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살다가 모든 것을 내동댕이치고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우린 여행을 간다.
그 여행의 목적이 어디에 있던지 상관하지 않고 이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느껴보고 싶은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아내의 회갑기념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다가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각자 1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들내외는 경기도에 산다.
우리가 가보고 싶은 곳은 물론 아들내외가 사는 곳이 아니지만 그곳을 경유하여 가야할 이유가 회갑이라는 특수한 행사의 일원이기 때문에 들려 저녁을 먹기로 미리 약속을 하고 예약해둔 장소에서 가까운데 사는 아이들 이모네를 초대하여 함께 하는 일정이 잡혀있어 조금 일찍 출발해서 경기도 광주부근에 있는 화담 숲이라는 곳을 구경하기로 하고 그곳으로 곧장 간다.
입구에 비스듬하게 누운 소나무가 첫인상부터 기분 좋은 느낌으로 와 닿고 잘 정돈된 숲길을 모노레일을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지금이 가을이면 정말 아름답겠다며 감탄을 하지만 불볕더위가 심심을 피곤하게 만들어 빨리 지치게 한다.
산림이 주는 느낌은 언제나 똑같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수종과 형상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 존재하니까 어딜 가든지 늘 새로운 느낌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이 참으로 한가롭고 시원한 느낌이 있어 이곳만의 정취를 말해주는 듯하다.
이곳을 좋아했던 모 그룹총수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소담스럽고 친화적인 모습에서 무지 덥고 힘들지만 구경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사진도 찍고 추억 만들기에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아들내외와의 약속장소로 이동하여 만찬을 즐긴다.
물론 만찬의 의미는 내속에 있다.
이것이 진수성찬이라고 느끼면 진수성찬이요. 만찬이라고 느끼면 만찬이듯이 어머니의 회갑을 위해 준비한 자리이니 그저 기특하고 즐거우니 내속에 만찬이라는 표현으로 와 닿을 뿐이다.
첫날밤은 이모네에서 자기로 했다.
아들네로 가기에는 술도 취하고 복잡하니까 이모네에서 준비한 두 번째 파티를 위해 모여 깊은 밤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의 여유와 느낌을 살려 오가는 술잔속에 여행이 주는 포근함이 배여 있고 회갑을 맞이한 아내의 환한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여 함께하는 모두가 즐거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두 번째 약속된 장소는 가평의 풀 빌라이다.
일요일 아침나절인데도 가평에서 빠져나오는 차들이 도로를 가득 채워 갑갑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행여나 사람들의 홍수는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있지만 가평 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훨씬 수월하여 마음에 안도가 있다.
점심은 막국수란다.
가다가 그냥 들린 집인데 꽤나 유명한지 그곳을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진과 싸인이 수두룩하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국물 맛이 만족스러워 함께 하는 딸내외의 모습에도 만족감이 있어 좋다.
풀 빌라는 상상해오던 가고 싶은 장소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수영장이 딸려있어 굳이 계곡물을 찾지 않아도 시원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까한다.
여행은 만찬의 연속이다.
성남에서 떠나올 때 구입해온 삼겹살, 새우, 소라를 숯불에 꾸어 복분자술을 가미한 축제는 환상이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한가롭고 여유로울 때 그것이 주는 극치는 완성된다.
산속에서의 무더위는 해가 지는 순간 어디론지 도망가고 벤치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멍석 깔고 누워 바라본 그 수많은 별들처럼 이곳 하늘에는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눈이 부신다.
너무 밝고 아름다워 금방이라도 빌라의 마당에 뚝뚝 떨어져 하나 가득 채울 것 같은 환상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내 속에는 언제나 그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별빛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고 그리움처럼 언젠가 여행을 가면 하늘이 깨끗한 곳에서 내속에 간직한 그 수많은 아름다운 별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이 현란한 별들의 축제는 환상이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각까지 말없이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도시에서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별자리 별들과 얘기하는 순간 정말 행복하다.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하루를 뽑아 최고의 날을 정해야 한다면 나는 꼭 이날을 꼽고 싶다.
언젠가 이루고 싶었던 내 속안에 있는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으니까.
가평에서 본 그 수많은 보석 같은 별빛을 가슴에 안고 세 번째 밤을 위하여 홍천으로 간다.
이곳은 내가 선택한 장소다.
대명 비발디 리조트이다.
처음 가는 곳인지라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설악산에 있는 대명리조트보다 4배나 규모가 큰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아직 휴가시즌이 좀 일러 별로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건만 나의 생각은 어느 한구석 맞는 것이 없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있어 내가 아는 세상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잠깐 놀랐다.
다양한 놀 거리와 먹을거리가 준비되어 있고 건물과 건물사이가 모두 지하로 연결되어 필요한 것을 누구나 맘먹은 대로 즐길 수 있도록 된 정말 별천지가 이곳이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려들었는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지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해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쏘겠소. 소고기로”
이 한마디에 모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곳에 늘린 음식점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음식점을 선택하여 그곳에서 운행하는 차로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을 전화로 예약하니 리조트 앞에까지 정시에 도착하여 데려가고 데려다 주는 친절한 음식점이다.
소고기는 맛있다.
그냥이 아니고 무지 맛있다.
단언하건데 부산에서는 이런 종류의 맛있는 소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하고 부드럽고 식감과 맛과 가격대비까지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는 대만족이다.
횡성한우의 우수성은 예전 설악산 리조트에서 1박할 때 이미 그 진가를 알았지만 확인 사살이라도 할 만큼 맛있고 행복하다.
하나같이 말한다.
부산에서는 이런 맛의 소고기를 먹어본 사실이 없다고.
만약 소고기가 먹고 싶다면 여행을 하고 횡성한우를 먹는다면 크게 만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소고기의 맛은 역시 횡성한우가 최고라며 배불리 먹은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노래방이다.
사람들은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 노래방은 시름을 잊게 해주는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식들의 노래 소리와 아내의 흥겨운 노래가 흥을 돋우고 손자 녀석의 열정까지 느끼며 여행의 멋으로 행복이 충만하여 평온한 밤을 맞이한다.
네 번째의 밤은 경주 어느 텐트촌이다.
묵호항에서 동해바다의 명물 곰치국으로 며칠 동안 육식으로 더부룩한 속을 진정시키고 달려 포항죽도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와 전복을 구입해서 깊은 산골짝 어느 곳에 위치한 텐트촌에서 하루를 보낼 요량이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고등어는 어찌나 싸고 싱싱한지 그 눈 속에 내 모습이 보이고, 저렴한 전복은 씨알이 굵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다.
깊은 골짜기에 지어놓은 수많은 집들 그것은 생활하기위한 모습보다는 왠지 모를 별장 같은 느낌이 든다.
누가 언제부터 이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집들을 지어 살았을까 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참으로 예쁘게 지은 집들이 부락을 만들고 있어 의아스럽기도 하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의 행렬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이미 사람들의 마을처럼 번잡함도 갖추었고 편의시설들이 꽤나 들어서있어 산골짜기 같은 느낌이 사라진다.
숯불에 전복과 고등어구이로 만찬을 즐기며 마지막 밤을 맞이하였지만 이번 여행의 의미는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거주지에서 전혀 다른 느낌 속에 자유롭고 안온하며 원하는 음식을 즐기는 행복한 여행이라는데 빙점을 찍고 있다.
손자 녀석과 실내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재미도, 밤하늘 무수히 빛나는 별들의 구경도, 사람과 사람의 북적거림 속에 나 라고 하는 존재의 의미며 모든 것이 추억이라는 새로운 장을 만들었던 이번 여행의 끝자락 오늘밤은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행복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 그것이 아무리 하찮고 의미 없다고 해도 스스로 그 작은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듯이 아이들과의 여행은 느긋함과 소소함이 배여 있어 멋있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먹고 즐기는 정말 알차고 멋진 여행이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나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이 웃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언제가 함께 떠날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본다.
여행은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고,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고 그리고 또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해서 늘 좋고 행복하다.
함께 여행을 하기로 생각을 내어주고 함께 한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여행의 잔상을 놓을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