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보수주의를 위하여
기호일보 입력 2022.11.25 지면 14면
세계는 힘을 바탕으로 한 냉혹한 현실정치에 의해 운영되는 듯 보이나 정신과 비전을 가진 민족이 그 폭력에 대항해 국민으로 우뚝 서는 기적의 과정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우리가 그러했고 우크라이나도 그러할 것이다.
2014년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합병하면서 그들에게 "너희는 국민도, 국가도 아니야"라고 모욕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월 침공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4개 자치주를 9월 말 합병 조약에 서명하면서 이번 전쟁을 성전(聖戰)이라 선언하며 해괴한 십자군 명분론을 내걸었다.
그의 논리는 이러하다. "서방이 부추긴 성적 타락과 그로 인한 가족 파괴 등 기독교 신앙과 전통적 가치에 대한 전복과 악마 숭배, 자유에 대한 탄압 등의 사악한 실험으로부터 러시아인을 구하기 위한 싸움이다"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런데 왜 하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사실 푸틴의 이런 괴변은 9월 이탈리아 최초 여자 총리가 된 조르자 멜로니의 총선 선거연설에서 빌려 온 내용이다. 어찌됐든 그 내용은 서구문화의 치부를 보는 듯 뭔가 개운치 못한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인류의 근원적 도덕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이슈에 관한 한 전체주의 독재자들은 그들 사회의 정신과 문화가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함과 건전함을 과시한다.
그러면, 왜 서구사회에서는 이처럼 반기독교적인 문화가 팽배했을까? 학자들은 그 가까운 원인으로 1960년대 탈근대화 운동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연이어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기존 가치를 뒤엎는 ‘해체주의’를 꼽는다. 그는 이성(理性) 중심적인 서구의 형이상학을 해체하기 위해 이원론을 부정하고 다원론을 주장,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새롭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환경, 인권, 여성, 문화운동의 동력으로 급진적 이론을 제공했다.
그리하여 최근 미국에서는 공교육에서 전통적인 기독교와 미국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명적 가치를 주입시키는 해체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젠더(Gender)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선택할 권한이 있음과 동성·양성과의 관계와 성전환(LGBTQ+)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을 정상적인 성관계로 그릇 가르치고 있다.
둘째, 미국 사회의 모든 문제는 흑인 차별에서 기인했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을 바탕으로 해 백인은 이런 원죄를 무한으로 속죄해야 하는 대상임을 인식시킨다. 그 다음은 역사전쟁으로, 미국의 건국과 존재 자체가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나라임을 주지시킨다.
그 뿐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란 사회적 운동을 통해 일상적 표현이나 용어 사용에서 인종, 민족, 언어, 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의식의 하나인 목사의 축도(祝禱)에 "예수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 집단적 믿음의 이름으로, 아멘"이라 해 기독교의 전통적 기도 형식을 깨뜨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인류는 반문명적 해체주의의 폐해로부터 건강한 사회를 되찾기 위해 ‘도덕적 보수주의’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수주의가 지키는 기본적 가치는 생명, 자유, 인권이다. 여기에 더해 전통적 힘의 구조를 강조하는 도덕적 보수주의는 다음 사항을 중시한다. 즉, 개인의 의무, 전통적 가족의 가치, 성(젠더) 정체성의 바른 역할, 올바른 성관계, 공동체 사랑, 종교적 전통 보존 등이다. 또한 사회적 이슈로 야기되는 낙태, 포르노, 광범위한 성교육, 동성애, 동성결혼, 성전환 권리, 마약 사용 등을 금지하자는 도덕적 신념이다.
이러한 문화적 갈등이 이 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 등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건전한 체제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공동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신과 가치가 뚜렷이 서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자유·인권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지속 가능한 문명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실천할 도구가 도덕적 보수주의일 것이다.
P.S.
위 내용은 금일자 인천의 기호일보에 게재된 저의 칼럼입니다.
혹 저희 공동체에도 함의가 있을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