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생명은 언제나 위로부터 주어집니다. 이 세상은 참 생명이 없습니다. 이 세상은 생명을 고갈하게 할 뿐입니다. 모든 참된 생명은 언제나 위에서부터 내려옵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친히 지시고 사형이 집행될 골고다(해골)라는 언덕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왜 예수께서는 넓은 이스라엘 가운데 하필 골고다에서 나무에 못 박히고 죽으셨는지 그 이유를 알 때 십자가의 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해골이라 불리는 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선 것엔 위대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해골은 죽음의 결과지만 십자가는 참 생명의 표적입니다. 죽음이 난무하고 백골들만 남아있다 할지라도 그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세워지면 해골 위에 세워진 십자가 위에서 흐르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따라 생명이 회복되고 소생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골고다는 예루살렘 성 밖의 특정한 지점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고급 화장품을 바르고 헬스로 체력을 단련한들 죽지 않을 사람, 그 육체가 썩어 해골이 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해골에 불과합니다. 이런 의미로 이 세상은 골고다요, 각자가 골고다 언덕인 것입니다.
골고다인 이 세상 속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우고, 갈보리언덕인 우리 심령 속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워야 함이 본문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십자가를 타고 내려오는 하나님의 생명이 죽음의 세상을, 골고다 같은 내 심령을 파릇파릇 소생케 하는 것입니다. 참된 생명은 언제나 위로부터 십자가를 통해서만 흘러내립니다. 옆에서 오는 것은 우리를 미혹케 하고 아래에서 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고갈시킵니다.
이천 년 전 골고다 위에 세워졌던 십자가가 중요한 이유는 해골같이 사망에 처한 인간들을 살리시기 위해 자기 생명을 버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그 십자가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주님의 희생이 위로부터 임하는 참 생명의 통로가 된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십자가를 제시해 주었음에도 그에게 아무런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내가 그의 생명을 위해 어떤 희생이나 헌신도 감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희생 속에서 갓난아이의 생명이 자라는 것과 같이 하나님과 사람을 위한 자기희생만이 위로부터 임하는 생명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주님의 십자가가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땅에는 수많은 십자가가 밤하늘 불빛을 밝히고 있음에도 이 사회는 생명의 빛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진리 안에서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지배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치러야 할 헌신과 희생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해골 언덕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골고다가 우리의 목적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땅을 살리기 위함이며, 우리의 삶을 통해 공동묘지 같은 이 세상 위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우기 위함임을 다짐해야 합니다. 그때 우리 인생은 위로부터 임한 풍성한 생명의 열매들을 이 땅에서 거두게 될 것입니다.
마침내 주님께서는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체벌이나 고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지가 십자가에 박혀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자에게나 살아있는 자에게 죽음보다 엄숙한 것은 없습니다. 죽음이란 되풀이 되지 않는 인간 최후의 거사입니다. 그럼에도 십자가 아래 서 있는 군병들은 죽음 앞에서 예수님의 겉옷을 네 깃으로 나누어 각각 한 깃씩 얻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속옷을 제비뽑아 취하였습니다(23,24).
그들은 타인의 죽음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무엇을 움켜쥘 수 있을까? 하는 것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요한은 군병들의 행동을 보면서 시 22편 18절 예언이 성취되는 것을 보았습니다(24).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이 받아야 할 죄의 형벌을 대신 받고 골고다 산상에서 죽어 가시는 주님의 죽음 앞에서 단지 손안에 잡힌 소유에만 혈안이 된 건 실은 우리 모두의 실상입니다.
그들이 주님의 옷을 나누어 가질 권리를 가졌던 것은 그들의 손으로 주님에게 못질한 대가였습니다. 우리의 소유도 누군가를 희생시킨 대가인지, 주님께 못질한 대가는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인간을 죄에서 건지시고 영원한 생명과 천국을 주실 구원자이신 하나님의 아들을 마지막 순간 친히 뵙는다는 것은 특별한 은총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주님을 친히 만나고서 얻은 것이 영원한 생명, 천국이 아니라 썩어 없어질 천 조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것,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질 재와 같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옷 가에 손을 대고 나음을 얻었던 12년 혈루증을 앓던 여인처럼 믿음으로 주님을 만나면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의 진리와 생명을 만나 천국을 누리는 삶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님은 인류를 위한 속죄양으로서의 사명을 기꺼이 다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시고 죽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