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두물머리 9일 기도회 8일째인 오늘은 1년 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음의 기운이 가장 강한 날이면서 동시에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 이기도 합니다. 밤의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밝게 타오르는 촛불처럼 두물머리의 희망은 우리 삶의 행로를 장식하고 용기
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오늘 9일 기도회는 의정부교구 조해인 신부님, 김승한 신부님, 김규봉 신부님, 수원교구 서상진
신부님, 최재철 신부님, 서울교구 조해붕 신부님, 예수회 최영민 신부님, 꼰벤뚜알 수도회 윤종일
신부님, 이창우 신부님과 수사님들, 도정리 수녀님들, 팔당 생협 회원들 등 30여명의 두물머리
은인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옛 말에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은 일 년 열 두달 보약보다 낫다
고 했는데 팔당 생협 어느 이사님께서 동지 팥죽을 직접 해 오셨습니다. 내심 기다리고 있던 동
짓날 따끈한 팥죽을 나눠 먹으며 고단했던 심신의 피로도 풀고 일양의 기운을 얻어 4대강 사
업 마지막 저항지, 두물머리를 꼭 지켜내자는 다짐과 생명의 기도가 오늘도 두물머리 강변에
울려 퍼졌습니다.
4대강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674일, 육백 일흔 네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
는 의정부교구 김성길 신부님, 김인석 신부님, 이은형 신부님, 박성욱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
되었습니다.
김성길 신부님은 “어제 아침 9일 기도를 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이 새벽에 길
을 나서는가? 내가 사제로서 종교인으로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분명히 교회가 파견한 본당
공동체와 지역사회인데 머나 먼 이곳까지 왜 또 나는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하는가? 또 그 시
간에 함께 모였던 동료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교우들을 생각하면서 이 분들의 삶의 자리는
여기가 아닌데, 우리들의 삶의 자리는 우리들이 치열하게 자신의 신앙과 가치관을, 양심을 살
아내고 꽃피워야 하는 곳은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그 곳인데 왜 우리는 그 곳에 머물지 못하고
길을 나서서 한 곳에 모여야 하는가? 여러분 스스로도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내 삶의 거처를
떠나서 왜 길을 나서야 되는지 조금은 질문을 던지면서 오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성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시기에, 주님의 행보 앞에서 나의 길 나섬에 대한 이유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느님께서 하늘 궁전을 마다하시고 사람이 되신 사건이 바로 성
탄이라는 사건입니다. 당신의 거처를 두고 모든 것이 아쉬 울 것 없는 그 분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뒤로 한 채, 참으로 누추하고 보잘 것 없는 말구유에 당신의 첫 거처를 마련하셨을까?
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당신의 영원한 집을, 당신이 머무는 영원한 성전을 이 세상에 마련
하셨을까?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 분의 이름이 이사야가 예언해주고 또 천사가 반복해서 일러
주는 그 이름, 임마누엘, 그 이름 속에서 그 신비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와 함께 있기 위해서,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그러나 결정적인
때가 되었을 때 우리 중에 하나가 되심으로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심을 드러
냈습니다. 그 하느님의 신비로운 강생, 육화의 사건속에서 오늘 우리가 이 곳으로 길을 떠난
이유도 바로 거기에서부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도 함께 있기 위해서 이 곳에 왔습니다. 함께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 울고 힘들
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그 싸움이 자신의 이권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적인 사람
들이 아닌 생명 지킴이, 환경 지킴이라는 참으로 조상 대대로 하느님께서 주신 이 소중한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그 분들과 함께 있
기 위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그 분들과 함께함으로써 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그 분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이 곳에 우리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마음은 그래서
평화로운 마음이고, 오는 마음은 언제나 설레임의 마음입니다.”라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의정부교구 구리성당 이현섭 신부님과 신자들, 대구에서 올라오신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
수녀님들, 의정부교구 운정 성당, 금촌 성당 신자들을 비롯한 스물다섯 분의 교우들께서 대림제
4주간 목요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