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리소서! 내 속에 숨어있는 정욕의 불. 얼음같이 타오르는 본능의 불. 파멸시키고 죽이는 소멸의 불. 다 태워 재만 남기는 파괴와 진멸의 탐심.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동토와 냉소의 비웃음. 어떠한 부르심에도 움직이지 않는 게으름과 현실안주의 자기만족. 그대로 죽고 싶고 편안히 죽고 싶은 시체들의 행렬.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걸어야 할까?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남겨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삶과 그 결과가 두렵다. 죽음의 잠을 상상하며 아늑한 촉감에 빠져간다.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린다.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 이것도 죄인 것인가?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버려야할 것을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 이다. 그것으로 삶은 완성이 된다. 여기까지 이렇게 위태롭게 살아왔다. 이것도 하늘의 은혜인 것이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 자신을 다스리고 욕망을 다스리는 것. 그것이 생명의 관건이다. 매일 자신을 버리고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한다. 하루라도 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