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굴 성지(聖趾) 오르며 <십자가의 길> ...
어제 토요일(4월 20일) 오후부터 부슬비가 계속 이어졌다.
죽림굴 성지(聖趾 o, 聖地 x) 순례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주차장 입구부터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오르기로 했지만,
저에게 십자가가 맡겨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복사를 서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십자가를 받들었다.
14처 중에서 2/3를 담당했다.
마지막까지 십자가를 들고 가려고 했지만,
①죽림굴 성지 미사에서 복사를 서야했고,
②다른 분들에게도 십자가를 드는 영광됨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지순례자들 중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있으셔서 걱정을 했는데,
수사 신부님이 각 처를 마치고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하셨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어김없이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를 수십 번씩 불러야만 했지만, 모두 재촉함 없이 서로를 기다려 주었다.
드디어 죽림굴 입구 앞 정자까지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온전히
제가 십자가를 모시고 내려오는
영광된 시간을 독차지 했다.
가톨릭 생활성가 <임 쓰신 가시관>을 부르며 ... ...
(글 : 하한주 신부님, 작곡 : 신상옥)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다!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다!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우리처럼 비를 맞으며 길을 재촉하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생각하며,
수십 번씩 <임 쓰신 가시관>을 부르며 내려오니,
수사 신부님도 웃으시며 ... ...
작성일 : 2024. 04. 26.
(성지순례 기간 : 4/20~21, 1박2일)
어느 가톨릭 단체 경비
자칭 “두메산골 허름한 공소와 초라한 성지 전담 전국구 복사”
쌀집 막내아들 바오로 올림.
참고 : 죽림굴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 경신박해를 피해 3개월 동안
은신했던 곳으로, 이곳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마지막 편지를 썼다고 한다.
하직 인사가 될 듯하다는 말을 서한에 남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사목 순방
도중 중단된 성무 집행의 연말 보고를 함께 적을 만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사목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보여 주었다.(1860년 9월 3일자 마지막 열아홉 번쨰 편지)
성지 순례 참가자 모두에게 감명 깊은 시간이 되었다.
부슬비를 맞으며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영광된 시간 ...
박해시대 비를 맞으며 길을 재촉하신 최양업 신부님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자매님이 십자가를 드니 더 의미가 깊고 아름다웠다.
한국 천주교회 70~80%는 자매님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비를 맞으며 죽림굴을 오르며 <십자가의 길>과 죽림굴 동굴 속 <미사>를 드리는 곳은
아마도 <성모승천 수도회>의 도보 성지순례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본당 및 교구에서는 "우천 시 취소"된다고 합니다.(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