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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빛 바다가 비좁다 |
여군 1%… 男과 다른 ‘여풍당당’ 여군 |
2001년 11월 우리 해군 함정에 여군이 최초로 승조하기 시작한 이후 군수지원함, 상륙함부터 KDX Ⅰ·Ⅱ, 호위함, 초계함 등 전투함까지 날이 갈수록 함상에서 여군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함상생활을 하는 여 장교·부사관이 80여 명에 이를 정도. 하지만 남군이 99% 이상을 차지하는 함정에서 여군은 여전히 희귀한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듯한 여승조원들의 함상 생활을 엿봤다. <편집자> ● 여승조원 함상생활 25시 함정 내부는 늘 헷갈린다.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격실·복도·계단은 외부인을 꼼짝없이 ‘길치’로 만든다. 여승조원들의 함상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해군의 최신예 함정 문무대왕함을 찾아간 날도 넓은 데다(길이만 무려 150m) 복잡한 함정 내부에 완전히 압도돼 부장 김명수 중령(진·39·해사43기)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여부사관 침실’이라는 안내에 고개를 드니 가장 먼저 낯선 초인종이 눈에 들어왔다. 가정집도 아니고 함정에 웬 초인종? 조심스레 눌러보자 함정에서는 듣기 힘든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제야 깨닫게 된 초인종의 용도.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남군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튼식 자물쇠가 설치된 여군 침실 문은 기본적으로 잠겨 있다. 대신 초인종을 설치해 용무가 있는 사람은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방으로 들어서자 문무대왕함의 유일한 여군 장교이자 사통보좌관인 임은영(26·해사58기) 중위와 통신사 유지현(24·부201기) 하사, 전탐사 장수현(23·부206기) 하사가 반갑게 맞아줬다. 사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장교와 부사관 침실이 분리된 데다 한방을 쓰더라도 각기 근무시간이 달라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에 비해 사용하는 인원이 적다 보니 좀 더 쾌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침실의 기본 구조와 크기는 남군과 다를 바 없었다. 가장 독특한 시설물은 화장대. 여군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듯 방송국 분장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길게 만들어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역시 여군도 여성’이라고 생각하면서 화장대를 둘러보는데 유난히 말끔한 모습이 어색했다. “왜 화장품이 하나도 없느냐”는 질문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서랍에 넣어 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파도에 배가 요동치는데 민간인처럼 화장대 위에 뭘 놓았다 남아나는 게 있겠느냐는 것. 그러고 보니 침대 주변 역시 아기자기한 장식물 하나 없이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 역시 파도에 대비해서다. 그제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여군은 여성이기 이전에 군인’이라고. 이런 깨달음과 함께 여승조원들의 함상생활을 파헤쳐 보리라는 야심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남군과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지레짐작과 달리 몇 가지 시설물을 제외하면 이들은 여성 이전에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업무부터 훈련·식사·체육활동 등 모든 부분에서 남군과 다름없는 것은 물론 수병들과의 관계에서도 차이가 없다. 여군이 처음 함상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절대 다수인 수병들이 더 쑥스러워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간부일 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군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뱃멀미로 곤혹을 치렀다는 장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근무 중인 부하 대원들 앞에서 멀미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힘든 기색을 감추는 게 힘들었다”고 회상하며 “지금은 뱃멀미를 완전 정복하고 오히려 멀미로 고생하는 대원들을 배려할 수 있을 만큼 여유도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유하사는 친구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함정에서 수병이 된 고향 친구와 마주치자 말문이 막혔다고.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당황하고 있을 때 친구가 먼저 “필승, 유하사님”이라고 말해 위기를 모면한 유하사는 밖에서는 친구지만 함정에서는 더욱 깍듯하게 대해 줬던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여군들이 각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해 여승조원들의 존재가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때가 빨리 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임중위는 “문무대왕함이 오는 6월 개최되는 환태평양 해군훈련(RIMPAC)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해군 장교로서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야무지게 털어놓았다. 문무대왕함장 김진형 대령-초급간부와 세대차 적응 낙관 함정 분위기 상승 역할 '톡톡' 여군이 함상생활을 시작하면서 함장들은 이들이 남군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업무를 추가하게 됐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문무대왕함장 김진형(47·해사36기) 대령은 이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였다. “미국 무관생활을 하면서 여군들의 활약을 지켜봤던 터라 변화가 낯설지 않습니다. 미 해군에서 여군이 없는 곳은 실(SEAL)과 잠수함밖에 없을 정도로 여군의 함상생활이 일반화됐지요.”김대령은 자신과 초급 간부들 간의 세대차를 예로 들며 남녀군 모두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것으로 낙관했다. “중령 때 해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57기 여생도들을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했는데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저와 신세대들은 이성에 대한 생각이 정말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됐지요. 저라면 어색할 법도 한데 이들에게는 함께 공부하고 훈련받는 것이 자연스럽더군요.”오히려 여승조원들로 인해 함 분위기가 밝아지는 등 좋은 점이 많다고 소개한 김대령은 “그동안 공간과 시설이 부족해 여군의 진출이 늦어졌지만 최신형 함정이 속속 도입되면서 앞으로 여군의 함정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06.04.07 글=김가영/사진=정의훈 kky71@dema.mil.kr |
첫댓글 참으로 많이 발전했어요. 보기도 좋군요. 사실 넘 부러버요. 선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