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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돈 기업 효성의 부동산 매입, 장진영 결혼증명서 공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무덤 확인, 이후락 전 중정 부장·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자녀·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부동산 매입 실태….
한국을 들썩이게 만든 일련의 미국 발(發) 뉴스의 이면에는 안치용(安致勇·42)이 있었다. 안씨는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대를 나왔다. 1991년 울산 경상일보 기자로 1년2개월간 근무했다.
안씨는 미주(美洲) 조선일보 지사에서 2년 동안 일했다. 1995년에 YTN으로 옮겨 뉴스총괄부 편집부, 부산 주재 기자로 부산지검을 출입했다. 5년을 일한 뒤 2003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안씨는 그곳에서 뉴욕 미국한인방송(TKC)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독립해 현재 프리랜서다. 그는 "미국에 간 건 17년 전 미국에서 일한 인연에, 자녀 교육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탐사보도에 대한 열망도 작용했다"고 했다.
뉴욕에 사는 안씨의 일과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대학 도서관에서 뉴스를 분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 http://andocu.tistory.com)'라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지만 수입은 거의 없다고 한다.
블로그에 붙은 광고 수익이 월 300달러 수준이다. 아내와 아들(7학년) 딸(3학년)을 부양하기에 어림없는 액수다. 그는 "미국의 언론계 선배들이 맘껏 취재하라며 도와준다"고 했다.
그의 블로그 방문객은 들쑥날쑥하다. 하루 1000명에서 3만8000명까지다. 새 기사에 따라 확확 변한다. 그는 "아직 세련된 블로그를 만들거나 디자인할 겨를이 없었다"며 "조만간 동영상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그는 "방송사에서 하루살이 취재를 하다 보니 심층취재를 늘 아쉬워했다"며 "내 이름 걸고 제대로 취재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독립했다"고 말했다. 댓글과 제보로 쌍방향 접촉이 가능한 것도 블로그 미디어의 장점이라고 했다.
안씨가 탐사보도에 빠진 것은 김형욱 전 중정(中情)부장 때문이었다. 김씨를 아는 사람들을 취재하다 욕심이 생겨 그의 며느리를 만났고 마침내 김형욱의 유언장을 입수하게 됐다.
그는 최근 김씨의 묘도 발견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현장에 직접 가 확인했다. 김씨의 묘는 2002년 사망한 장남의 묘 옆에 있었다. 그는 묘지 관리인의 말을 인용, 2005년 묘지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뉴욕타임스에서 김형욱씨의 비서였던 이백희씨 딸 결혼 보도를 보고 신랑에 대한 가족사 등을 추적하기도 했다. 지금은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자금줄이 김형욱씨였다는 소문을 포착하고 취재 중이다.
안씨의 취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미국 내 취재는 60%가 온라인, 40%가 현장 취재다. 효성 기사도 뉴저지, 각 카운티 등기소를 인터넷으로 조회한 뒤 현장을 찾아 관련 서류를 복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가 지금까지 밝혀낸 효성그룹 부동산 구입 자금은 모두 1265만달러(약 147억원)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41)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37) 효성그룹 전략본부 전무 소유 등 지금까지 밝혀진 미국 내 부동산은 7건이다.
그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동산 취득은 자유지만 합법적이어야 하고 대기업이나 전·현직 대통령의 해외 재산 취득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 뉴스를 보니 검찰이 효성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이 정도로 확대될 줄 나도 몰랐다. 그런데 파면 팔수록 나왔다. 2세들의 이름을 조회하니 자료가 줄줄이 나왔다."
안씨는 매일 인터넷으로 미국 내 부동산 사이트와 검색 사이트에서 한국인들의 부동산 매입과 보유 현황 등을 찾고 있다. 뉴욕, LA, 호놀룰루, 뉴저지와 캘리포니아주, 하와이주를 뒤진다. 한국인들이 주로 사는 곳이다.
"구글 등 검색 사이트 검색창에 한국 사람의 영문 이름이나 찾고자 하는 주소를 치면 부동산 소유주까지 다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부분 카운티는 부동산 정보 공개가 자유롭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죠."
다만 정확한 영문 스펠링이 문제다. 안씨는 이씨의 경우 성을 Lee, Rhee, Li 등으로 다양하게 입력한다. 일단 비슷한 이름이 검색되면 가계도를 파악해 이름을 모두 쳐 검색을 시도하고 배우자와 자식 관계도 확인한다.
"효성은 부동산 구입 때 한결같이 효성(영문)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했어요. 순수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이 분들은 부동산 매입 당시 설마 이런 서류들이 모두 공개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안씨는 뉴욕 등기소장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미국은 왜 부동산 서류를 다 보여주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투명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개하는 것은 200년 전통"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카운티별로 공개 범위는 다르다. 라스베이거스와 댈러스는 결혼 정보까지 공개하지만 뉴욕은 결혼 여부는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 신고를 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씨는 배우 장진영씨의 결혼 증명서를 8월 23일 블로그에서 공개했다. 이에 네티즌이 몰리면서 그전에 올려놓았던 전직 대통령 가족과 효성,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의 미국 내 부동산 취득이 덩달아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그를 '미네르바'와 비교한다. 하지만 안씨는 "미네르바는 자기 의견을 공개했지만 나는 사실에 근거한 것을 공개하고 있다"며 "그와 비교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해외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지만 지난해 매입한 부동산은 올 5월까지 국내에 취득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지난해 하와이에서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한국인이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문제"라고 했다.
그가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부동산 매입 실태다. 그는 "아마 이달 중으로 큰 거 하나 정도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거대한 퍼즐 게임을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