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은지 교사 일기장 등 입수…"무조건 살자"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은지 선생님, 정부는 이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연합뉴스TV가 선생님의 의료 기록과 일기장 등을 전체 입수해 분석해보니, 의문을 제기할 지점이 있었습니다.
나경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2년 전 숨진 김은지 선생님의 일기와 의료기록입니다.
김씨는 교직을 시작한 2017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담임 업무를 맡았는데 반 아이들이 뺨을 때리며 싸우는 일이 있었고 학부모 상담도 진행됐습니다.
유족들은 당시 학부모의 민원 전화가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김씨는 전화가 오면 불안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 김씨가 의사에게 털어놓은 내용을 보면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나타납니다.
다음해인 2018년과 이어 2019년 담임을 맡은 시기 진료 기록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애들과 교실이 무섭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까지 언급됐습니다.
담임을 맡지 않았을 때 '잘 마칠 것 같다', '편안하다'고 말한 기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A씨 / 경기도 초등교사> "어떤 능력 있는 교사도 악성 민원인을 만나면 정말 자격 없고 욕 먹어도 마땅한 그런 사람이…"
병이 깊어지자 2019년 말 결국 학기 중 휴직을 결정한 김씨.
이후 일기입니다.
"죽는 건 두렵다. 무조건 살 것이다", "내가 어떻게 회복될지 기대된다", "복직을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적었습니다.
담임 업무와 거리를 두자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20년 영어를 전담하며 '편안한 편'이라고 했던 김씨, 1년 뒤 5학년 담임을 다시 맡았고, 학부모 민원 등 비슷한 일들은 반복됐습니다.
그해 6월 김씨는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학교 측은 2년 전, 어떤 조사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고, 김씨의 사인은 '추락사'로 기록했습니다.
정부도 이 죽음을 순직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개인적 취약성'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유족들은 이 죽음은 명백한 공무상 재해라며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