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에게 당신 자애를 보여 주시고, 당신 구원을 베풀어 주소서.”(시편 85(84),8)
12월의 첫째 날,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 시기가 제대 앞에 놓인 대림환과 함께 그리고 그 대림환의 첫 번째 초를 밝히는 오늘 대림 제 1 주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기 예수님, 하느님의 외아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을 준비하고 다시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는 시기인 대림 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우리에게 들려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이 세상에 오실 그 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깨어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서의 말씀은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구원의 신탁, 곧 이스라엘에게 주어질 하느님의 구원의 약속의 말씀을 직접 들은 예언자가 자신이 들은 바 그대로를 이스라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씀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을 거부하고 신앙적 배신을 일삼는 이스라엘이 그 배신의 결과로 왕국의 멸망이라는 하느님의 징벌을 받겠지만 그 이후 다시금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회개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 약속한 영원한 왕국을 그들 안에서 다시 일으켜 주실 것을 약속해 주십니다. 이 같은 하느님의 약속을 예레미야는 다음의 말로 전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그 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에게 한 약속을 이루어 주겠다. 그날과 그때에 내가 다윗을 위하여 정의의 싹을 돋아나게 하리니, 그가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룰 것이다.””(예레 33,14-15)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 내려진 하느님의 이 말씀처럼 하느님은 분명 우리에게 당신의 약속, 곧 모든 이가 하느님의 공정과 정의 아래서 구원을 얻고 기쁨과 평화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약속해 주십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이 같은 희망의 약속은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으로 다시금 반복되는데 시편은 하느님의 약속을 ‘길’이라는 표상을 통해 표현합니다. 시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시편 25(24),4-5ㄱ)
“주님은 어질고 바르시니, 죄인들에게도 길을 가르치신다. 가련한 이 올바른 길 걷게 하시고, 가난한 이 당신 길 알게 하신다.”(시편 25(24),8-9)
“주님의 계약과 법규를 지키는 이들에게, 주님의 모든 길은 자애와 진실이라네.”(시편 25(24),10)
오늘 화답송의 이 시편의 말씀처럼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의 약속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다시 말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진리와 공정의 길, 자애와 진실의 길이며 죄인과 가련한 이, 가난한 이들도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는 길이며 우리가 그 길을 따라 걸어 나갈 때 진리를 통해 마침내 우리에게 약속된 구원의 희망을 얻게 될 바로 그 길입니다.
길로 표현되는 이 같은 하느님의 희망의 약속은 또한 대림의 시기, 곧 오실 메시아를 기다리며 길을 걸어 나선 우리들에게 우리가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임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일러주는 하나의 표지가 되어줍니다. 바로 이 사실을 오늘 복음과 제 2 독서의 말씀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전하는 루카 복음의 말씀은 마지막 심판의 날에 관한 예고 말씀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음성으로 예고되는 심판의 날, 최후의 날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 날 있게 될 무서운 표징들을 들어 설명합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 표징이 나타나고 땅과 바다가 거세게 휘몰아치며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려 모든 이들이 두려움과 혼란에 빠지는 그 때,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될 그 때, 바로 그 때가 하느님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구원의 때, 우리의 속량이 가까이 온 때임을 알아차리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바로 뒤이어 이제 곧 올 그 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음의 말로 구체적으로 일러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28.34ㄱ.36)
길을 걸어 나선 이는 자신이 시작한 그 길의 끝에 다다르기 위해 허리를 펴고 머리를 꼿꼿이 들어 앞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내가 나선 그 길의 끝, 목적지를 바라보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뒤를 돌아보거나 길 주위에 우리를 현혹시키는 여러 가지 것들에 마음과 시선을 빼앗겨 버린다면 그 길에서 벗어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져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하느님이 주시는 구원의 희망이라는 약속의 길에 들어선 우리에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희망의 약속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 나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모든 것들, 곧 방탕과 만취 그리고 일상의 근심이라는 모든 유혹들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며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얻도록 언제나 늘 깨어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할 때에 우리는 우리가 나선 길에 끝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에게 약속된 희망을 얻게 된다는 사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바로 이 사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하십니다.
한편 오늘 제 2 독서의 테살로니카 1서의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들었던 예수님의 당부의 말씀을 바오로 사도의 음성으로 다시금 듣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테살로니카 교회의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바오로 자신이 그들에게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기를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그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당부를 다음의 말로 전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끝으로 우리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우리가 주 예수님의 권위로 여러분에게 지시해 준 것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1테살 4,1-2)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신 구원의 희망,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시기로 약속하신 진리와 정의 그리고 기쁨과 행복의 희망을 믿고 그 희망을 바라보며 하느님이 일러주시는 길로 걸어 나선 이들입니다. 그 길의 끝에서 얻게 될 희망으로, 기쁨에 가득 차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는 이들, 착하고 선한 사람만이 아니라 죄인들도 함께, 가련하고 가난한 이들도 모두 다 함께 희망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하느님을 향해 걸어 나가는 이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오늘로 시작되는 대림 시기는 바로 이 길을 걸어 나가는 우리들이 바라고 희망하는 바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 우리는 우리 희망의 원천이신 하느님이 우리 곁에 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에게 약속된 하느님의 구원의 약속을 이루어주실 구원자 메시아, 약속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이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말씀이 전하듯 그 분을 맞이할 합당한 준비를 하는 것, 곧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우리 앞에 계신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가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나선 길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모든 것들,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들로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는 일 없이 스스로 조심하며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를 항상 깨어 기도하며 준비하는 삶,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다림의 자세이며 오늘 시작하는 대림시기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요청되는 믿음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로 시작되는 기다림의 대림 시기, 오시기로 약속된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을 합당히 맞이할 수 있도록 믿음의 자세로 준비하시기를 그리하여 기다림의 끝에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과 함께 기쁨으로 가득 찬 희망의 찬미를 드리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