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냉장고와 옷장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난 일 돕지 않고 사무실에 나가 컴퓨터를 쳐다보다 돌아와 얼른 나가자고 한다.
비는 오락가락한다.
보절마을의 소나무숲과 행정의 서어나무 숲, 그 앞의 삼산 소나무숲을
가랑비 오락가락하는 속에 지난다.
다행이 바보가 싫어하지 않고 모델도 되어주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삼산마을에서 점심을 먹을 고기리 대성식당은 금방이다.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다.
수정봉 입구 마을의 소나무를 생각하다가 구룡폭포를 잠깐 들르기로 한다.
곤달비 농장이 있는 주차장 입구는 통제선이 꽁꽁 쳐 있다.
넘어가려다가 구룡사 앞으로 가보기로 한다.
공사중이 안내판이 보이고 빨간 통금선이 펄럭이는데 난 끝까지 가보자고 한다.
흙탕물 가라앉히는 정화조를 만든다고 구비에 너른 땅을 깊이 파고 석축을 높게 쌓고 있다.
구룡사 앞에 옹색하게 차를 두고 폭포쪽으로 가는데
또 통제 안내판이 가로 막고 있다.
밀치고 들어간다. 솔밭 사이 계단은 무너져 금방 끝나고 암반위는 흙탕이다.
난간을 잡고 내려가며 바보가 걱정되는데 그도 용감히 내려온다.
비끄러운 바위를 내려간다.
구룡폭포 출렁다리 철기둥은 무너지고 바위 사이로 오르는 철간도 다 모아 놓고 아직 수리 전이다.
지난해의 폭우의 위력을 짐작한다.
흙탕물이 하얗다.
바위는 젖어 있다.
만용을 부려 글씨 새겨진 폭포 앞까지 올라 볼까 하는데 바보가 말린다.
잘됐다. 나도 조금 겁이 나긴 했다.
돌아 올라가는 길이 험하다, 바위를 올라 계단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가는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타고 가는게 낫겠다고 그리 올라가고 한다
어디든 내 발 하나 디딜 곳 없겠느냐고 바보를 독려하는데
그는 어느 새 나의 말로 나를 코치하며 이끈다.
미끄러운 얇은 신발을 신고 잘 올라가는 그를 뒤에서 찍으며 예예하며 나도 오른다.
차 세워놓은 다리 앞에 이르니 옷에 흙이 묻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차를 돌려 나오는데 못 빠져 나온다.
억지로 엑셀을 밟으니 길바닥에 까만 타이어 자국이 남아 바보는 겁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