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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낙천리'가 아닐까합니다.
4년 전인가 제주도 이곳 저곳을 헤매고 다닐때,
우연히 지나갔던 마을, 마당 한가득 괴상하게 생긴
의자들이 꽉차 있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느 예술가가 제주도에서 작품활동을 하나 생각했었어요.
앉기에는 결코 편안할 것 같지 않은 의자들...
모양도 삼각형의자 둥근의자...
어느 외계에서 온 의자일거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요즘 이 마을이 한창 인기라고 하네요.
올레 13코스가 거치고 지나가는 이마을에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심의 공원에나 있을 것 같은 벤치들이 길가 구석에 놓여지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공원같습니다. 아니 어느 도심의 공원보다
더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습니다.
마치 거인국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의자일까요?
혹시 제주도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의 의자일지도...
의자가 숲이 되었습니다.
이 의자에 앉으면 키가 커질까요?
사람의 키가 아니라 의자의 키가 커졌군요...
60갑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 의자입니다.
어느 중세의 문같기도 하고...
삼각형의 의자들입니다. 마치 우주선 같은...
흔들의자입니다. 잠시 기대어 몸을 맡겨 보았습니다...
이 의자에 앉으면 의자를 엉덩이에 붙이고
이동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힘만 들 뿐,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의자입니다..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
이 의자에서 쉬면서 길을 찾으면 좋을 듯 합니다.
다람쥐 쳇바퀴같은 의자입니다.... 앉으면 굴러갈 것 같네요...
이곳에서는 평화를 느꼈습니다.
마치 고대 아테네의 민회 같은 분위기...의자도 둥글둥글...
자리배치도 둥글둘글...
평등과 자유의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마늘밭 사이로 난 잘 다듬어진 돌담길....
제주올레의 곡선이 너무 잘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굽이굽이에 놓인 의자들...
모양도 다양하고, 이름도 다양한 의자들....
의자 하나하나가,
우리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는 의자의무리들도
인간의 얽혀있는 관계들을 나타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구요.
많은 의자들 중에 내 의자도 있군요...
이름도 '낙천'적이고,
마을도 평화롭기 그지 없었던 마을 '낙천리'....
'아홉굿'이라는 못도 있습니다.
구석 구석 놓여진 의자들은 들일에 지친 농부들이
잠시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며,
스쳐가는 나그네의 쉴자리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혹여 이곳을 지날 일이 있거들랑 꼭
이 자리에서 '쉬어간들 어떠하-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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