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날 동검도채플 오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동검도 들어오는 다리를 건너면서 보이는 앞산의 설경이 몽환적입니다. 채플 앞 뜰에 서있는 소나무 가지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데 자꾸 눈이 내립니다. 솟아 나오려는 새싹들이 추위에 깜짝 놀라 목을 움추리는 모습이 연상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눈 오는 날 채플은 고요해서 생각이 잘 솟아나 글쓰기에 아주 좋습니다 오늘은 봄의 생명력이 어디서 오나 생각해 봅니다. 생명력이 팔팔한 우리 손녀의 볼을 만져보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촉감이 고무공처럼 탱탱합니다. 여린 새싹들도 언땅이 녹아 흙이 부드러워져야 싹이 돋아납니다. 모든 생명은 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합니다. 반면에 시체는 다 굳어 있고 딱딱합니다. 모든 생명을 살리는 물은 굳어진 자기의 형체가 없어 어디든 스며들어 싹을 튀우고 꽃을 피웁니다. 나이들면서 점점 더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워지는 사람도 있고 자기 고집과 생각이 굳어져 시체처럼 뻣뻣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젊어서도 유연하지 못하고 굳 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힘이 빠지면 생명력이 사라지고 로보트처럼 됩니다. 오늘 경직된 우리 사회는 생명력은 사라지고 로보트들끼리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쟁에 기독교인들의 다수가 참여하여 십자군 전쟁을 벌리듯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괘멸시키려 합니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구약의 전쟁의 하느님이 아니라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잔인한 독재자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생명력을 지닌 어린아이와 같은 분입니다. 하느님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시지 않고 우리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우리에게 자유를 주시고 우리와 상의하시며 일하시는 부드러운 분이십니다. 독재자 신관의 폐해를 안 천재 신학자들이 하느님은 불변하시는 분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랑을 배푸시는 하느님이라는 신관을 제시하셨습니다. 이것을 과정신학이라 합니다. 믿음이 좋다는 신자일수록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힘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들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저도 어린아이처럼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말랑말랑한 할아버지! 우리 손녀가 나를 진심으로 놀이 친구로 여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