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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보석상 앞이었다. 어제 그 상점 말고 다른 곳에서 레프톤을 팔아서 대충 시세를 알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점
문을 열고 들어 가, 상점 주인이 있는 카운터 앞으로 갔다.
"물건을 팔러 왔어요."
보석상 주인은 여자였다. 인상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뭘 팔러 왔나요?"
"레프톤이요."
대답을 하면서 가방에서 레프톤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찾았고 그 중 레프톤을 세 개 꺼냈다. 어제 상점에서 판 레프톤과 비
슷한 크기의 레프톤들이었다.
"와- 어디서 구한 거죠?"
"숲에서요. 어느 정도까지 돈을 주실 수 있죠? 어제 어떤 상점에서 이 레프톤들과 비슷한 크기의 레프톤을 3셰크에 팔았
거든요."
"3셰크요? 무슨 색이었나요?"
보석상 주인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음- 옅은 파란색이요."
"저런…. 옅은 파란색이면 희귀한 색이라 5셰크 정도는 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보석상 주인의 말에 절로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2셰크…. 아까운 2셰크….
"색깔에 따라 레프톤 가격이 달라지나 보죠…?"
"네. 희귀한 색일 수록 비싸요. 어제 팔았다던 레프톤의 색도 희귀한 편에 속했죠."
보석상 주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정직해 보였다. 게다가 어제 내가 판 레프톤이 5셰크를 받을 수 있
다는 얘기는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레프톤 가격을 더 부를 수도 있는 셈이었으니까.
갑자기 보석상 주인이 웃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당신, 저를 의심하고 있군요."
"아- 그런 게 아니라…. 전 단지 생각을…."
"괜찮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뭐. 하지만 전 하늘에 맹세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전 항상 정직한 장사를 하거든
요. 후후-"
보석상 주인의 말에 내가 미소지었다. 그녀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지금 여기에 있는 레프톤은 얼마나 하나요?"
"붉은 레프톤은 흔한 편에 속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색이기도 하죠. 그래서 4셰크 정도 받을 수 있어요."
"우와- 4셰크요?"
"네. 음- 투명한 레프톤이군요. 이런 건 정말 희귀해요. 레프톤은 대부분 색깔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렇게 색이 없이 투
명한 건 드물죠. 게다가 투명하면서도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7셰크는 받을 수 있어요."
"7셰크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보석상 주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노란 레프톤이네요. 노란색은 흔한 편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희귀하지도 않죠. 보통이에요. 보통 이건
돈 많은 집의 젊은 아가씨들이 찾죠. 아니면 부모들이 자식에게 선물을 해 주거나요. 아무래도 노란색이다 보니 젋은 사람
들이 사용해요. 음- 이건 미안하지만 3셰크 밖에 못 주겠네요. 희귀했다면 더 비쌌겠지만, 그렇지가 않아서요."
"아니에요. 3셰크도 충분히 많아요."
보석상 주인이 가게 안쪽으로 잠시 사라졌다. 돈을 가져 오려는 것 같았다. 곧 다시 보석상 주인이 나타났고 그녀가 내게
지폐와 돈 주머니를 건네 줬다.
"1셰크 짜리 지폐 열 장이랑 100데크 짜리 동전 40개예요. 세 봐요."
나는 빠르게 지폐와 동전 개수를 세서 확인을 했다. 정확했다. 나는 돈 주머니에 지폐를 함께 넣은 후, 그 돈 주머니를 다
시 가방에 넣었다.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감사는 제가 해야죠. 이런 아름다운 레프톤을 갖게 되다니, 정말 운이 좋아요."
"우연히 숲에서 발견한걸요, 뭐. 그럼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한 뒤 보석상을 나왔다.
마음이 편했다.
14셰크…. 이 정도면 이 세계에서의 생활이 몇 달은 편안할 것 같았다.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보석상에서 10분 정도를 소비한 것 같았다. 아직 50분 정도는 남았을 것이다.
사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건 배터리가 나가서 이제는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아무래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시
계를 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 * * *
알고 보니 이 세계의 하루는 45시간이었고, 시계는 1에서 15까지의 숫자만을 표시해 놓았다. 시침이 3바퀴를 돌아야 정
확히 하루인 것이었다.
이 세계의 시계는 우리 세계의 시계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1에서 12까지의 숫자가 아닌, 1에서 15까지의
숫자가 표시돼 있다는 것과 분을 가리키는 작은 점이 각 숫자들 사이 사이에 3개 씩 찍혀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 시계의 15시까지 표시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4개 씩 찍혀 있으면 분이 맞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시계방의 시계들을 둘러 보았고, 그 중에 시간을 보기에 편하고 디자인이 깔끔한 회중시계를 골랐다. 더 예쁜 디자인의 회
중시계와 손목시계도 많았지만, 나는 심플함을 추구했기에 그냥 내가 고른 시계를 계산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5데크였다.
옛날부터 회중시계를 가지고 싶었는데 정말 잘됐다.
"이거 시간 맞는 건가요?"
"네."
"아- 그렇구나. 그럼 수고하세요."
시계방이 보석상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고 고르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껏해야
15분 정도 소요했을 것이다. 그냥 대충 30분 정도 남았다고 치면 될 것 같았다.
회중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1시 15분이었다. 12시가 아닌 15시간 표시된 시계라 알아 보기가 힘들었다. 아마 16시
15분일 것이다.
이미 시침이 한 바퀴를 뺑 돌고 지금의 자리에 온 거겠지.
어쨌든 만나기로 한 장소에는 1시 45분까지 가면 미리 도착할 것 같았고 1시 50분까지 가면 대충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모두를 만나면 1셰크 씩 다시 나눠 줘야겠다. 100데크로는 안 된다. 만약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아- 정말 할 게 없네…."
뭔가 여행에 필요한 게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 다들 무기가 없으니까 무기를 사 줄까?
* * * * *
무기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무기점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라켄처럼 누구에게 어떤 무기가 맞는지 알 수가 없는데….
"뭘 찾으세요, 손님?"
무기점 남자 직원이 내게 다가 오며 물었다. 아마도 내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인 것 같았다.
"제가 쓸 무기는 아니고요…. 제 친구들이 쓸 무기거든요. 선물을 할 생각인데, 어떤 무기가 좋은지 잘 모르겠네요."
"그럼 제가 도와 드릴게요. 친구분들이 몇 명이세요? 성별은요? 움직임에 대한 특징이랑 성격도 설명해 주시면 좋겠네
요."
"음- 남자 셋에 여자 둘이에요. 남자들은 움직임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성격은 알아요. 한 명은 굉장히 침착하고 신중
한 편인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음- 과묵해요. 쉽게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근데 나름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여자 중에 한 명은 움직임이 항상 큰 편이고 성격은 되게 활발
해요. 근데 조금 급한 편인 것 같고요. 다른 한 명은 움직임을 잘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엔 그렇게 운동 신경이 좋은 것 같
진 않아요. 성격은 조금 소심하고 급한 편은 아니고요. 이 정도면 됐나요?"
"제 생각에 성격이 침착한 남성 분과 과묵한 남성 분, 그리고 활발한 여성 분은 일반 검을 사용하는 게 좋을 같네요. 그리
고 성격이 급한 남성 분은 륜을 사용하는 게 좋겠고, 남은 여성 분은 싸움을 잘 못할 것 같아요. 싸운다면 근접전은 힘들
테죠. 활이나 창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괜찮네요. 그런데… 륜이란 게 뭐죠?"
"이거예요."
직원이 내 뒤에 있는 무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마치 둥근 공에 칼날을 끼워 넣은 것 같았다. 조금은, 표창이 커져서
단검이 된 느낌이 든다.
아- 게임 같은 데서 나오는 무기 같은데….
"륜은 장거리과 근거리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멀리 던져서 상대방을 맞추는 표창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패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칼날이 크기 때문이죠."
"아- 좋네요. 여자가 다루기는 힘든가요?"
"네? 음-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힘들겠죠. 수련을 해야 될 겁니다. 검은 수련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다루기 쉬운 쪽에 속
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여성분께는 웬만하면 검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그럼 활이나 창은 왜…?"
"그 분은 근접전을 못하실 것 같아서죠. 생각해 보니까 그 분께는 창이 나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좀 둘러 보다가 결정할게요."
"그러세요."
직원이 갔고, 나는 무기를 둘러 보기 시작했다. 검 세 자루에 륜 하나, 창 하나라…. 고민을 하며 무기들을 찬찬히 살펴 봤
다. 그 중 창으로 보이는 무기가 눈에 들어 왔다. 나는 그것을 들어 몇 번 휘둘러 봤다. 생각보다 별로 무겁지 않고 길이가
길어서 솔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나는 주위에 있던 직원을 조심스레 불렀다. 이번엔 여직원이었다. 그 여직원이 나에게 왔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이 무기에 대해서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 이건 창 중에서도 글레이브라고 불리는 무기입니다. 일반 창보다 날이 넓어서 찌르기뿐만 아니라 베기도 할 수 있
죠. 좋은 무기예요."
"그렇군요."
"또한 지금 손님께서 들고 계신 글레이브는 실력이 좋은 장인이 만든 글레이브로, 일반 창에는 거의 없는 집도 드려요.
글레이브를 휴대할 때 날을 보호하는 집이요."
"아- 감사합니다."
직원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갔다.
좋아, 솔이에게는 이걸 주자.
글레이브를 손에 들고 다시 무기를 둘러 봤다. 널린 게 검이고, 내가 사용하는 것도 검이니까 고르기가 쉬울 것 같아서 나
중에 보기로 마음으로 먹고 륜을 살펴 봤다. 몇 개를 살펴 보다가 하나를 들어 내가 직접 들어 보기도 했다. 단단하면서 많
이 무겁지 않은 륜을 찾았고 나는 글레이브로도 모자라 륜까지 손에 쥐었다.
검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검을 살펴 봤다. 가게의 검들은 내 라티드보다 조금 긴 편이었다.
아니지, 내 라티드가 짧은 편인 것이다. 쌍검이기 때문에 일부러 라켄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쨌든 대, 여섯 자루를 후보로 뒀고 일일이 내가 휘둘러 봤다. 그리고 난 뒤, 가볍고 날이 조금 좁지만 날카로운, 다민 언
니가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은 검인 레이피어와 다민 언니 것보다는 무겁고 날이 넓은, 은우 오빠와 신해민이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은 검 바스타드 소드와 클레이모어를 골랐다.
다 중세시대에 있었던 무기로 알고 있는데…. 게임 같은 데서도 나오는 것 같고…. 역시 이 세계는 참, 이상한 곳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그 많은 무기들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이거 다 계산해 주세요."
"다 좋은 무기로만 고르셨네요. 실력이 좋은 장인들이 만든 것만 고르셨어요."
"아- 그런가요? 하핫-"
내가 멋쩍게 웃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글레이브가 245데크, 륜이 260데크, 레이피어가 210데크, 바스타드 소드가 220데크, 클레이모어가 225데크네요."
"다… 합쳐서 얼마죠?"
"1160데크. 그러니까 1셰크 160데크입니다."
1셰크…. 1셰크가 넘다니, 참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어….
직원 몰래 한숨을 쉬며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아까 보석상에서 받은 1셰크 짜리 지폐와 100데크 짜리 동전을 꺼낸 다음,
내가 가지고 있던 10데크짜리 동전을 6개 꺼내 계산대에 올렸다. 직원은 돈을 받은 후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무기들을
건네 줬다.
젠장,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들고 가.
"수고하세요."
애써 웃으며 그 많은 무기들을 손에 짊어지고 무기점을 나왔다.
가격이 정말 비싸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지만, 제 값은 할 것 같으니까…. 체념하는 수 밖에.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1시 45분이었다.
이런, 늦겠네….
첫댓글 무기를 다섯개나 들고 뛰어가야할 판이군요< 아하하,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설이라 컴퓨터를 못해서 오늘 세편을 올려 버렸죠... 내일도 두편이나 세편 올리려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시계구상하시기 힘들었겠어요,;;재미있어요!!!!
하핫, 조금 힘들었어요ㅠ_ㅠ 공책에다가 시계를 그려 보기까지 했었죠; 댓글 감사합니다!
아- 철저한 아이로구나 칭찬해줄게-ㅋㅋㅋ
철저하다니, 갑자기 왜......... 시계 때문에 그래? 그렇다면 고마운데, 크크크..
가방에 넣으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