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쿠, 진배야! ‘호쿠’ 해봐.”
농사일 틈틈이 갓 돌을 지난 손자에게 말을 가르치느라 어머니는 쉴 틈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그 가르치시는 말들이 사투리가 아니면 잘못된 외래어인 까닭에 제가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호쿠’는 ‘포크’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뿐만 아니라 포크레인 모형 장난감을 가리키시며 ‘포크링’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하시니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참견해야겠다 싶으면서도 웃음이 먼저 터지곤 합니다.
오늘은 진배가 할머니의 배꼽을 구경하겠다며 웃옷을 들추자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워매! 이 멀마가 왜 이런다냐?” 여기서 ‘멀마’는 머슴아이, 즉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러니 대화 한마디 한마디가 이야깃거리가 될 수밖에요.
그래도 어머니를 보면 이 세상 모든 할머니들의 애틋한 손자 사랑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아이가 놀다 살짝 다치기라도 하면 밤에 잠까지 설치며 당신 잘못이라고 안타까워 하시고, 또 여름철에는 모기가 하필 눈을 물어 눈두덩이가 붕어눈마냥 부어 올랐을 땐, 그 모기를 잡지 못한 게 속상하셔서 맘 아파하셨지요.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도 엄하고 무서우시던 모습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바다 같은 마음과 인자한 주름살로 가득한 엄마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져 옵니다. 불행한 사고로 자식 둘을 일찍 앞세우고 화병에 고혈압까지 얻으셨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새벽 일찍부터 나가 일하시는 엄마.
먼 훗날 저 역시 손자에게 틀린 말을 열심히 가르친다면 자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몸소 감싸 안으시며 가르치고 가슴 아픈 매까지 드시는 할머니의 사랑. 진배가 비록 지금은 어리지만 분명히 가슴으로 느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김미현 /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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