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부지런히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릅니다. 매일 정성을 다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잠자기 전에는 무사히 잘 보냈음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힘든 시간과 바꾼 귀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먹고 싶어도 목에서 넘어가지 않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는 것도 그냥 평범한 생각을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일조차도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집에 어머님이 계시지 않아서 우리 내외는 주말마다 시골에 올라가서 집을 고치고 밭농사를 형제들과 모여서 지었습니다. 땅콩과 고구마와 들깨를 심었습니다. 집 안에 있는 텃밭에는 상추와 파와 시금치를 심어놓고 잡초와 전쟁을 치르면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삼복더위에 남편은 얼음 수건을 목에 감고 담장을 고치고 허물어진 축대와 창고 고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디모도’라는 애칭으로 곁에서 베짱이처럼 노래 부르며 나름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면서 무더운 여름을 곁에서 보냈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별을 보면서 산골 마을의 칠흑 같은 어둠에 빠져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숯불을 피워서 힘든 일을 마치고 고기를 구워서 먹는 재미는 시골살이 백미였습니다. 둥근 상에 김치 하나에 라면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캠핑 감성을 운운하며 행복했습니다. 때로는 힘들어서 투정도 부리고 고구마와 땅콩을 캘 때는 허리가 펴지지 않아서 비명을 질러가면서도 형제끼리 즐겁게 지냈습니다. 고구마와 땅콩 들기름을 가져오면서 노동의 대가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신성하고 소중하고 값진 노동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상주를 주말마다 오가며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뵈러 다니며 청송에서 경산까지 오가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들도 서울에서 첫 직장에 적응을 잘 해가고 작은아들도 성실하게 그림 작업을 하면서 건강하게 보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제 새로운 2024년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기운을 받아서 멋지게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무엇이든 잘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릴 것입니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마음에 두면서 살아가겠습니다.
2024년에는 좋은 인연들과 잘 지내겠습니다. 귀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움을 아는 따스한 여자로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생명체에게 친절 하라’는 말씀 새기며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함과 친절함과 따스한 마음을 전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인으로 살겠습니다. 나의 시처럼 살아가고 삶이 시가 되는 그런 시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