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381호]
우거지다
최광임
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내가
봄날 물 빠진 버드나무 군락에 방 한 칸 차렸습니다
겨우내 마른 가지 분질러 딱 한 사람만 누워도 좋을 구들을 들이고
벽지 바르지 못한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들 듯도 했는데요
이 시대는 웰빙이잖아요 조각보 같은 여러 겹의 하늘과 벽
오랜 세월 달을 지키는 개밥별같이 저만치 혹은 이만치 그와 나
곧 온 몸 물 먹은 버드나무 봄눈이 싹틀 것입니다
나는 조금 전 강물 위 나직이 날으던 재두루미를 생각합니다
강물 속으로 저와 닮은 두루미 한 마리 거느리고 있었는데요
잘 닦인 수면과 그것을 경계로 나는 두루미
함께 산다는 게 별거겠어요 그와 내가 벽 없는 방에 누워
버드나무 뿌리로 뿌리로 물 길어 숲 짙은 그늘을 이루듯
재두루미 제 그림자 거느리고 가는 구름과 바람과 하늘
한데 어우러져 봄 여름 갈 겨울 계절이 되는 것입니다
강가 높은 산이 자꾸 깊어지는 것도
겨우내 견뎌온 제 마른 몸 추스르며 물질하는 것일 텐데요
우리의 구들에서도 쩌렁쩌렁 신록 우거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 『도요새 요리』(북인, 2013)
*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신정과 구정으로 한 해 꼭 두 번씩 새해 인사를 하게 됩니다. 인사는 자주 해도 좋은 것이니... 인사 받으신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여러분 모두, 새해 복 가득가득 받으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 여러분 가정에 福들이 우거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광임 시인의 시, 「우거지다」를 띄웁니다.
'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내가'
이 문장이 가볍지 않습니다... 대개는 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나",로 당연히 읽겠지만, 무심결에 "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나"로 읽고보니 이 문장... 무척이나 아픈 문장입니다... 그는 가난하고 나는 죽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함께 산다는 게 별거겠어요'
버드나무와 두루미와 강물과 하늘과 달과 개밥별... 모두가 어우러져 깊어지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우거지는 것이랍니다... 함께 산다는 일이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맞는 말인데 왜 나는 자꾸만 나 혼자 잘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설 연휴를 끝내고 이혼을 하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오늘 조간신문의 기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함께 산다는 거. 함께 우거진다는 거.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함께 산다는 게 참 별거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나 혼자 잘 살려는 그 마음 버리지 못하면 이혼은 늘 우리 부부의 틈을 기웃거리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사랑도 정도 적당한 긴장을 유지해야겠다 싶습니다.
연휴 끝... 새로운 한 주... 화이팅 해야 겠지요.
2014. 2. 3.
강원도개발공사 홍보팀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시사랑카페를 사랑해주시는 박제영시인님.
새해 건강하시고 사랑과 행복이 늘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직장에서 좋은 일 많고 가정은 화목하고
좋은 시도 많이 발표해서 시민들이 즐거워하길 빕니다. 파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격려에 힘입어 화이팅하겠습니다.^^*
항상 좋은시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갑오년 새해에도 변함없는 사랑주소서..
시사랑까페에 시심 가득하기를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록이 항상 우거진 따스한 숲속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
네 정말로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