고 합니다. 어찌 되었든 철부지는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구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끼니를 때울 양식도 없는데 비싼 스마트 폰이나 고급 승용차를 사주지 않는다고 생떼를 쓰는 청년은 철부지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3만 원짜리 짝퉁 가방을 300만 원에 사가지고 오는 사람도 숙맥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이면서 사람들에게 매 맞고 십자가형에 처해져 사형 당하는 어리석은 예수님을 세상의 메시아로 알고 따라 다닌 제자들은 숙맥이면서 철부지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어선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었고, 세무서장으로 괜찮게 거들먹거리며 살 수 있는데도 숙맥이며 철부지인 예수님을 쫓아다닌 제자들은 숙맥이며 철부지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하느님 아버지를 감추시고, 당신처럼 숙맥 같고 철부지 같은 사람에게 하느님 아버지를 드러내 보이신다고 하신 것을 보면 지금도 하느님 아버지를 뵙기 위해서는 숙맥 같고 철부지 같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그렇게 숙맥으로 철부지로 세상을 사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성직자와 수도자는 지금도 그렇게 숙맥처럼 사는 가 봅니다. 따지고 보면 말로만 숙맥이지 나는 참으로 영악스럽게 살았습니다. 세상에서 대학교수도 하였고, 박사도 되었고 지혜롭다고 칭찬도 받았고, 슬기로운 선생이라고 말도 들었으니 하느님 뵙기는 다 틀린 모양입니다. 내가 더 겸손해지고 더 숙맥으로 살아야 하느님 아버지를 뵈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기를 보고 어른들은 말씀하십니다. “애기들은 우주를 품고 있단다. 세상 모든 이치를 다 알고 있단다. 다만 말하지 못할 뿐이니 애기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라.” 어린아이와 같이 숙맥 같고 철부지로 살아야 하느님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숙맥이 철부지를 믿습니다. 생명을 내 맡기고 있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9.11-13
형제 여러분, 9 하느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사시기만 하면, 여러분은 육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그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11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는 당신의 영을 통하여
여러분의 죽을 몸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12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13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축일7월 9일 성 고르넬리오 (Cornelius)
신분 : 수사, 순교자
활동 지역 : 고르쿰(Gorkum)
활동 연도 : 1548-1572년
같은 이름 : 고르넬리우스, 꼬르넬리오, 꼬르넬리우스, 코르넬리오, 코르넬리우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인근 베익베이뒤르스테더(Wijk bij Duurstede) 출신의 성 코르넬리우스(또는 고르넬리오)는 작은 형제회 고르쿰 수도원에서 평수사가 되었다. 그는 1572년 칼뱅파 군인들의 봉기 때 체포되어 덴 브리엘(Den Briel)로 이송되어 교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그는 1675년 교황 클레멘스 10세(Clemens X)에 의해 시복되었고, 1867년 교황 비오 9세(Pius IX)에 의해 18명의 동료 순교자와 함께 ‘고르쿰의 순교자’로 성인품에 올랐다.♧
오늘 축일을 맞은 고르넬리오 (Cornelius)와 동료 순교자 18명의 ‘고르쿰의 순교자’로 성인들의 영명축일을 맞은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