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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07
씬/1 안드레아의 방 - 전회 연결 (낮)
은하와 우진 두 사람 잠시 그렇게 마주 보고 있는. 우진 쪽지 쥔 손을 등뒤로 감춘다.
은하 : 무슨 일이야.
우진 : ... 은하야.
은하 : ?
우진 : (망설인다) 우리... 너하고 나하고 안드레아 하고... (눈물 반짝) 우리 참... 좋았지?
은하 : (본다)
마주 서 있는 우진과 은하. 그리고 세사람이 만나서 친해지고 싸우고 고민하던 모습들이 스쳐간다.
안드레아와 우진의 만남. 은하를 만나게 되는 우진. 세사람 목욕탕 가는 것. 눈 싸움 하던일. 케익 자르며 박수치던 세 사람.
농구하던 일. 엠티 갔을 때. 우진을 때리는 은하. 은하를 업은 안드레아. 쪽지가 들킨 일. 안드레아를 때리고.
우는 은하를 맘 아프게 지켜보는 우진. 별장에서의 불꽃놀이. 웃고 있는 세 사람 안드레아 우진 그리고 은하의 모습 모습들에서.
다시 안드레아의 하숙방에 마주 서 있는 은하와 우진으로 돌아온다. 우진 쪽지를 꽉 움켜쥔다.
우진 : (결심하고) 은하야 나는... (하는데)
은하 : (우진을 보는 표정)
우진 잠시 다시 은하를 보는 망설인다. 결심하는 우진. 우진 쪽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은하 : 무슨 얘기를 하려고...?
우진 : 사랑한다... 은하야.
은하 : ! (표정)
우진 : 사랑해. 지금은 니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니가 없으면 나는 나빠지기만 할 테니까...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테니까... 그러니 나는 난 널 절대로 놓칠 수가 없다.
은하 : (그대로)
우진 :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은하야.
씬/2 학교 건물 옥상 (황혼)
처음 안드레아를 만났던 옥상에 우진 혼자 서 있다. 우진 안드레아의 쪽지를 보고 있는 표정. 그러다가 쪽지를 구긴다.
우진 : 안드레아 나는 너를...정말로 좋아했어.
먼 하늘을 바라보는 우진의 시선. 오래 오래 비춰지는.
점점 화면 주위에서부터 어두워지면서. 우진의 거짓 편지가 깔린다.
점점 어두워져 결국 우진의 손에 쥔 쪽지만 희미하게 중심에 보일때까지.
우진 : (소리) 안드레아. 1년간의 준비 기간을 끝내고 네가 수도회에 정식으로 입회했다는 니 편지 받았다.
이곳은 별다른 변화 없이 여전하다. 아참 얼마 전에 은하는 이사를 했다.
아직도 은하는 너를 잊기 위해 노력중인 것 같아서 니 소식은 전하지 않았어.
완전한 암전.
우진 : (소리) 은하와 나, 우리 둘은 ...잘 지내고 있다.
씬/3 거리 (낮)
(F.I)
길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스무살의 여대생. 따뜻해 보이는 하얀색 코트를 입은 천사같은.
주위가 밝아 질 것만 같이 순하고 아름답다.
씬/4 음악당 계단 (낮)
같은 거리. 쭉 구불 구불 커브 틀며 길게 늘어선 음악 당 앞의 계단.
계단 꼭대기에 서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서있는 역시 스무살 가량의 남자.
그 옆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은 중고생들에게 다짐을 하는 남자.
그런 남자와 중고생들 뒤쪽에 서 있는 인디 밴드 식구들. 기타들과 각자 악기들 싸들고 있는.
남자 : 좋다. 이걸 신고 여길 내려가 보라 이거지?
밴드 : 야야 애들하고 그만 놀고 가자~ 배고프다~
남자 : 기다려요 형! 노는게 아니라 버릇 고치는 거라니까요? (아이들에게) 형이 이걸 타고 여길 내려가면
앞으로 니들 형들 공연하는데서 시끄러운 음악 그만 틀고 공연중에 스케이트 그만 타는 거다?
중학생 : 좋다!
남자 : 그리고 또 하나 나한테 깍듯하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오케이?
중학생 : 어 안돼 자기 맘대로 정하고 그런게 어딨어?
하는데 어느새 남자 벌써 펄쩍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뒤로 서서 주르륵 경쾌하게 미끌어져 내려가는 남자.
중간에 턱에서는 나름대로 점프도 하고. 다시 주르륵. 아이들 놀라서 입 벌리고 본다.
그러다가 어? 남자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쑥 걸어 들어오는 여자. 예의 흰 코트를 입은 여대생이다.
중학생 : 형! 위험해!
아이들 : 비켜요 비켜! (하는데) 위험해요! (다들 난리인데)
여자 못 듣고. 어? 남자 돌아보다 주위가 흐트러진다. 황급히 급커브 틀어 보지만 여자와 부딪히고 여자 넘어진다.
남자는 반동으로 쭉 나아가 차도로 돌진해 버리는 차들에 우왕좌왕하는 남자 어쩔 수 없이 차도를 건너가 버리는데.
아이들과 우루루 내려와서 여자를 부축해 일으킨다.
여자 : (놀라고 당황한 듯 그러나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
중학생 : 누나 괜찮아요?
여자 대답 없고 괜찮아요 하던 아이들도 갸웃 하는데. 길 건너 간 남자 쪽 보는데. 길 건너에서 남자 뭐라고 소리치고 있다.
남자 미안해요 하는데 차들 지나쳐 가는. 여자 남자 쪽을 보는데
여자 앞으로 차가 멈춰 선다. 온다. 차문 열리고 나오는 운전기사.
운전기사 : 유리 아가씨! 오래 기다리셨어요?
유리 : (수화한다) (아니 아니예요 안 기다렸어요) (하고 곤란한 듯 아이들 본다)
아이들 : (마주보고)
중학생 : 이 누나 말 못 하나부다.
운전기사 : (아이들 보고) 무슨 일이냐? (유리에게) 무슨 일입니까?
유리 : (건너편의 남자 흘낏보고) (아니예요 아무일도 아니예요. 그냥 가요 아저씨)
남자 길건너에서 유리가 수화하는걸 본다. 어? 하는 남자.
남자 : (팔 흔들며) 이보세요 여기요 여기 잠깐만요.
유리 차로 가며 못 보면 중학생 가서 유리의 팔을 잡는다.
중학생 : 저기 누나 태석이 형이 불러요.
유리 입술 읽고 차에 타면서 다시 언뜻 남자를 보면. 남자 황급히 미안하다고 수화로 말해주는.
유리 ?! 놀라서 남자를 본다. 아이들도 와~ 밴드 멤버들도 쟤가 저걸 어케 알아 하는 분위기.
태석 미안하다고 다시 수화로 말하는. 유리와 태석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모습.
어린시절의 유리와 태석의 모습에서 큰 두사람의 모습. 그러나 아직 두사람 서로 누군지 알아차리진 못했다.
유리 이윽고 차에 타고 차 사라져 가면 이윽고 자막이 뜬다. - 몇 년 후 -
씬/5 우진의 집 거실 (낮)
유리 들어오면서 열심히 문자 날리고 있다. 아줌마 마중하고.
아줌마 : 이제와요? 뭐해요?
유리 : (아버지요. 내일이 오빠 생일인데 올라오실 거냐구요) (웃는 표정)
얼른 이층으로 올라간다.
씬/6 우진의 방 (낮)
들어오는 유리.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는. 그리곤 우진의 책상에 가만히 선물을 내려놓는다. 빙긋 웃는 유리.
유리 돌아서서 문자 계속 보내며 나서는.
씬/7 강가 (낮)
낚시를 하고 있는 정박사의 모습. 예전과는 달리 많이 기운이 꺽인 모습이다. 보글 거리는 찻물. 핸드폰이 삐빅 거린다.
정박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는. 유리임을 확인하자 금방 얼굴 풀어지는.
정박사 : 유리야. (하는)
따뜻한 표정으로 보다가 핸드폰 보는데 이내 표정 안좋아지는. 놓고 일어나 차를 따르려는데 다시 울리는 핸드폰.
정박사 : 여보세요...? (표정) 당신이요..?
씬/8 원장실 (낮)
전화 걸고 있는 경은.
경은 : 내일이 우진이 생일이예요.. 우진이 그렇다고 해도.. 유리가 당신 오길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잠시 그러다가) 나도 기대하고 있었어요. 영 안되겠어요? 이번엔 너무 오래 비우시네요. 그래요 다시 전화 할게요.
전화기 내려 놓는다. 잠시 한숨 쉬는 경은. 그러다가 인터폰 누르는.
경은 : 정우진 선생 지금 어딨죠?
비서 : (소리) 원장님 정우진 선생님 지금 오피(수술) 들어가셨는데요?
경은 : ....병원 밖에 방송국차가 와 있던데..?
비서 : (소리) 저기.. 정우진 선생님 수술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경은 : (어두워지는 표정)
씬/9 수술실 (낮)
장중한 클래식 음악 흐르는 수술방. 의료진 뒤쪽으로 촬영용 카메라 보인다. 방송국 병원24시처럼 촬영하고 있는 중.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손놀림.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보면 수술에 집중하고 있는 우진의 모습. 침착하면서도 노련한 모습이다.
간호사 옆에서 우진의 땀 닦아 주는 모습.
우진 : (맞은편 의료진 보며) 석션... (간호사 보며) 혈압 어때요?
간호사 : (보며) 조금씩 정상수치로 가는데요?
우진 : 오케! 스킨엣지 잘 맞춰 봉합하고. 포스트옵 오더 잘 내주고.
의사1 : 네.
다시 집중해서 마무리하는 우진. 음악이 끝나자 딱 맞춘 듯 동작 멈추는 우진.
우진 : (긴 한숨 후 수술방 사람들 둘러본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술실 의료진들 모두 인사에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우진 일어나 수술실 나가면서 피뭍은 수술장갑 벗고 나간다.
카메라 따라 나간다.
씬/10 수술방 앞 복도 (낮)
환자 보호자들 긴 복도에 몇 명 앉아있는데. 노동자로 보이는 허름한 옷차림들.
리포터로 보이는 여자 앉아있다. 우진 나오는 걸 보곤 마이크 내밀며 질문하고 카메라 잡는다.
보호자들 우루루 우진에게 매달리며
보호자 : 선생님, 우리 어떻게 되었나요? (글썽이며)
우진 :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지켜봐야겠지만 회복은 순조로 울겁니다. 기다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보호자들, 넙죽 인사하며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인사 계속 하고 있고,
잠깐 보던 우진,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며... 마스크, 수술용 모자, 가운 벗는다. 리포터와 카메라 따라오고 있다.
리포터 : (마이크 들이대며) 앞으로도 오늘같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계속해서 도우실 생각이신가요?
우진 : 이미 저희 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장 수술팀을 구성 하고 있습니다만
최고의 수준이란 의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생명이 오가는 환자를 두고 이익을 생각하는 건
의사가 할 행동이 아닙니다. 대답이 됐습니까? (머리 쓸어 넘기는) 오늘은 이정도 하면 안될까요?
리포터 : (웃음 눈 가늘어 진다) 어느 여성지에서 신랑감 후보 1순위란 기사를 읽었는데
그런 사적인 질문 몇가지만 더 드리면 안될까요? 정말 미남이신데요.
우진 : (짐짓 미소 짓는) 그렇다면 유감인데요. 제 환자들은 마취 때문에 제 얼굴을 전혀 못 보거든요. 실례합니다.
우진 지나쳐 가면 휴우 하는 리포터. 카메라맨의 표정.
씬/11 우진의 진료실 (낮)
피곤한 듯 자리에 앉는. 자리에 앉아 인터폰 누른다.
우진 : 의무과장 연결해줘요. (하는데)
하는데 삑하는 인터폰 소리. 우진 전화 받는다.
우진 :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더 이상의 무료진료에 관한 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지않습니까?
...뭐요? 어머니께서요? ...(인상 쓰며) 알았습니다. 일단은 앞으로의 자선진료는 유보하세요.
하며 거칠게 전화 내려 놓는 우진. 잠시 피곤한 듯 이마 문지르는데 전화가 온다.
우진 : 여보세요... 그래 나야. (잠시) 지금 갈수 있어.
씬/12 고급 호텔 전경 (저녁)
씬/13 호텔 룸 (저녁)
비어 있는 방안. 보면 테라스 열려 있고 테라스 쪽에서 술을 마시며 경치를 보는 우진.
방문 열리는 소리 들리며 여자1 들어온다. 테라스로 나가는 여자1.
씬/14 호텔 테라스 (저녁)
여자1 우진의 옆에 서는.
우진 : 애인은 어쩌구 나한테 전화를 한거지?
여자1 : 심각한 사이 아니라는 거 우진씨가 더 잘 알텐데? (우진의 목에 팔 건다)
우진 : (유혹 받지만, 담담하게 서서 바라보는 모습)
여자1 : 여전 하네. 당신 손에 메스가 쥐어졌을 때만 열정을 발산시키나? 내 심장도 좀 봐주는 건 어때?
우진 : 나에게 사랑 같은 것만 기대하지 않으면.
스르르 다가와 우진에게 키스를 하는 여자1. 우진 역시 여자1을 안으며 방으로.
씬/15 호텔 룸 (저녁)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여자1. 우진 벌써 일어나 옷 입고 나갈 준비하고 있는.
여자1 : (소리에 깨서) 벌써 가는 거야? 여전히 무정하네.
우진 : 배 고파. 더 자. 나중에 전화 할게. (돌아선다)
씬/16 피부과 / 성형외과 외경 (밤)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함께 있는 깨끗하고 세련된 병원 건물 외경.
씬/17 피부과 서영의 진료실 (밤)
진료실 같지 않게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실내. 후루룩 후루룩하며 라면을 먹고 있는 우진의 모습.
서영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가지고 온다.
우진 : (웃는) 야~ 서영이 너 많이 변했다... 언제부터 이런걸 챙겨 주냐?
서영 : ... 길 잃은 어린양한테는 종종 해주는 일이야. 내일 생일파티 하자며? 만나기로 해놓고 오늘 불쑥 여긴 웬일이야?
우진 : 배고파서 왔어.
서영 : 배가 고프다... (농담 반 진담 반) 영혼이 고픈 건 아니구?
우진 : (표정)
서영 : 성욱이가 그러더라 너 요즘 화류계에 자주 뜬다구.
우진 : (말 돌리는) 병원은 잘돼? 재밌어?
서영 : 그럭저럭 ... 여드름 짜는 일이 뭐 재밌겠어.
성욱인 신났어. 대학병원에서 내도록 빙빙 돌다가 개업하고 야단 칠 사람 없으니 재밌데.
우진 : 둘이 개업해서 이렇게 붙어 있다가 곧 국수 먹여 주는 거 아니냐?
서영 : 성욱이 하고? 수술할 때마다 지가 수술해 준 환자들하고 사랑에 빠지는 애랑 결혼을? 끔찍하다 야. (하는데)
우진 : 그럼 나랑 할래?
서영 : ! (표정 보는)
우진 : (무표정하게) 나랑 하자.
서영 : (표정)
서영 가만히 보다가 휙 우진의 주머닐 뒤진다.
우진 : ?
서영 우진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1번을 누르는 서영.
소리 : 전화기가 꺼져 있으니 다시 걸어주세요.
서영 : (끊고 다시 내민다) 2년째 전화기가 꺼져 있구나. (보는) 이 꺼진 전화기의 주인공 번호를
2년이나 1번에서 안지우고 있는 너하고 내가 결혼을? 그건 더 끔찍해.
우진 : (묵묵)
서영 : 이렇게 해지도 안시키고 핸드폰이 유지되고 있는걸 보면 은하가 남미에 있는게 아니라 꼭 서울에 있는거 같아.
우진 : (표정 그러다가 그냥 국물 후루룩 넘긴다)
서영 : (본다) 정말 2년 전에 은하한테 무슨 일이 생겼던 거니? 무슨 일이 생겼길래 레지던트도 채 끝내지 않고
혼자 훌쩍 외국으로 의료봉사를 떠난건데?
우진 : 나도.. 몰라.
서영 : 너희 약혼식까지 준비했었잖아.
우진 : (잠시 표정) .. 몰라...(하는데)
서영 : 은하가 떠나고 너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
우진 : (그대로)
씬/18 우진의 집 외경 (밤)
씬/19 거실 (밤)
우진 들어오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마중 해 주고 있다.
아줌마 : 어서오세요 도련님.
우진 : (흘끗 쳐다보곤 이내 구두를 벗으며) 아주머니가 제 어머니 같군요.
아줌마 눈치 보면 거실에서 책 읽고 있는 경은. 경은 탁 책을 덮고 일어 난다.
우진 : 제주도 학회에 가신줄 알았는데요?
경은 : .... 너 보고 가려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거다.
우진 : (표정)
경은 : (선물 내민다) 생일 축하한다. 이 말이 해주고 싶었다.
우진 : (받는 깍듯하게) 고맙습니다.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그럼 올라가겠습니다. (돌아선다)
경은 : 우진...(그러다 말고 우진을 바라보는 어두운 표정)
씬/20 우진의 방안 (밤)
우진 방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휴지통으로 앞으로 가서 선다. 선 채로 선물을 뜯어 넥타이핀을 꺼내 잠시보는.
그러다 이내 그대로 포장지와 함께 버린다. 옷을 벗다가 책상위에 놓은 다른 선물을 발견한다. 유리의 선물이다.
벗는 것을 중지하고 흐믓한 표정으로 카드를 읽고, 포장을 열어 속에 든 넥타이를 꺼낸다.
거울 앞에서 목에 넥타이를 이리저리 대어 보다 휴지통을 쳐다본다. 어두운 표정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확 서랍장으로 다가가서 뒤지기 시작하는. 그리곤 서랍 안에서 핸드폰을 하나 꺼내드는 우진.
우진 핸드폰을 켜 본다. 조은하 라는 이름이 뜬다. 은하의 핸드폰.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듯 만져본다.
우진 : ....조은하 (하는 우진의 표정) 나는 점점 나빠져 가고 있다.
씬/21 병원 외경 (아침)
씬/22 병원 병실 (아침)
회진하는 우진. 꼼꼼하게 제대로 챙기는 우진.
씬/23 병실 복도 (아침)
우진 병실에서 의사 몇명과 나온다. 의견들 나누며 걸어가려는데 비상 계단 쪽에서 들리는 소리.
인턴 : 아.. 그게 아닌거 같은데요? 선배님?
소리 : 아니야 가만 있어봐.
우진 : ! (멈춰 선다)
소리 : 맬 줄도 모르면서 선배가 오랜만에 해주면 가만 있지.
의사 : 정선생?
우진 : 아.. 미안합니다. 먼저 가세요. (한다)
인턴 : 선배님 정말 넥타이 매 본적 있으세요?
소리 : 있어. (사이) 사실은... 두 번째야 이게.
우진 돌아서서 비상 계단 쪽으로 발걸음 옮기는. 열려진 문틈으로 보여지는 인턴 남자 후배와 서 있는 은하의 모습.
우진 !
인턴 : 네에? 뭐라구요? 어쩐지? (등등 얘기하는데)
은하 : (기척에 돌아본다 우진을 보는)
우진 : (은하를 보고 있고)
은하 : (보는 표정)
인턴 ? 하다가 ! 놀라서 인턴 우진에게 인사하고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우진, 본다.. 은하 ..미소 짓는. 우진 ..그저 보는.
은하 : 정선생... (온다) 오랜만이야. (웃으며 다가온다)
우진 그대로 짝 뺨을 때려 버린다. 은하 표정. 우진 은하를 본다.
은하 다시 우진을 보는. 그러다가 짐짓 미소를 지어보는 은하.
은하 : 어제 들어왔어.
우진 : .... (돌아선다)
은하 : 얘기 좀 해.
우진 : ...수술 들어가던 길이야.
은하 : 기다릴게.
우진 : (그대로 가 버린다)
씬/24 휴게실 (아침)
커피 한잔 들고 차분히 앉아 있는 은하. 의사들 몇몇 수근 거리는데 레지던트 한 명 달려와 본다.
의사1 : ...조은하 선배가 왔다구? 어디! (본다)
의사2 : 옛날에 정우진선생하고 약혼할뻔 했다며? 사실이야? 약혼깨구 의사고시도 포기하고 남미로 의료봉사 갔다던데?
의사1 : 궁금한게 뭐가 그렇게 많아.
의사2 : 그래서 정우진 선생님이 완전히 망가졌다던데? 근데 무슨 염치로 이 병원에 온거야?
의사1 : (하다가) 야야 그만들 하자. (하는데)
은하 그냥 앉아 있는 모습.
씬/25 수술실 (아침)
수술을 하고 있는 우진. 손이 엇나간다. 오페라 아리아. 우진 마음이 안잡히는지. 다시 손 엇나가자.
우진 : 음악 꺼! (하는 황급히 음악 끄고 조용해지면) 미안합니다. 5분만 쉬었다 합시다.
씬/26 수술실 밖 (아침)
나와서 신경질적으로 서성이는. 후욱 숨을 내쉬는 우진 옆에 환자들 이동 난간을 잡고 심호흡을 한다.
진정해 보려는데 잘 안되는 그러자 갑자기 쾅 손바닥으로 벽을 치는데.
씬/27 휴게실 (낮)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은하. 시간이 자꾸만 자꾸만 흘러 간다.
씬/28 수술실 앞 (낮)
수술실 불 꺼지는데.
씬/29 우진의 진료실 (낮)
수술 끝내고 들어오는 우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옷을 갈아입고도 미동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우진.
비서가 들어온다. 우진 보면.
비서 : 아직 안가셨는데요?
우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앉아 있는. 그러다 전화를 건다.
우진 : 나야... 연락이 너무 빨라서 놀랐어?
씬/30 휴게실 (낮)
은하 앉아서 기다리는데 달려오는 비서. 은하 비서를 보면.
비서 : 저기 부원장님께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십니다.
은하 : 그렇군요. (일어난다)
비서 : (메모 전달하는) 차는 준비 되있습니다.
은하 : 고마워요. (그러다가) 아... 저기 근데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비서 : ? (보는)
씬/31 레스토랑 (낮)
우진이 앉아서 은하를 기다리고 있다. 은하 들어온다.
은하가 두리번거리는 걸 그대로 바라보는 우진. 은하 변하지 않았다...그리고 많이 변했다.
은하 이윽고 우진을 발견한다. 은하 짐짓 미소 지으며 우진에게 다가오는. 은하 자리에 앉는다.
은하 : ... 다행이야. 더 늦었으면 못보고 갈 뻔했어. 약속이 있거든.
우진 : ... 약속?
은하 : ... 일이.. 생겨서 서둘러 예정에 없이 들어왔어.
우진 : (잠시 본다 그러다가) 주문 하자. (웨이터를 부르는)
음식들 차려지고 두사람 식사 하는 표정.
우진 : (먹으며) 일보고.. 다시 돌아 갈거니?
은하 : ...아니.. 못 돌아 갈 거야.
우진 : (본다 그러다 다시 먹으려다 툭 포크 던저버리는) ...도저히 못 먹겠군. (그러다가 냅킨으로 입닦는)
내 생각에 우리는 이렇게 한가하게 안부 주고 받으며 밥 먹을 사이는 이젠 아닌 거 같다.
은하 : ....(잠시 물끄러미 본다) 미안해...우진아.
우진 : (표정) .... 미안하다면.. 변명이라도 해봐.
은하 : (본다)
우진 : 대체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난 건지. 그것도 우리 약혼식이 정해지자마자 서둘러 출국을 한 이유가 뭔지.
의사 고시도 포기하고 의료 봉사를 왜 가야 했는지. 왜 간건지 말해봐. 변명 해 보라구.
은하 : .. 그저... 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 우진아.
우진 : ! (그러다가) ... (분노를 억지로 누르는 표정 그러다 피식 웃고 마는 다시 먹기 시작한다) 니가 출국한다 그랬을 때
처음엔 나한텐 거짓말하고 이탈리아에 가는 줄 알았다.
은하 : (고요하게 본다 미소 짓는) 그것 때문이 아니야.
우진 : 이탈리아에 누가 있는지 기억하고는 있었구나. 안드레아가 떠난후 단 한번도 그 녀석 이름을 입에 안 올리 길래
난 니가 다 잊어버린 줄 알았지. 아니면 절대로 잊지 못해서였나?
은하 : (단호하고 가볍게) 그렇지 않아. (미소) 잊었어 다. 전부다. 잊었어 나. (하고는 먹기 시작하는데)
우진 : (노려 본다 그러는데)
여자1 : 우진씨?
은하 본다. 세련된 차림의 예의 여자1 다가 온다.
우진 : (일어난다) 어서와. (의자 빼준다)
여자1 : (은하를 보는) 어제 같이 지내고 하루만에 불러줘서 무슨일인가 했더니. (떼어 달라는 줄 오해하는)
우진 : (무표정) 추측하지마. 니가 보고 싶어서 부른 것 뿐이니.
여자1 : 그래요? (하고는 은하에게) 포기하세요. 이 남자 위험한 사람이니까.
은하 : ... (작게 웃어 보인다) 그러죠.
여자1 : (우진에게) 이걸 하라고 부른거지? (은하에게) 포기하세요.
우진 : 얘기는 천천히 하고 뭐 시킬까?
은하 : (씁쓸한 우진에게) 미안해. 정선생도 선약이 있었나보네. 나도 사실은 시간이 다됐어. (일어난다)
이만 실례 할게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우진 : (그대로)
여자1 : (흥미롭게 보면)
은하 : ... (잠시 우진을 보다가) 생일 축하해.
우진 : (표정) ! (흔들린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은하 돌아서 나간다. 우진 그대로 상처받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자1 : 우진씨 타입이 아닌데? 도대체 누구야? (하면)
우진 : 내... 약혼녀.
여자1 : ?!
우진의 표정.
씬/32 병원 복도 (오후)
걸어 들어오는 우진. 자기 진료실 문을 여는데.
씬/33 진료실 (오후)
진료실에 놓여 있는 케익이 보인다. 우진 바라보는 표정. 우진 천천히 다가가 케익위에 쪽지를 보면.
은하 : (소리) 스무살 생일부터 언제나 니 생일케익은 내몫이었으니까 아마 우진이 넌 또 잊어 버리지 않았을까?
우진 잠시 서서 있는.
과거. 우진의 생일날 눈 싸움하던 세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진 천천히 케익을 집어서 그대로 팍 케익을 던져 버리는.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며 털썩 주저 앉는 표정.
우진 : 왜 돌아 온거야. 도대체 왜? (하는데)
씬/34 대학 병원 외경 (오후)
CT 검사하고 있는 은하의 모습. 지켜 보고 있는 선배의사 혜원.
씬/35 판독실 (오후)
사진을 보고 있는 은하와 선배. 은하 선배를 돌아본다.
은하 : 125분의 1의 확률... 그것도 이젠 포기해야 하는건가요?
혜원 : (본다) 결과는 몇일이 지나봐야지 나오니까 기다려 보자구.
은하 : (표정)
씬/36 버스 (오후)
커다란 여행가방을 가지고 버스 타고 성당으로 가고 있는 은하. 맨 뒷좌석.
옆자리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앉아 있고 엄마인 듯 한 사람은 졸고 있는. 아이 무료해 한다.
은하 가방에서 쵸콜렛을 꺼내 까서 여자 아이에게 내미는.
아이 : 고맙습니다. (좋아하며 먹는)
은하 : 맛있니? (그러다가) 너....확률이란거 아니?
아이 : ?
은하 : 125분의 1의 확률이 뭔지 아니?
아이 : 뭔데요?
은하 : 있잖아. 너 목성 알지? 하늘의 별 말야. 그 목성의 달인 이오란 별이 목성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42시간 30분이래.
아이 : ?
은하 : 근데 여기 지구에서 보면 그 이오란 별이 한번 반짝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꼭 42시간 30분이 아니란거야. 때마다 항상 다르데.
그건 왜냐면 지구가 돌고 또 목성도 돌기 때문에 빛이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나서 그렇다거든?
(손짓해서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아이 : 어려워요.
은하 : 어렵지? ... 그래 하여튼 그 이오가 약속대로 딱 42시간 30분만에 목성 주위를 도는 건 아주 드문일인데
그게 125분의 1의 확률이란거야. 참 우습지? 꼭 지켜야 하는 시간을 125번만에 한번만 지킬 수 있다니.
아이 : (표정)
은하 : 그렇지만... 그래도 한번은 일어나잖아. 그러니 기적도 한번은 일어나는 거 아닐까? (표정)
아이 : (은하를 빤히 보는)
은하 : (! 아이에게 웃어준다) 미안...말도 안되지? 하나 더 먹을래? (주는 표정)
씬/37 성당 외경 (저녁)
씬/38 성당 (저녁)
미사 드리고 있는 베드로 신부. 젬마 수녀와 마리아 아줌마도 참석해 있고.
은하가 들어온다. 사람들 돌아보고. 은하를 알아보는 아이들 좋아하고. 조용하고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은하 젬마수녀와 마리아아줌마 옆에 와서 앉으면 두 사람 어쩔 줄 모르고 은하의 손을 서둘러 잡는.
은하 베드로 신부를 보는데 베드로신부도 제단에서 은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경건한 미사 사람들 고개 숙이고 다 기도드리는데. 은하만 혼자 고개 들고 앉아 있는 모습. 도전적이다.
씬/39 식당 (저녁)
젬마수녀 종종종 뛰어 다니고 있다. 마리아 아줌마 음식 차리고 있고.
젬마 : 오뎅 볶음 없어요? 은하가 그거 좋아하는데.
마리아 : 아이고 수녀님 제발 그만 좀 앉아 있어요. 은하가 이젠 여기서 쭉 지낸다는데 근데 뭐가 그렇게 조바심이예요.
젬마 : 아이 그래도 2년만에 온건데... 아이 참.. 반찬을 내가 만드는게 아니었는데. 것 보세요. 내가 만드는게 아니 었다구요.
맛이 없잖아요. 은하가 있는 동안엔 절대로 저는 요리에는 손 안 댈 거예요.
마리아 : (허이구 참 한다) 아니 이젠 별별 이유를 다 들어 일을 작파하려고 하시네?
젬마 : (아니 내가 뭐 하는 표정으로 그러다가) 아이.. 얼른 풀어주지 신부님도 정말 너무하네. 맨날 애들 오면 자기가 먼저 독점하구.
저번에 태석이 왔을때도 자기가 데리고 자더니. 아이 신경질 나. 맨날 우린 찬밥이야.
마리아 : 오랜만에 바둑이라도 한판 두시나 보죠 뭐. 기다려요 기다려. 밤은 깁니다.
씬/40 사택 (저녁)
은하와 베드로신부 바둑에 열중하고 있다.
은하 : 와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신부님. 이건 편법이예요.
베드로 : 편법 아니다. 안드레아하고도 항상 이렇게...
그러다 베드로 신부 입다물고. 그러나 은하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은하 : 에이 그래도 한번만 물러주세요.
베드로 : 좋다. 지금껏 2년간이나 고생하다 왔을테니.. 이번 한번만이다?
은하 : 감사합니다. (웃는)
베드로 : (돌두는 그러다가) 니가.. 자랑스럽구나.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하 : (표정 그러다가 씁쓸하게 웃는) 그런게 아니예요.
베드로 : ...(본다)
은하 : ... 그냥 도망갔던 거예요.
베드로 : 2년전에 무슨일이 있었니...?
은하 : .... 아무일도 없었어요. (한다)
은하 바둑에 열중하는 척. 그런 은하를 베드로 신부 물끄러미 보는데.
은하 : (지나가듯) 신부님.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가요?
베드로 : (은하를 가만히 바라보다) ... 은하야...
은하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을 이길수 있는게 뭔가. 사랑이라면 정말로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 두렵지 않을까.
베드로 : 글쎄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를거 같구나.
은하 : 그럼 사랑은 ....죄보다도 강한가요?
베드로 : (본다)
은하 : 사랑이란 이름으로 죄를 지어도 괜찮은 건가요? 사랑이란 이름으론 뭐든 용서가 되는 건가요?
베드로 : 은하야.
은하 : .....역시.. 그렇진 않죠? 그래선 안되죠?
베드로 : (잠시 그러다가) 인간은 항상 죄를 저지르고 신은 용서 하신다. 그분은 인간이 하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아름다이 여기시고 용서하실거다.
은하 : ... (눈물 고인다)
돌 놓는 은하.
은하 : 지셨어요 신부님. (짐짓 웃어 보인다) 이거 편법 아니라고 하셨죠? 안드레아도 이렇게 뒀었다구요. 그죠?
베드로 : (은하를 보는데)
씬/41 아이들 숙소 (밤)
은하 잠이 안 오는지 걸어 나오는 모습.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문득 계단을 보는. 하모니카를 불던 안드레아가 생각 난다.
계단에 앉아 있는 은하.
은하 : (한숨처럼) 안드레아 ... 어떻게 내가 널 잊을수가 있을까.... (하다가) 너도 내가 2년전에 떠난 이유가 궁금하니?
(잠시 그러다가) .... 125분의 1의 확률은... (하늘 본다) 별이 빛나는 시간 따위가 아니야.
그건 (한숨처럼) 내가 살수 있는 확률이야. 안드레아... 나는... 죽어가. (눈물 차오른다)
씬/42 이탈리아의 수도회 (낮)
수도회 외경. 장중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씬/43 회의실 (낮)
마치 재판장 같은 회의실. 수도회 원장을 비롯하여 상급 성직자들이 쭉 둘러 앉아 있다.
가운데 수사 차림의 서 있는 안드레아. 맑은 눈빛. 그러나 예전보다 어딘지 더 차분하고 냉정해져 있다.
성직자 : (이탈리아 어) 수사 안드레아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 잠시 침묵. 그리고는 하나둘 손을 든다. 모두다 손을 들고 원장까지도 한숨쉬고 손드는 모습.
뒤에서 참관하고 있는 한국의 주교님과 일행들.
안드레아 미동없이 잔잔하게 서 있다가 이윽고 한걸음 앞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